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 시리즈는, '헤인'이라는 세계관을 토대로 벌어지는 SF이야기인데, 첫 세 권을 읽었다.  어스시 시리즈와 함께 어슐러 K 르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리즈라고 한다.  최근에 20권 project를 진행하면서 사이드로 운동할 때, 그리고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다.

 

 

 

 

 

 

 

 

 

 

 

 

 

 

위의 순서대로 읽었어야 하는데,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이 '유배 행성', '로캐넌의 세계', 그리고 '환영의 도시'순으로 읽었다.  순서는 사실 '로캐넌의 세계'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다.  왜냐하면, 이 세 권의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대략 천년을 넘는 시공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스토리를 즐기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많이 떨어진 시공간의 차이 때문에, 스토리의 연결과정이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르권은 동양의 고전에서 잡은 모티브를 책 곳곳에 즐겨 사용하는데 서양인의 관점에서는 도가나 유가의 시점이 직선적인 시간개념을 주는 기독교적인 시점에 비교할 때, 굉장히 이색적이고 깊다는 impression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비단 작가 뿐만 아니라, 동양고전이나 철학을 접하는 많은 서양인들이 비슷하게 보여주는 모습인데, SF물에 차용되니 또다른 재미를 준다. 

 

스토리를 요약하기 보다는 내가 느끼거나 책으로 인해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내 독서후기의 feature가 되어버렸기에, 어떻게 보면, 요점정리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와는 무관하게 르귄의 책들, 아니 한국에 번역되는 추리소설이나 SF소설은 팬이라면 바로 사들여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다.  기껏해야 만부 안팎으로 팔리는 쟝르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 절판될지 모르는 일이다.  걔다가 출판사까지 도산해버리면 복잡하게 얽힌 판권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다시 나올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Sphere'가 연상되는 꿈이 현실를 만들어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읽고나니 무엇이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호해졌다.  어떤 것의 존재가 꿈에서 시작된 것인지, 그 전부터 있었던 것인지, 주인공 마냥 그렇게 헷깔리게 된 것이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거나,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은 SF를 읽을 때마다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되는데, 우주를 무대로 하지 않아도, 이렇게 흥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르귄은 SF에서 거장에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 

 

평론가들은 쟝르문학/소설을 순수문학과 구별해서 차등을 두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focus는 결국 '창조'에 두는 것에서 이런 차별이 발생하는 것 같다.  기존의 문학을 뛰어넘지 못하고, 차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문학'이 아니라는 한 평론가의 말이 명확하게 이해는 가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사랑하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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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7-1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외국은 장르문학 작가들도 명성을 얻고 돈도 벌며,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죠.르귄 정도 되면요.그런데 우리나라는 영 거시기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7-10 22:58   좋아요 0 | URL
장르문학으로 돈을 번 작가가 한국에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본소 판타지소설이 마구 쏟아져 나온 것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떨어뜨린 것 같기도 하구요. 물론 미국의 경우 대본소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Pulp Fiction의 활발한 간행과 유명세가 르귄 같은 작가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되었겠지만, 한국에서는 워낙 장르문학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