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한다.  나는 왜 남들처럼 멋진 리뷰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가끔, 그러니까 한 100개 정도의 포스팅을 하면 그 중에서 1-2개 정도는 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경험이나 표현이란 것이 일정하다 보니, 겹치는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고 해서 새롭게 좋은 리뷰를 쓰는 것은 어렵다.  특히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개인의 일상이나 생각 같은 것을 책의 내용과 잘 접목하는 것 같은데, 나에겐 어렵다.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읽어도 포스팅을 하지 않게 되고, 3-4권 정도를 읽은 시점에서야 글을 적어보니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읽던 당시의 느낌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래저래 어느 시점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답답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양대 무라카미의 한 축인 무라카미 류의 소설로써 내가 읽은 첫 작품이다.  방금 전에 찾아보니 언뜻 보아도 15은 훌쩍 넘는 듯한 작품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서도 가끔 언급이 되는 '대단한' 무라카미 류는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대담하고 거침없는 구석이 있다.  


90년대인가, 한창 일본소설 열풍이 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군사정권의 폭압과 사회통념이라는 장애물이 있는 한국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raw한 느낌 그대로의 섹스나 폭력묘사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그런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상당수의 책들이 단지 오락꺼리로써의 섹스/폭력묘사가 아닌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장치로써 그 의미가 있었기에 이들은 단순한 포르노그라피가 아닌 작품으로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특히 잘 먹히는 XX상 수상작가 라는 타이틀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적어도 그 업적에 있어서는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다.  군조 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모두 받은 바 있는데, 개인적인 에세이의 연장 또는 기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발전/개작하는 경향이 있는 하루키보다는 좀더 강한 창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읽은 지 한참 지나서 겨우 리뷰를 만들어가는 지금에는 당시 내가 느낀 점들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꽤 잘나가는 프로덕션 회사의 사장이다.  쓰레기 같은 짝퉁 음악을 적당히 만들어 팔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시진하다.  오리지널 한 무엇을 원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그는 편의점에서 우연하게 알게된 한 젊은 여성 트럭운전수의 모습에서 그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본 것 같은데, 그것은 그녀의 특이한 능력이다.  자신의 몸속에 '촌충'이 살고 있다고 믿는 그녀는 타인의 근본적인 모습을 훔쳐다가 자신의 것으로 복사해 버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의 감성이 투사되고, 상대는 거기에 반응하게 되는 것.  이에 반한 주인공은 이 여성을 프로듀스해서 영화를 찍고 싶어한다.  여기서의 아이러니는 주인공이 본 여성의 originality라는 것의 실체는 결국 여성이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타인의 모습이니까, 여성에서 주인공이 본 originality의 실체는 결국 copy라는 희안한 도식이 나온다는 점.  


바꾸려고 해도 결국 제자리를 돌게 되는 삶의 한 단면 같기도 하고, 그냥 사회소설 같기도 하고.  어떤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40대에 주인공 같은 일탈, 또는 방황을 시작하게 되면 이혼과 도산을 맞을 수 있다는 부수적인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다.  파충류의 뇌에서 나온 듯한 이 말은 물론 농담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단편을 모아놓았다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흥미있게 읽는 것은 분명한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를 모아 구성한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결국 구심점이 없어서 테마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내용이 머릿속에서 제각기 다 흩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위의 글까지 쓰고 또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만큼 7월은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처럼 늘어지고, 바쁘다 말다 하면서 보내버렸다.  이제 가을이 시작된다.  일도 생활도 열심히 하지만, 선선해 지는 날씨와 함께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축 늘어지게 하는 날씨 때문인지, 저녁이 되어도 책은 커녕 tv도 귀찮아질 정도로 힘이 나지 않았었다.  


오늘 이 부분을 마무리하려고 다시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펼쳐 보았지만 도무지 남은 것이 없었다.  읽을 때에는 분명 아주 재미있게 류씨의 파격적인 스토리 텔링의 세계에서 놀고 있었건만...


이래서 리뷰는 가급적 빨리 적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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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6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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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0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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