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저자의 책 두 권 - 여행자의 독서 1과 2 - 를 읽고나서 이 분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게다가 우연치 않게도 나와는 동향이다. 정확한 저자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연배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그는 그의 일과 취미를 합친 것 같은 삶 - 사진과 여행 - 을 살며, 그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책으로 엮어내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있다. 하루키가 사는 삶,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사는 삶, 모두 지향하는 바가 크다. 조금 자유롭게 적당한 강도의 노동으로 편하게 살면서, 단련과 수행에 힘쓰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삶을 원하는 나로써는, 이런 작가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 전의 여행에서도 보았지만, 저자가 가는 곳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곳들이 아니다. 동-서유럽, 터키, 중국 같은, 어떻게 보면,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 입문단계에서 거치는 그런 곳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기는 하지만, 확실히 '주류'에서는 벗어난 지역을 다니면서, 자신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 같다. 다만, '여행자의 독서'는 독서와 여행이라는 화두를 적절하게 섞어냈지만, 이번의 책은 사진을 동반한 여행 가이드 같은 느낌에 다소 거부감을 갖게 하기는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갈 일순위의 여행지는 아닌 곳들의 모습이다보니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접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라고 했던가? 독만권서로 가는 길은 죽을때까지 계속 걷겠지만, 행만리로는 시작도 못한 내 인생이 새삼 아쉽다. 언제부터가 시작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의 인생에도 행만리로가 시작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날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음에 만족할 수 밖에 없겠다.
우리보다 앞서 그 모습을 들어낸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 그 훨씬 전의 뿌리깊은 그들의 종교전통이 흔들린 것은 우습게도, 그들의 missionary들이 점령한 동양의 전통사상과 종교의 도입과 함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역반응으로 더욱 fundamental해진 일부 교파의 교세확장과 사회주류진출은 다시 이 저자처럼 강한 종교수준의 신념으로 무신론을 설파하는 지식인의 출현을 낳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물론 순전히 나의 추론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강한 지식인 무신론의 feature는 확실히 외국에서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극강한 근본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생각를 안 할 수가 없고, 결국은 근본주의 교파에서 발생한 byproduct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그렇게도 비난하는 근본주의와 과학이 낳은 일종의 지적 사생아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들의 이론과 주장 역시, 그들이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는 종교인처럼 왜곡과 곡해, 유권해석, 그리고 결론을 위한 가정을 남발한다. 그들이 좀더 과학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종교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는 다르기 때문에, 무신론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는 쉽지만, 종교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실, 종교를 과학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는 근본주의 교파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니까 자업자득이라고 해야겠다. 창조과학이니 (과학이라는 말이 아깝다), 지적설계니 하는 바보짓으로 스스로에게 불리한 언어와 논리로 종교를 과학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그들은 당연히도 무신론자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멍청한 짓좀 그만하자.
절제된 일본의 미학과 로맨스의 표현이 돋보이는 클래식이다. 아, 여기서 내가 쓰는 표현은 순전히 나의 말일 뿐이고, 정확하거나, 어떤 문학 또는 학술적인 가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오래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처음으로 읽은 것이다.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첫 도입문장으로 내가 받은 느낌을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아직 여러 번 더 읽어봐야 참 맛을 느낄 것 같아서이다. --- 라고 쓴 다음, 책을 찾아보니 집에 두고왔다. 이 부분은 이따가 다시 수정할 것이다.
눈에 푹 파묻힌 산간마을이나 시골의 모습은 아늑한 중소도시의 그 모습이나 도시의 화려한 모습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이런 모습은 특히 나카노의 온천마을 같은 곳을 떠올리면 되는데, 무엇인가 조용히, 하지만 실상은 매우 열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한다. 언젠가는 나카노의 온천마을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즐기고, 내려와서 겨울온천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싶다. 그래. 그거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