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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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성각은 유수신문사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인데, 환경운동과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상으로 '생태주의'작가라고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오십줄에 접어들어서 비로소 가능해진 그의 귀향 내지는 귀농과 함께 이루어진 독서, 그리고 이에 대한 후기들의 모음인데, 다양한 매체들을 통하여 앞서 소개된 바 있다고 한다.  '어설픈 시골'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관점과 분석은 이제까지 장정일이나 로쟈, 그리고 그 외 다수의 '책에 관한 책'들로 접한 것들과 또 다른, 내 가슴을 울리는 그 무엇을 제시한다.

 

이 리뷰모음의 넓은 테두리는 물론 환경과 생태인데, 그렇다고 하여 저자의 시각이 편협하지는 않다.  다만, 독재에 저항하였던 경력, 그리고 그처럼 비주류에서 풀뿌리 환경/생태운동이 그야말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소수이며 아웃사이더일 수 밖에 없기에 최성각의 '독서잡설'은 좀더 날카롭고 솔직한 분석에 근거한 서평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어두움과는 다른 어떤 처연함과 슬픔을 느끼게 해주었다.  버림받은 것들, 버려지는 것들, 하찮게 보이는 것들,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이런 존재들에 대한 슬픔일까?  읽는 내내 밑줄을 치고 공감하며 그렇게 하룻밤을 세웠다. 

 

예전 같으면 한 250-300여 페이지에 들어갈 글인데, 활자의 크기에 맞게 400페이지가 넘는 내용과 이에 더해 수 십페이지 분량의 환경/생태 분야 책을 소개한 것이 특히 만족스럽다.  요즘처럼 예전 활자 크기로 반권 남짓한 양이 버젓히 책 한권의 종이를 낭비하는 세상이기에 나는 이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거기에 굉장히 좋은, 하지만, 주류에 오래 머물기 어려운 책들도 많이 소개해 놓았다. 

 

끝으로 그의 후기에 보여지는 특정 인물에 대한 관점이나 분석은 매우 날카롭다 못해 비판적이기까지 한데, 여기에는 다수의 '존경'받는 사람, 또는 받들어지는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관점의 차이겠지만, 이런 부분은 일부 수긍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평가를 하는데 있어 그는 좀더 순수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삼성을 말한다'의 김용철 변호사의 공과, '부탄'이라는 나라로 대표되는 포장된 '행복한 가난' 신드롬의 허상, '간디'의 카스트제도 옹호에 대한 이야기들이 특히 신선했다.

 

"풍요가 '행복해지기'의 한 부분일 수는 있어도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가난이 너무 쉽게 미화되거나 권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한 해에 3,800만 명이 굶어죽고 8억 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가난은 행복은 커녕 가장 본래적인 인간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산업사회에 속해 있으면서 산업사회의 여러 난공불락의 문제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관념과 낭만성이 바로 여기 '부탄 이해'에도 있는 것 같다.  공공연한 사실에 대한 고의적인 은폐와 적극적인 왜곡이 그것이다...'가난이 불행의 정대조건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와 '풍요가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는 섬세한 주변 살피기와 냉정하고 무서운 자기비판이 동시에 수반되지 않으면 자칫 불필요한 오해나 거부감을 촉발하거나 공허한 이야기가 되기 쉬울 것이다"

 

'책에 대한 책'이 입신양명 또는 등단에 많이 사용되는 요즘 특히 귀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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