불과 지난 목요일에 15년간 키우던 개를 떠나보낸 내 심정이 자연스럽게 이 책을 집어들게했다. 다니구치 지로의 이런 저런 작품들이 배송된 것은 지난 주 월요일 경인데, 크리스마스 동안 읽으려고 미뤄두었지만,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키우던 개가 떠나는 부분에 포커스해서 추억을 회고하는 이 책의 그림 때문에 맘이 짠했다. 일본에서 많이 키우는 치바견은 진돗개와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서 또 떠난 녀석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는 마지막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수액을 맞으면서 간호를 받다 갔는데,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의 개는 나중에는 욕창이 생기는 고통까지 받았는데, 나의 개는 그런 고통이 없기 갔으니 다행이다. 개 말고도 고양이를 기르는 이야기도 있고,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아주 훈훈한 내용이 많다.
일순간에 타임슬립을 하여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그러나 현재의 기억과 모든 지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로 맞이하는 지난 시절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학과 영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예전보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게 된 그는 과거에는 말도 한번 못 걸어본 여학생에게 고백까지 받지만,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기에 고민은 늘어만 가는데.
우리는 누구가 일정부분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도하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맘을 갖고 있다. 아니 최소한 그런 맘을 갖게 하는 일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주인공처럼 과거 14살이었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아니 그렇게 멀리는 아니라도 무엇인가 다른 방향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현재로 돌아온 주인공처럼, 어쩌면 꼭 이런 타임슬립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아쉬움을 생각하면 좀더 너그럽게, 하지만 진취적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든 생각인데, 어쩌면 이것은 타임슬립의 형태를 빌린 우화가 아닐까?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밥벌이 매여 있는한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하다못해 한국 최고 부자인 삼성가 아해들이라고 해도, 그 부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애써야 하는 돈의 노예라는 점에서 대다수의 평민(?)들과 별 차이가 없다.
은거하는, 또는 은퇴하여 유유자적한 삶이라면 이렇게 시가지를 한가롭게 거닐며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고, 단 술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도 있겠지만, 설사 경제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늙은 다음에는 그 재미가 떨어진다. 적당한 재산, 적당한 건강과 젊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부러운 이야기로만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한 시기에 큰 결심을 하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인지. 아이들 교육이니, 생계니, 문화니 하는 bullshit은 다 제껴두고 정말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이런 것을 볼 수 있다. 부동산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Silicon Valley를 떠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고민이고 화두이다. 맘에 두고 있는 곳들이 몇 군데 있는데 일단 면허를 시험없이 취득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리 많은 곳을 후보지로 할 수는 없다. 이건 구체화되면 또 다음시간에...
보았거나 보고 있는 다니구치 지로의 다른 작품들이다. 그림체는 다소 촌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담담한 구성과 이야기, 그리고 톤이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빨리, 그리고 자주 바뀌는 스피드 일색의 21세기보다는 내가 좀더 어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저 훈훈함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