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검은 고양이' - 수많은 아류작이나 동류작품들과 혼동되기는 하지만, 포의 작품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모르그가의 살인' - 후대 명탐정의 모티브가 된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 '어셔가의 몰락' 등등이 많이 알려져 있고, 이들을 포함한 단행본의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예전에 영문판으로 구했던 포의 전집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바로 이 '우울과 몽상'인데, 포의 모든 소설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를 다시 환상, 풍자, 추리, 공포의 네 장으로 나누고 이에 맞는 소설들을 각각의 항목하에 분류해 놓았기에 각각의 작품이 어떤 장르로 나뉘어지는 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이 분류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작가의 연보와 평론까지 합하면 800페이지가 훌쩍 넘기에 책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 무려 28,000원 - 다행스럽게도 깨끗한 중고카피를 반값에 구할 수 있었다.  온라인상으로는 조금 다르겠지만, 알라딘 중고매장에는 여러 카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추리/공포 뿐만 아니라, 포의 일생을 지배한 그의 mysterious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사료급 모음집으로 생각된다.  포의 황당한 생의 결말만큼이나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처음 접하는 것들이어서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홈즈의 에피소드 중 오귀스트 뒤팽의 추리를 과학적이지 못한 것으로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데 - 아마도 코난 도일의 의견이었기지만 - 이는 전적으로 fair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그가의 살인'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다.  뒤팽과 화자의 조합은 훗날 홈즈와 왓슨으로 대표되는 2인조의 원형을 제시하고 있고, 특이 이들의 shut-in 성향 또한 홈즈가 고스란히 이어받기에 이런 점만으로도 홈즈는 뒤팽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포가 만든 토양에 뿌린 씨가 활짝 피어난 것이 코난 도일의 221-B Baker Street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PS. 7-13-2012: 오늘 갑자기 떠오른 생각. '포, 그 자체'라는 제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맛블로거의 글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ho, 그 자체'로 말이다.  내가 Pho를 좋아하기는 하지만서도...

 

PS2. 7-13-2012: '우울과 몽상'이 base로 했다는 영어판 Poe의 컬렉션에는 노이자트님이 지적하신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 들어있다.  그 뿐만 아니라, Poe가 쓴 시도 모두 모아놓았다.  난 이걸 다른 버전으로 2권인가 가지고 있는것 같은에, 엊그제 사무실 근처의 Barnes & Noble에서 재고세일하는 걸 보았다.  몇 권 더 사놓았다가 서친들께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오늘까지는 생각으로 그친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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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0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ut-in 이 포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일까요? 포 작품을 읽기는 했을텐데 기억에 남아있는게 없네요. 세이초 작품을 마저 읽고 나서, 포 작품도 읽어봐야겠어요. 이번엔 제대로, 말이죠.

transient-guest 2012-07-07 01:47   좋아요 0 | URL
뒤팽이라는 창조물도 결국은 포의 사유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지 싶어요. 뒤팽과 홈즈는 많이 닮은 케릭터라고 봐요 - 홈즈 = 뒤팽 2.0이라고 하면 좀 이상할까요?

제가 리뷰를 쓰기 시작한 이유인데요, 나이가 드니까 책을 읽고나면 금방 내용을 잊어버리더라구요. 그나마 이렇게 조금이라도 남겨놓으면 좀더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서 계속 정리하게 되네요.

포의 전집으로 쭉 읽어보셔요. 느낌이 또 다를 듯.

노이에자이트 2012-07-0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는 <아더고든 핌의 모험>은 없군요.이게 포의 유일한 장편이죠.

transient-guest 2012-07-08 08:50   좋아요 0 | URL
제목이 낯이 익네요. 이건 따로 구해서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아니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포 컬렉션에 있는지 찾아봐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