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전에 읽은 책 몇 권 - 후기를 남기지 못한 - 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운동삼아 정리한다. 

 

내가 추리소설을 좀 읽기는 읽었는가보다.  최근 몇 년간은 꾸준히 홈즈를 복습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약 100권 남짓한 양의 추리소설 책을 읽었는데, '역로'에서 다룬 몇 가지 단편의 사건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론하는 쾌거(?)를 올렸다.  물론, 복잡한 장편의 플롯을 종합하여 사건을 짚어가는 능력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읽으면서 조금씩 나름대로의 사건을 구성하면서, 작가의 계략에 따른 맹점이나 자기도 모르게 assume하게 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fact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실 SF와 함께 추리소설은 특히 한국에서는 상당히 배척을 당했던 장르인데,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둥 많은 편견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  그런데, 이번에 보니, 추리소설을 제대로 읽어가면 행간을 짚어내고, 감정이나 감상을 가급적 배제한 채 냉정하게 이슈를 가려내는 능력이 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SF과 과학의 lead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여하튼 책을 많이 읽으면 이런 저런 좋은 능력이 꾸준히 다져지는 것 같다.  목적을 위해 하는 독서도 분명히 있고, 인생의 시기마다, 고비마다, 또는 필요에 따라서 특정한 주제를 집중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효용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독서의 목적이 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물론 컸지만, 나 자신만을 놓고 본다면,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끈기 빼고는 남도다 잘난 것은 하나도 없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수 많은, 지금은 갖고 있지도 않고,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 덕분.  세이초 탐구는 이어지고 있다.  몇 작품이 더 엮어져 나와있는데, 나중에 또 구해서 봐야지.

 

솔직히 구성도, 테마도, 주제도 모두 하나도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이런 종류의 책은.  그런데, 자꾸 궁금했다.  왜 이지성은 4억의 빚을 진 지방대 출신의 교사-무명 글쟁이에서 강사, 베스트 셀러 작가, 그리고 사회운동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는 독서의 범위가 독서의 다는 아닐텐데, 그러면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독서는 무엇인지.  분명히 절박한 심정에 - 5-6년전의 나처럼 - 답답할 때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어떤 이들은 독서에서 그치고, 어떤 이들은 이를 행동을 옮기게 되는지.  답을 찾고 싶었다. 

 

내용 자체는 평이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아니 단계별로 분류한 세세한 계획까지 제시하면서, 성공, 절박함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이 책은, 분명히 독서초보자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된다.  하지만, 그간 꾸준히 독서를 해온 사람이라면, 이를 참고하여 필요에 따른 계획을 잡는 정도가 좋겠다고 보는데, 이 책을 활용하려면, 일단 '성공독서'라는 다소 거창하면서 세속적으로 느껴지는 테마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야 할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했을때, 그랬으니까.  지금도 독서 그 자체가 아닌 '성공독서'라는 표현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독서 이상의 그 무엇을 좀 찾아보는 내 노력의 일환으로써, 이 책을 읽고 나만의 방법으로 응용하는 의미에서 20권 Project를 시작한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시계의 추처럼 한 끝에서 다른 끝을 오가는게 내 마음이니까.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책.  그리고 사실 읽는 내내 뭐 이딴 책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  저자의 노고, 그 이상 이 책을 만든 종이가 되기 위해 죽은 나무의 노고를 생각할 때, 쓰레기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생각되지만...

 

각 chapter마다 저자의 논리가 바뀐다.  한 chapter에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 천명을 해고시킨 조치가 혁신이라고 나오고, 바로 다음 chapter에서는 휴먼경영을 부르짓는 미창과부스러운 책.

 

안철수는 위대하다라는 테마를 잡고, 이런 저런 뻔한 경영분야의 책을 인용하면서, 안철수가 읽은 책으로 양념을 하여 구성한, 정치판에 끼어들기 전에 출판되는 유명인사의 자서전 만큼이나 지리한 책.  소설작가라는 저자의 약력이 의심스러운 책.

 

부모님 댁으로 가서 쉬다가 운동하러 가는데, warming up하면서 볼 책이 없어서, 노친네가 '안철수'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 '속아서' 사온 이 책을 들고 갔다.  아마도 우리 집에서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 듯.  그나마 유용한 것은 도서 리스트인데, 이마저도 사실 여타한 경영자-성공에 대한 책에 대부분 나오는 책들이다.  시간낭비가 따로 없다.  좀 심한 표현으로 읽는 내내 역시 엄청 '빨아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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