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약 12시간이 조금 더 남은 2012년을 돌아보게 된다.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어떤 일이 있었는가.  개인적으로는 사무실을 오픈하여 운영하고 한 해를 살아남은 것이 career상으로는 가장 큰 일이고, 그 밖에는, 잘 모르겠다.  건강은, 일주일에 5-6일을 꾸준히 단련할 정도의 체력, 그리고 힘 - bench press 225 lbs, squat 185 lbs, 등등 최고치를 많이 경신한 해이기도 하고, 운동시간이나 내용도 2011년보다 훨씬 더 좋아진 해.  2013년은 회사가 더욱 성장하고, 검도를 다시 시작하며, 책은 좀 덜 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을 먼저 보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술도 좀 적게...-__-:

 

12/31/2012. 금년의 마지막 하루를 역시 책과 운동으로 보내게 될 것 같다.  천명관 작가의 책과 함께 다른 영어책을 읽고 있는데, 일단 몇 개 정리해본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득템 - 여간해서는 올리지 않는 이야기지만 - 이야기도 쓰련다.  서친님들의 부러움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여러분!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이넘도 이번 해가 끝나면, 본격적인 재테크에 들어가겠구나 싶다.  그러나 바꾸네가 이넘을 잡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두고볼 일이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흑임자' 김중현 작가의 책인데, 그의 작품에서 내가 읽은 첫 번째가 된다.  전파를 검색하며 돌아다니는 이통사 직원인 주인공, 그리고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연상시키지만, 적어도 내눈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지도상에도 없는 고리오 마을, 그리고 그곳 사람들.  군부대의 실험으로 만들어지는 좀비들.

 

여기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전부라고 하면, 나의 책읽기는 여전히 shallow한 것일까?  솔직히 작가에 대한 흥미만큼의 재미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직 김중혁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장군'의 정형화로 우리 시대에는 이미 굳어진 대머리의 이미지 - 전 세대에게는 쬐끄맣고 새까만 썬그라스를 낀 그자였다면 - 가 여기서도 사용되는 것에 어쩌면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좋게 그려지지 않으니까. 조금만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함은 '고래'에서 이미 그 떡잎을 볼 수 있었겠지 싶다.  시대와 스토리를 교묘하게 엮어 서술하는 그의 책은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의 평처럼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면 망상일까?  금복의 몸에서 남자의 생식기 - 는 아니지만 - 가 돋아나며, 그녀가 사실상의 남자로 바뀌는 부분은 특히 돼지꼬리가 생각나게 했으니.

 

아~ 살아있는것, 육신이 있는것은 모두 허망할 다름이니, 아무리 아름다운 처자라고 해도, 백년후에는 모두 땅속의 송장이되어 썩어가게 될 터.  잡념과 망집을 버리는 것에서 깊은 자기성찰과 내면의 발전이 시작될 것이다.  영락을 거듭하다가 종국에는 사라져간 금복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이 장편을 어제 다 읽었다.  슬라보필과 웨스트필의 사상적인 논쟁, 러시아에 대한 상징성,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표징과 상징성이 골고루 다뤄진 것 같다는 말 외에는 아직도 나의 머리는 조금 덜 이해하고 있다.  이럴 때에는 다른 사람이 쓴 입문서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데, 도스토옙스키를 볼 때 큰 도움을 받는 책은 위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책이다.  이 제목 자체가 사실 '백치'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 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물론, 위 책에서 다룬 '백치'에 대한 내용은 정확하게 떠오르지도 않거니와, 그 해설이 객관적으로 정확하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더 거론하기 힘들다.  아직은 문학초보에 불과한 나이기에, 여전히 classic 문학읽기는 더디게 한 걸음씩 진행되는 만행에 가깝다.  몰라도 그저 읽고 읽고, 또 읽으면 언젠가 깨달음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2013년에도 나의 문학읽기는 이어질 것이다.  과연 내년 이맘때 내가 조금이나마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런지? 

 

엊그제, Logos에 갔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는데, 로버트 섀클리의 문고판 - 모두 절판되어 있는 - 작품을 세 개나 찾은 것이다.  좋은 상태였는데, 합쳐서 지불한 가격은 약 7불 정도 (세 권)이니까 괜찮은 구매였지 싶다.  이로써, 한글판 불사판매 주식회사외에 그의 작품은 4개를 갖게 되었다.  모두 사회현상을 바탕으로 한 미래 SF라서 단순한 활극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섀클리인지라,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된다.

 

'Philgrimate to Earth'는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둔다.  다른 작품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 또한 천천히 하나씩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기득권, 신분계층간의 갈등, 이런 이유로 갈라진 사회는 셰클리가 특히 즐겨 활용하는 테마인데, 그는 단순한 SF작가가 아닌,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고발형 SF작가라고 할 만큼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던 것 같다.  알흠다웠던 가카치세를 넘어 이제 영애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인에게 한번쯤 읽기를 권하고 싶다.  51%의 그대들이 바란 세상이 무엇이었던 간데, 그대들 대다수의 이익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영애께서는 어떤 영도력으로 충실한 애비의 아바타 노릇을 할런지?  참으로 요상하게 기대되는 2013년 되시겠다.  

 

서친님들 모두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교류 계속 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 역시 무공이나, 서공이나 모두 절차탁마가 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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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에도 현대물 고전물 골고루 읽고 좋은 글 남겨 주십시오.도스토예프스키의 진짜 애호가는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보다 <백치>나 <악령>을 관심있게 읽는다는 말도 있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1-01 16:13   좋아요 0 | URL
노자님! 좋은 격려에 감사해요. <죄와 벌>의 스토리는 <백치>보다는 이해하기 쉬웠고, <악령>은 예전 대학 강의교재로 좀 본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있었던 일종의 러시아판 프락치 사건의 재구성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곧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도 러시아의 대문호지만, 왠지 가난하고 어렵게 살았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더 마음이 갑니다. 아! 전 체호프도 좋아합니다만.

탄하 2013-01-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정말 득템하셨네요. 저는 유일한 한글표지인 <불사판매 주식회사>에 마구 관심이 갑니다. 근데 왜 좋은 작품들을 절판상태로 놔둘까요? 이 책은 저의 부활소망도서 보관함에 넣어야 겠습니다. 절판이라니 더 궁금해요.^^

김중혁의 <좀비들> 표지를 보니까 김언수의 <설계자들>이 생각났어요. 두 권 다 회색표지에 '~~들'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제가 읽어보려고 찜해뒀던 책들이거든요. 그렇게 찜해뒀다 읽은 작가가 천명관이었는데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더랍니다. 올해는 저도 김중혁과 김언수를 모두 만나보고 싶네요. 트란님 서재에서 자극을 팍팍 받고 있습니다.

이제 그곳도 2013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지금 막 새해를 향한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고 계실 듯. 새해를 향해 계획하신 일들 순조롭게 잘 이뤄지고, 특히 회사에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서공이 깊이 쌓여가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참! 그리고 2012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검은 바탕에 금색 엠블럼이 무척 위엄있어 보이는걸요?^^

transient-guest 2013-01-01 16:17   좋아요 0 | URL
헌책방을 드나들면서 가끔 저렇게 득템을 하기도 한답니다. '불사판매 주식회사'를 처음 보았을때만해도 그냥 SF로 알았는데요, 나중에 작가를 리서치해보니 저런 background가 나오고, 더 흥미가 가더라구요. 'Status Cilization'도 참 특이했는데, 책 상태가 안 좋아서, 크리스탈 접시를 손에 든 기분으로 조심조심 읽었지요.

김중혁 작가의 '좀비들'은 좀 이해를 못했지만, 다른 작품들을 함께 읽으면서 배워갈 듯 합니다. 한국의 현대작가들을 읽는 재미는 외국의 작품 혹은 고전문학과는 또다른 맛이 있네요.

2013년은 무엇인가 좀더 이루고 도전할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2년 서재의 달인'...저에겐 좀 과분하지만, 그 덕에 플래티넘 회원자격을 일년간 유지할 수 있겠네요. 더 열심히 읽고 써보렵니다. 금년보다는 더 좋은 리뷰와 페이퍼를 써서 더욱 많은 분들께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