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왕비의 유산 - 개정판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8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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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른 책에서의 출전을 보니 이 '인도 왕비의 유산'은 무려 해방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일역본을 다시 한역하여 들여온 것이었겠지만...

 

플롯은 매우 간단하다.  프랑스의 어떤 박사가 유산으로 받게 된 약 5억 프랑이, 동일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독일의 과학자와 나누어 갖게 된다.  프랑스의 박사는 인류의 이상향을, 독일의 박사는 The Lord of the Rings의 악의 세력의 묘사를 떠올리게 하는 철의 도시를 건설한다.  각각의 목표는 서로의 대착점에 있는데, 완벽한 선의 도시를 건설한 프랑스 박사를 증오하는 철의 도시는 오로지 무기개발과 판매로 유지되는데, 언젠가 끔찍한 방법으로 프랑스 박사가 건설한 도시를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고전답게 happy ending으로 끝나지만, 무엇인가 찜찜한 여운이 남는데, 이는 절대선으로써의 독선이 아닐까 싶다.  이는 거의 마지막 부분, 철의 도시가 독일 박사의 실수로 괴멸된 후 이를 접수한 프랑스 박사의 말에서 엿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슈탈스타트를 부흥시킨 다음, 그곳에 무기공장을 차리고 싶다.  그러면 앞으로는 아무도 우리를 공격할 꿈조차 꾸지 못할 것이야.  그러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해질 테니까, 가장 강력한 동시에 가장 정당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평화와 정의의 혜택을 세계 만방에 퍼뜨려야 해...우리 셋이 힘을 합치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 같다...'

 

지난 세기의 반을 집어삼킨 양차 세계대전, 그리고 나머지 반 가까이를 소모시킨 냉전의 양극화가 끝나고 짧게 이어진, '절대선'을 표방하는 미국의 단일화 체제에 이은 다극화시대의 어디쯤이 이 소설과 맞아떨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위대한 작가의 혜안은 놀랍기만 하다.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일견 섬뜩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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