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간 다양한 저술과 기고를 통해 다른 학문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다원화하는 이른바 '통섭'을 주장해온, 그리고 과학과 생태학을 좀더 접근하기 쉽게 대중에게 설파해온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은 그야말로 배부른 책과 이야기의 잔칫상 같았다.  특별히 밑줄을 그으면서 읽게 하는 촌철살인의 멋진 글을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flow를 가진 책인 것 같고, 여기서 소개된 다양한 생태학의 책들은 이후 모두 구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그야말로 길라잡이 되는 책이다.  과학이나 생물 등 이공계분야와는 담을 쌓고 지낸 나로서는 역사학도, 그리고 법전문가로서 과연 나의 길과 이공계의 길을 '통섭'할 수 있는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설레인다.

 

일부분 내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몇 가지도 보였는데 예를 들면, 그의 독서관이다.  기왕에 시력을 희생하면서 독서를 하려면 '기획독서'를 하라는 것.  즉 '취미독서'와 '기획독서'라는 이분법을 통해 전자는 남는게 없는 '공허한' 것이라 하고, 후자는 목적을 가진 독서방법으로써, 어떤 분야의 전문지식을 높이는 것이라는 그의 theory는 무리하다 못해 무례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취미'와 '기획'독서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다고 보지는 않기에, 그리고 취미독서를 통한 다독을 통한 자기성찰과 사색, 이슈탐구, 더 넓은 독서로의 길 확보 등 여러 결과물 - 굳이 이를 찾아야 한다면 - 이 있기에 '기획독서'만이 전문지식을 넓히는 방법이라 볼 수는 없다. 

 

또한 생태학자답게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안타까움과 약간의 비판을 드러내지만, 이는 대부분 참여정부시절의 새만금 - 나도 엄청 반대한 - 이야기에 국한되어 있다.  일견 책에 모아놓은 글들이 모두 pre-명박군 시절의 것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물론 끝에 가면 - 약 2008년 정도의 글 - 일부 4대강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끝끝내 이를 거론하지 않고 넘어갔음은 왜일까?  교수라는 자리, 위치, 아니면 개신교인으로서의 자리?  특히 의심하게 한 것은 그의 에드워드 권 사랑.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기기에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권을 세계적인 chef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반감과 최재천 교수라는 사람의 character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기타 진화론 및 유전자적인 접근에 대한 책은 소개하면서, 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거론하지 않았을까?  이 역시 저자의 종교성향이 학문에 미치는 influence를 생각하게 하였다. 

 

끝으로, 일부 같은 내용 또는 표현이 다른 글 곳곳에서 거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다시 쓰인 점도 매우 아쉽다.  책이라기 보다는 기고했던 글들 모아놓은 것 같아 조금 그랬다.  이런 부분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학생 때부터 같은 표현과 문장을 repeat하지 않도록 배웠기에 이는 읽는 내내 나의 눈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래도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기에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특히 파브르 곤충기가 10권 모두 완역되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바로 보관함에 넣어 놓았다.

 

PS 하나 잊어버리고 쓰지 않은 이야기.  책 중간에 정부의 지원을 받은 어떤 학술대회를 이야기면서 저자는 "건국 60주년을 맞아"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이 과연 대회의 official term이라서 인용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사관을 보여주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위에 거론한 이슈들을 다 빼고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전형적인 친일-독재-극우-반동세력들이 친일행위와 자신들의 '짓거리'들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며, 이어가려고 획책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저 표현 '건국 60주년'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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