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씨의 서울시장 후보자 자리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가슴 아파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 거대한 비극의 상황에서 유족들을 '미개한 국민' 운운하는 막내 아들놈 때문에 말이다. 

 

이 대참극을 정치적인 이야기로 비약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굵직한 이슈들과 사건들을 보면 우리의 실재하는 현실과 정치는 결코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사실 그 아들내미의 글을 보고 놀란 점은 아직 스무살도 채 되지 않는 놈의 영혼에 깊숙하게 각인된 것으로 보이는 특권의식, 계층의식이다.  그의 글을 보면 너무도 뚜렷하게 자신은 대다수의 '국민'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러니까 저기 멀리 구름 위 정도에 앉아서 밑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사고가 느껴지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는 이래서 안돼' 수준의 자조가 아닌, 상위에서 하위를 내려다보는, 하잘것 없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채 스물도 안된 녀석의 발언에서 너무도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몽준씨는 서울 시장 자리에 올라서는 안될 사람이다.  오세훈의 재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자극적인 개발발언으로 다시 유권자의 욕심을 불러일으켜 표심으로 만들 작정인 이 자는, 그러나 민생과는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왔고, 관속에 실려 지구를 탈출하는 그 날까지도 아마 국민 대다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자식놈의 발언을 보면, 그의 평상시의 사고를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더 끔찍한 일은, 이 아들놈의 미래인데, 아마도 아버지의 후광과 집안의 돈으로, 우리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에 좋은 학벌을 쌓고 외국의 그럴듯한 학교에서 그럴듯한 학위를 받아, 회사생활을 하다가 언젠가, 정치계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 정도면 이번 사건은 많이 잊혀지고, 이놈의 발언도 잘해야 '철없던 시절'의 일탈 정도로 희석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평생 그렇게 특권의식으로 꽁꽁 뭉쳐 자라났고, 키워졌으며, 자신의 존재 전반에, 학위, 직업, 커리어 모두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람은, 결코 그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자들이 적어도 우리의 leader자리에는 머무를 수 없다는 것, 머룰면 안된다는 것을 각성했으면 한다.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그러면서도 자꾸 보게 된다.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볼 때마다 늘어가는 희생자 숫자에 가슴이 아리다.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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