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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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의 작품들은 elaborate한 가상의 사건보다는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얼마전에 읽은 것 같다.  그런 점들, 즉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한 관심과 재구성은 세이초를 단순한 추리소설 장르를 넘어선 다큐멘타리 작품을 쓰게 만들기도 했는데,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이런 세이초의 작품성향은 그를 '사회파'작가라는 일종의 코드로 분류하게 하였고, 지금까지도 이 '사회파'라는 장르는 후학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 

 

이전의 작품들은 추리성이 낮아서 가히 사회파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현실적이고 사건서술적이었기에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는 조금 낮은 감이 없지 않았었는데, 동서에서 모아놓은 책들은 그래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추리소설로써의 feature가 더 배어나오는 것 같다.

 

전후 일본의 어느 날.  월급날이 돌아오는 대기업은 당장 부족한 자금조달을 위해 뒷거래로 어음결제를 하여 돈을 빌리는 작업을 하게 되어, 3000만엔짜리 어음을 결제해주고 이에 준하는 돈을 은행에서 빌리기로 한다.  일말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어음을 결제해준 담당자는, 그러나 돈을 받지 못하고, 전부가 은행의 자리를 교묘하게 빌린 사기사건임을 알게 된다.  작품에서 이야기하기를 흔한 수법이라고 하는데, 일단 이렇게라도 얻어진 어음은 제 3자로 넘어가면 이후로는 bona fide purchase로 인정을 받아 최초의 사기와는 관계없이 현금화가 가능한 모양이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 일본답게 - 담당자는 자살을 택하고, 책임자는 지방으로 좌천되며, 회사는 신용과 평판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기사건은 그렇게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자살한 담당자가 아끼전 부하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순전히 인간적인 이유 - 자신이 은혜를 입었다는 - 로 아마추어의 관점에서 사건을 쫒게 된다.  그러면서 하나씩 둘씩 나타나는 사건의 실체에 전후 일본을 만들어 가던 음지의 이야기 - 우익 폭력단, 어음사기, 연관된 우익 정치인 - 가 나오면서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 시기의 일본은 전전의 우익과 전후의 우익 폭력단이 세대교체를 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보다도 훨씬 더 공공연하게 정치권과 연계한 활동을 한 듯하다.  우리에게는 명성황후 시해로 알려진 현양사라는 - 제국시절의 우익 폭력단 -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 등, 사회파의 작품답게 눈을 뜨고 잘 보면 전후 일본의 시대상을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읽은 이전의 작품들보다는 좀더 본격적인 추리를 요하는 것 같아, 서술적인 문체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재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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