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정칼럼을 쓰고 있는, 이제는 40대가 되어버린 글쟁이다.  하루키 전작을 위해 하루키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에 연관된 모든 책들을 읽어내리라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이를 시작한지 어언 일년, 이런 책이 나에게로 왔다. 

 

내가 하루키를 처음 접한 것은 20대 후반의 일이고, 본격적으로 읽고 빼져들어간 것은 30대를 넘어서이니, 나의 하루키 감성은 하루키가 처음 작가로서 글쓰기를 하던 시절과 겹치는 셈인데, 다수의 한국 reader들과는 확실히 좀 다르다.  하루키는 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명세를 이어이고 있는 작가이니, 초기에 그를 읽은 한국의 독자들은 아마도 나와는 많이 다른 감성으로 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처음 하루키를 접했는데, 이때는 1987년, 올림픽을 하루 앞두고 발악하던 전씨와 민주화를 열망하던 온 국민이 박터지게 싸우던, 그리고 그 결과 6.10 항쟁을 거쳐 (조작된) 민주화 이양을 위한 노태우의 6.29 선언이 있었던 바로 그 해이다.  아마도 내가 읽었더라면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을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어떻게 보면 매우 시기적절하게 손에 들은 셈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이 때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아마도 저자가 느낀 하루키는 내가 추측하는 한국땅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어쨌든 고등학교 2학년으로서 처음 하루키를 접한 저자는 그 뒤로 그의 작품을 통해 온갖 인생의 슬픔과 혼란에 대한 '힐링'을 받았기에, 저자에게 있어 하루키는 그야말로 '북극성'같은 작가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세월의 감성과 감사의 결과물인 것이다.

 

하루키를 읽어온 사람이라면 많이 익숙한 하루키의 일대기를 위주로 그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이 마치 하루키가 사랑해마지않는, CD나 MP3가 아닌 턴테이블을 타고 흐르는 재즈의 선율처럼 잔잔하게 이어진다.  작가와 작품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작가와 작품을 어느새 닮게 되는 것일까?  저자의 글에서 하루키와 그의 작품의 톤을 느낀 사람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일종의 하루키 입문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이 책에서는 그간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에피소드가 하루키의 작품과 함께 녹아들어가 더할나위 없는 감성을 자아낸다.  그리고, 내가 살짝 속아넘어갔던 하루키와 저자의 대담 - 가상대담이다 - 은 읽는내내 너무 부러웠다, 가상대담임을 알게 되기 전까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봄직하다.  이미 쓰여진 책이니, 같은 책을 엮을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상상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맛과 멋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