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야기하는 사건은 약 2주일 전에 있었던 일인데, 쓰다 만 채로 방치하다가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흔히들 junk food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보통 생각하는 junk food의 의미란 작게는 거의 모든 fast food에서 더 넓게는 통조림, 포장음식, 튀김음식, TV dinner라고 부르는 직사각형 박스에 담긴 냉동음식 등 slow food가 아닌 것은 거의 다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음식처럼 restaurant음식과 food court음식이 그 질과 가격을 중심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 값이 싼, 그러니까 좋은 재료를 기대할 수 없고, 그저 엄청난 나트륨과 당, 그리고 MSG를 부어 wok에서 볶아낸 것들은 junk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냥 junk만 해도 몸에는 굉장히 나쁜 음식이다. 기본적인 나트륨과 당 함량이 기준치보다 훨씬 높고, 저가의 재료로 맛을 내기 위한 MSG가 듬뿍 들어간데다 냉동상태에서 튀기거나 microwave로 녹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일쑤라서 자주 먹으면 위에 구멍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음식도 어린 시절에는 잘만 들어가고 소화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십대는 달리 어른들이 '무쇠도 녹이는 나이'라고 하는게 아닌 듯. 말 그대로 위장과 대장의 기능이 포항제철의 용광로 같은 나이가 십대라는 것이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혼자 먹는 점심이고 가볍게 때울 생각으로 마침 근처에 있는 Chinese fast food를 to-go해와서 먹었다.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식당은 takeout을 주로 하는 곳인데, law school 다닐 때 자취하던 아파트에서 가까워서 자주 간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낮은 quality의 음식을 매우 높은 quantity에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이다. 자취할 때 여기서 사온 저녁과 맥주로 한 끼니를 때우곤 했었다. 그 덕분에 졸업할 때에는 입학할 때보다 확 불어서 학교를 나오게 되었었지만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익숙한 메뉴에서 두 가지 음식을 골라 포장하여 사무실고 갖고 왔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한 숟가락씩 입에 넣고 과도한 MSG와 설탕 맛을 음미하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한 숟갈씩 넣을 때마다 배속에서 천둥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먹을 때만해도 늦은 점심이라서 속이 빈 탓이려니 했지만, 그 뒤로 약 3-4일 동안 나는 이상한 체증에 시달렸고, stomach flu라고 걸린 마냥 몸이 시리는 증상과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톡톡히 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화가 날 것이다. 나쁜 재료와 나쁜 양념을 MSG와 설탕 그리고 역시 저급한 기름으로 볶아낸 탓에 내가 아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욕이라도 걸지게 할 판이다. 그게 보통의 감정적인 대응이었을게다, 내가 한 10년만 젊었어도 말이다.
이번 증상이 올 때 딱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런 분노가 아닌 새삼스러운 나이먹음에 대한 서글픔이었다.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소화시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나이를 먹으니 위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기실 이런 음식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fast food는 햄버거도 타코도 피자도 그 무엇도 맛이 없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이런데서 두 번 먹을 것을 조금 더 나은데서 한 번 먹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중국음식은 기실 정말 좋은 곳에 가는 것이 아니면 재료의 질도 질이거니와 대소의 구분이 있을 뿐 raw MSG와 사용하는 공장소스에 첨가된 MSG와 설탕으로 떡칠한 맛이 보통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맛이다. 그래도 달큼하고 쉬운 맛을 푸짐하게 즐기는 것에는 중국음식만한 것이 없는데, 이제는 그것도 조심해야할 것 같다.
아프면, 단순히 학교를 하루 쉬거나 숙제를 미루는 것은 어릴 때의 일이다. 나이가 들고,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replace할 수 있는 대타나 직원이 있어도 그리 쉬이 아플 권리와 자유가 없는 것이다.
20대에 지금 같은 강도로 운동을 했더라면 아마도 몸짱이 되었을 것을, 이제는 겨우 현상유지만 하는 수준의 메타볼리즘과 함께 그렇게 나이는 음식도 맛도 하나씩 빼앗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의 길거리 떡볶기와 튀김도 조심해서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시장바닥의 맛도 역시 조심할 대상일게다.
이래저래 시달리면서 저런 생각을 했더랬다. 일도 많이 밀리고, 그 덕분에 주말까지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평균 직장인의 업무강도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빡빡하고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주만 고생하면 어느 정도 다시 본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