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저 조잡하게나마 읽은 것을 남기려는 시도 정도의 글이지만, 그것도 글이라도 잘 쓰여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이 그런 시기인데, 원인은 모르겠다.  아마도 몇 권씩 밀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게을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독서강사들을 보면 거의 매일 일상의 소재로 글을 올리고, 책을 읽은 감상과 여행감상이 함께 주기적으로 올라오던데, 취미가 일이 된 것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책으로 먹고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 싶다.

 

당.연.히 나는 지금도 꾸준이 매일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살고 있다.  추리소설도 읽고, 얼마전에 한꺼번에 무리해서 구매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도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다만, 후기를 남기고 있지 못할 뿐인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나중에는 어떤 책을 읽었는지 까마득해진다.  그렇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지난 번 사건 초기에도 썼듯이 이석기 사건은 국정원의 공작임은 분명하다.  이석기의 유무죄를 떠나서 사건을 계속 흘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증거자료라는 것들조차도 그 존재감이 너무도 희미해서 그들의 논리라는 것이 도대체 사람이라는 동물이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을 만치 조악하다.  정말이지 우리는 가카장로가 길을 닦고, 그네꼬가 부활시킨 망령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냉전종식 이후부터 세계는 선과 악을 이분법이 아닌 multilateral한 시대로 진입했지만, 한국의 망령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이 획책한 부활은 정말이지 너무도 완벽하다.  국정원은 다시 중앙정보부가 되었고, 검찰권력의 핵심은 공안통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정치깡패들까지도 이런 저런 21세기의 탈을 쓰고 다시 등장했으니 말이다.

 

이석기의 사조직이라는 Revolutionary Organization, 약칭 RO는 말 그대로 혁명조직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이미 이런 저런 패러디가 존재하는데, 이 naming sense는 '술을 먹고 운전을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모 연예인의 발언 이후 최강의 병진력을 자랑한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신차모델명이 '자동차'라거나, 신제품 TV의 모델명이 '테레비'라고 하는 수준의 작명센스를 말이다.  시대의 후례자식이었던 중앙정보부의 후신답다. 

 

다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이니까, 또는 너도 처자식이 있어봐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흔하게 오용되고 남용되는 말이다.  무엇이나 이해할 수도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살인강간도 다 이해할 수 있는 범인만의 사정이 있다.  국정원 댓글작업의 상징으로 나온, '여자'가 아닌 '요원'이고 싶으나, 한 '여성'으로서의 '인권'이 짓밟혔다더는 그 요원 역시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권은희 수사과장의 말을 반박하며 '자랑스런 경찰'이고 싶다면서 울먹이던 12-3명의 경찰 떨거지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얼마나 개xx 같던지간에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다치바나 선생의 책들 중, '멸망하는 국가'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았고, 이를 떨쳐내지 못하고 정재계 및 사회전반에 그 잔재가 깊이 남아있는 탓에, 일본은 우리를 제대로 보게 하는 거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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