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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이제는 거의 읽지 않게된 한 작가의 예전 장편에서 인용된 시의 하나로 기억되는데, '예전에 한 소년이 있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으리라 생각하며 살았답니다'라는 귀절이 있다. 지금와서 보면 그 작가의 창작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과 희망을 간직하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비싸지는 기름값. 환경오염. 시장주의-자본주의가 극에 다다른 듯한 불안감. 이런 것들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 사실상의 대공황을 야기한 - 이후 계속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김비서, 문비서, 서비서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이 친MB뉴스를 쏟아내던 그때, 경제학자들을 인용해가며 나온 말이 '돈을 쓰지 않아서 문제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펌프질로 물을 퍼내려면 처음에는 물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처럼, 현 경제의 문제는 market에 돈이 풀리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걸 보면서 what a bull-shit이라고 생각했다. 내 관점으로는 성장위주의 market economy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어떤 임계치에 다다랐기에, 이제는 새로운 paradigm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황당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치부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내 생각은 같다. 즉 가까운 미래에는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벌어서, 필요한 만큼을 낭비없이 충족시키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살짝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2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벌써 저물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그간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하여 '육식의 종말' 이나' 노동의 종말'같은 책에서 미래를 예측해왔다. 그의 말에 의하면 3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혁명 그리고 수평적인 혁명이 될 것이며 이는 단순히 에너지 시장 뿐만 아니라, 인류가 좀더 나은 종으로 진화해가는 계기 - 필요에 의해 촉발되는, 하지만 지속하게 될 - 가 된다고 한다.
PC와 networking이 이미 경제구조를 바꾸었듯이 분산된 에너지 생산도 모든 것을 수평적인 구조로 바꾸고 이와 함께 우리의 생태계, 생물권에 대한 인식구조까지 바꾸게 된다는 저자의 강변은 그리 먼 미래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당장 가카가 사랑해마지않는 선진국들은 모두 이를 염두에 두고 강한 인센티브와 함께 각 가정/상용건물에 태양열 발전판을 달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사막이나 구릉지대가 많은 나라들은 이를 이용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곳곳에 세우고 있다. 전력소모가 많은 공장들의 경우 자체발전을 통해 필요한 전력의 100%이상을 생산하는 곳도 많은데, 이는 한화로 연 1억원 이상의 operation cost를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 이게 바로 한국을 제외한 발전한 국가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신모델이다.
얼마전 한국뉴스에서 여름의 전력난이 벌써부터 걱정이고, 정부는 강한규제와 벌금물리기로 이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한다. 웃기지 않는가? 마구잡이로 건물을 짓도록 규제를 다 풀어주고, 생태계, 환경, 및 에너지절약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설계로 짓도록 한 그 수많은 건물들 - 아파트, 고층빌딩, 고급주상복합 - 이 양산된 것은 정부의 덕인데, 이제와서 그 덥고 습한 날씨를 가진 한국의 여름 내내 단속으로 일관하겠다니. 그야말로 지나가던 쥐새끼도 거꾸러져 웃을 노릇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이 어떻게 허울만 좋은 경제대국이 되어갔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얼마나 많이 뒤져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미국/유럽모델이 다는 아니다. 하지만, 시도도 하지 않고 오히려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그 행태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하기사 그들에게 한국이란 한탕 잘 걷어서 대대손손 먹고 살다가 안되면 다른 나라로 돈싸들고 가버리면 되는 곳이니까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미 세계의 생물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이런 유기적인 feature를 이해하여 정치/경제/산업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람, 또 이런 나라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도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말이다.
올바른 mind가, 많은 사람들의 올바른 mind가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가 이 과정을 제대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향후 50년 안에 멸절될 수도 있다고 많은 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자본주의, 시장주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라는 하나의 종을 아우르는, 아니 이 지구상의 생물권 전체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여기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살아가는 내내 화두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