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해부족인가? 단편보다는 장편이 좋겠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김연수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한국 현대문학읽기가 계속 이어져서, 지금까지 김영하, 천명관, 김중혁, 정이현, 은희경 (아직 읽지는 못하고, 몇 권 사두었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까지가 현재의 범위가 되는데, 개인적으로 받은 글의 느낌은 왠지 김중혁스럽다는 것.  둘이 친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 것일까?  뒤에 딸려오는 열페이지 가량의 평론은 읽다가 말았는데, 원래 평론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거니와, 요즘의 평론, 특히 책에 함께 엮어져 나오는 평론의 경우는 추천사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어 별로 눈이 가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는 장편으로 한 작가의 필력을 평가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단편을 더 선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장편을 엮어낼 힘이 없는 것인지, 책을 읽지 않는, 또는 긴 책을 싫어하는 요즘의 세태가 반영된 출판사의 의지때문인지, 단편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단편이 모이면 장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원리적으로 장편을 쓰는 힘과 단편을 쓰는 힘은 다른 것이라고 본다.  장거리 달리기와 백미터 달리기가 같을 수 없듯이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단편을 쓰는 일은, 함축성이나 기타 기교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장편보다는 쉽다고 본다.  일단 글이 짧다는 건, 그만큼 구성이나 흐름에 대한 부분의 고민이 적을 것 같고, 작가의 창의적인 생각의 길이 또한 길 필요가 없다.  책 한 권의 분량을 단편으로 줄여내는 형식을 빌어 단편을 쓴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실제로 단편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 그런 작업을 되풀이 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김연수 작가의 스토리에 공감하지 못했기에 몰입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일부분 분명하지 않은 문장체계는 읽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예컨데 등장인물이 몇 명인지, 누구의 이야기를 누가 하고 있는건지,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가 헷깔리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인데, 자주 읽은 부분을 또 읽게하여 살짝 짜증이 나게 하는 것이다.  아직은 나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김연수 작가의 글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종합적인 나의 평가는 미뤄질 수 밖에 없겠다.  한 두권 더 있으니까, 마저 읽고나면 조금 더 이미지가 분명해 질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