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적인 사건으로 결론지어졌을 살인을 논리적으로 추리하여 밝히는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간단명료하고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깊은 추리나 내면의 이야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데에는 추리소설만한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이런 간단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짧게 끝나는 인과관계도 그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용의자들이 하필이면 왜 초자연적인 사건을 가장하여 단서를 흩뜨려놓고 알리바이를 만들려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어떤 사건의 경우 의도적인 것도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게 된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초등수사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일단은 모든 사건이 초자연현상과는 관계가 없음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안심하게 되는 순간에 한 수를 두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게 하는 것은 작가가 의도한 유쾌한 트릭일 것이다.  기회가 되는대로 구해서 읽고 모아두는 작가인데,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는 부분, 특히 너무 무겁지는 않은 소재와 구성이 맘에 든다.


재산이 많고, 가난한, 또는 경제관념이 없는 상속자들로 둘러싸인, 하지만 direct heir가 없는 노부인의 인생은 참으로 miserable했을 것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해주는 크리스티의 단골소재들 중 하나는 이런 노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이다. 기실 너무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라도 그들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속자들 또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게 마련인데, 종종 이 노력은 positive한 방향보다는 그렇지 못한 쪽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한 노부인은 포와로에게 모종의 의뢰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만, 아쉽게도 그전에 목숨을 잃고, 의뢰편지는 수 개월이 지나서야 포와로의 손에 들어가는데, 이 영리하고도 집요한 사냥개가 냄새를 맡는 순간 모든 것은 결국 끝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포와로가 등장하는 이상 사건이 미결로 끝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운명적으로 케이스가 종료될 것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미련을 갖고 두뇌게임을 하는 것은 독자로서의 의무이자 운명임을 느끼게 되어,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고 다 읽어나간다. 크리스티 전작의 40%에서 조금 모자란 시점까지는 와버렸는데, 아직도 50권 이상의 책이 남아있고, 이를 읽어야만 캐드펠로 넘어갈 수 있겠다.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간 한국사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팟캐스트로 간간히 소식을 전하되 시사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던 그가 모종의 계기로 글로 사회속으로 뛰어든다는 출사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간 좀 cool~한 이미지로, 약간은 떨어진 위치에서 방관자의 한 마디로 간간히 세상을 반추하고 거들어온 것 같았는데, 아마도 이제 다시는 그렇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세월호'는 그렇게 우리를 바꾸어 놓았고,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변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이십대는 몸으로, 사십대는 머리로 산다'고 썼는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면 이십대를 머리로 살고 사십대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몸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다.  이십대는 관념에 꽉 찬 머리를 갖고 그렇게 하루를 살았고 외적인 것에는 애써 무신경한 척하면서 나 자신을 보호했음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 두 배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마냥 아쉽기만 하고,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살면 머리로 살면서 몸을 좀더 굴릴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정작 그러다가 '지금'을 놓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은 거의 100%인데, 그러면 육십대의 나는 사십대를 바라보면서 또 어떻게 징징거리고 있을까?  가끔은 '재수없음'이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는 김영하 작가이지만, 일정부분 나와는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작품의 파격성은 모르겠고, 에세이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 싶다.  '보다'를 필두로 '읽다'와 '말하다'를 석 달 간격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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