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현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송'이라고 번역하기도 그렇고, '심판'이라고 보기도 그렇다.  영문으로는 Trial이라고 번역하면 - 독일어가 원문일테니까 - 딱 좋을 주인공의 passion을 보면, '소송'은 분명히 아니다.  물론, 주인공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소송'의 대상이 되어 온갖 잡스러운 인물을 거쳐, 종국에는 자기 자신이 자신을 '소송'에 일체화하여 구속시키게 되지만, 역시 'trial'이라고 할 때, 느껴지는 원인모를 고통스러운 궤적이 '소송'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심판'은 더더욱 부적절하다.  어떤 작가는 '소송'보다는 '심판'이 더 어울린다고 했지만, 주인공의 고통스럽고, 쓸모없는 시도들을 보면 '심판'은 영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판'이라는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찾아와서, 주인공이 '소송'의 대상이 되었고, 재판을 거쳐 구형될 것이라고 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지점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주인공은 당시로 보면 전형적인 화이트 칼라인데,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는 구속에 휘말리면서 그의 일상은 이 '사건'에 주도되어 버리고, 매사, 이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하루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더우기 매우 mysterious하게도,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이 시점부터는, 직간접적으로 그의 사건에 모종의 관련이 있다. 

 

이 작품에 삶과 죽음을 투영하는 해석도 있고, 사회정치적인 분석도 있는데, 어느 하나도 정확하지는 않다.  굳이 철학적인 고찰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대에나 형태를 바꿔 존재해온 국가권력의 구속을 투영하면 이 책은 사회풍자가 된다.  삶과 죽음을 테마로 잡고 이 책을 보면, 이 또한 투영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의 진정한 위대함은 timelessness가 아닐까?

 

아무튼간데, 카프카는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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