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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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감이 있지만, 워낙에 이 책이 나온지 조금 지나서 읽은 덕에, 그리고 그간 개인사정으로 정리가 쉽지 않았던 덕에 이제야 이 후기를 올리게 되었다.  이 책 역시 한국에서 넘어오는 비행기편에서 읽고 정리하였는데, 글이 잡히지 않아서 지금까지 미루어두었다.  내용이 중요한만큼, 가급적 '장정일의 공부'나 내가 자주 들려 배우는 서재들의 리뷰형식을 차용하여 보다 더 세밀한 분석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다만 항상 노력하는 바이지만, 내용정리는 책을 읽으려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 가급적 최소화 하려한다.

 

'나는 꼼수다'의 든든한, '목사아들돼지'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는 크게 청년보수이던 그가 사회적인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 주류보수의 본질적인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탈보수하게 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한 가지로 보이지만 기실은 다양한 보수의 부류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놓은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왜 우리나라의 주류보수는 유독 '보수'를 규정하는 다양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부정/배신하고 소위 말하는 '꼴통'의 길을 가는지, 그 근원적인 부분, 특히 대한민국의 주류 종교세력인 개신교의 주류세력을 이루는 이른바 유사종교세력 (이것은 내가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다)과의 결탁 내지는 정치세력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었다.  테마만 생각하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김용민 특유의 유머와 글빨덕에 전혀 지겹거나 어렵지 않게 주류보수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소년-청년 보수 김용민은 왜 보수를 떠났는가?

독실한 개신교 집안의 목사 아들로 태어난 그는 태생부터 보수적일 수 밖에 없던 것 같다.  성서를 근거로 한 종교적인 배경과 집안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그의 정신에 배어든 보수적인 가치관은 유사언론매체의 탐독을 통해 깊어졌다.  다만 그의 회고에 따르면 '꼴통'은 아닌, 최소한 좋은 보수와 나쁜 보수를 구분하는 눈과 귀는 열려 있었던 듯 하다.  사실 보수의 가치관은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 규정할 때, 그리고 그 전통이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도덕, 예의, 충의, 등의 유교적 덕목의 전승이라 할 때, 최소한 '꼴통'이 아닌 진정한 보수는 진지한 대화상대가 될 수도 있음이다.  즉 어린 김용민은 일종의 순수보수 - 순수한 진보와 맥이 통할 수도 있다, 마치 극보수와 극진보가 통할 수 있듯이. 

 

그의 이런 순수한 환상은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디딘 극동방송에서부터 삐걱거리게 되는데, 극동방송은 김장환 목사라는 사람이 이끄는 개신교 계열의 방송사이다.  김장환의 프로필은 책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 그는 미국=선 이라는 매우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듯 한데, 미군부대의 하우스보이에서 유학 후 목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겪었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친미적인 사고가 아니라, 목사의 신분으로 부적절한 정치활동/언행, 행패, 및 남용임을 김용민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내가 주목한, 그리고 현 유사종교계의 큰 문제점들 중 하나인 이슈는 여기서 교회 내지는 교회재산 및 관련 시설과 부속인원의 사유화이다.  물론 그 정점에는 '목회자' 행세를 하는, 심지어는 자칭 하느님과 예수님의 친구이며 '생명책'이란 것으로 신도들의 '천국행'을 '좌지우지' 한다는 '목사'들이 있음이다.  체제비판죄에 해당할만한 이유로 김용민은 여기서 쫓겨난다.

 

이후 입사한 다른 회사에서는 노조건으로 쫓겨나는 김용민은 비로서 이때 '보수'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  아니 정확하게는 현 주류보수가 장악한 '보수'의 현실에 눈을 떴다고 볼 수도 있겠다.  역시 일반적으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라고 하겠다.  어쨌든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는 노대통령 서거이후 계재한 글로 인해 당시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지금까지 비주류언론을 통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보수에도 계파와 종류가 있으니:

그가 규정하는 보수의 구성은 (1)모태보수, (2)기회주의 보수, 및 (3)무지몽매 보수인데,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회주의 보수라고 하겠다.  모태보수는 바람직한 형태로 발전한다면 진보의 진정한 대척점에서 토론과 절충의 상대가 될 수 있고, 무지몽매 보수는 그들의 사회-경제-계층적, 그리고 교육적인 특성상 '의식화' 내지는 '교육'에 따라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향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주의 보수는 우리가 흔히 보는 보수의 모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은 일종의 '유사보수'집단인데, '유사진보'의 한 갈래인 '입진보'와 같은 악질적인 집단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유사언론'인셈.  여기에 기회주의 보수보다 더 위험한 (4)자본주의자 보수가 있는데, 이들은 돈으로 보수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까지도 조정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집단이라 하겠다.

 

각각의 규정과 성격에 따라 이를 분류/분석하고 이후 이 보수세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agenda를 파는지, 어떻게 일반대중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입을 닫아버리는지, 이때 특히 검찰장악을 통한 정략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에 대한 분석 또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놓았다.  이는 '당근'과 '채찍'으로 비유될 수 있는데, 예컨데 당근은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선전되는 이들의 '욕망'에 기초한 agenda - 뉴타운이나 부동산 개발공약 같은 -이라면, 채찍은 정치적인 검경장악을 통한 끊임없는 반대의견/불평분자 - 라고 쓰고 깨인 사람들이라 읽는다 - 를 각종 고발고소로 괴롭히는 것이다.  가카정권하에서의 수많은 시국사건관련자들의 고발고소를 생각하면 쉽게 형상화 된다.  일례로 광우병 보도에 관련된 PD수첩 고소고발건, 정치인 구속-고소고발건, 미네르바 사건, 주진우-시사인 고소고발 등, '닥치고 정치'에서 말한 '금융사기단' 성격의 괴롭히기는 이런 채찍이 어떻게 휘둘러지는지를 보여주는 것.

 

유사보수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자:

여기에는 총선/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탈취 뿐만 아니라 강력한 후속조치 및 대중의 넓은 참여가 필요된다고 김용민은 역설한다.  김대중-노무현의 10년 치세에 이루어 놓은 민주정치철학과 근간은 대중의 욕망, 경제적 고통, 행정관료들의 농간을 교묘하게 이용한 유사보수세력에 의해 금세 도루묵이 된 것을 볼때, 진정한 대한민국 구출의 시작은 2013년부터인 것이다.  즉 강력한 실력행사를 통한 일종의 정리인데 크게는 국익과 민의와는 무관한 행정관료세력, 검경세력, 및 정치세력의 세력약화.  여기에 이은 국민들의 꾸준한 참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보의 현실정치능력과 대중파악능력.  요컨데, 진보는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딛고 진흙탕을 구르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agenda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면 '반동'의 시절은 언제나 우리 옆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2013년을 흐지부지 보내버리고 조중동류의 양비론과 물타기로 5년을 보내면 가카시절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가카는 언제나 우리곁에 있다.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이외에도 현 정세분석등 다양한 내용과 실질적인 예가 들어있는데,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부분들을 위주로 정리하였다.  쓰고나니 원래도 못 쓰는 글이지만 더욱 그렇게 되어버렸다.  토론거리도 되지 못하는 관점과 글쓰기니만큼 책을 구매하는데 참고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요즘 같이 추운 세상에 이렇게라도 이들의 활동을 돕고 싶다.  '닥치고 정치', '달려라 정봉주', '조국현상을 말한다', '나꼼수 뒷담화'등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 외에도 다른 정치-사상 관련 서적을 읽고 싶은데, 어찌하랴, 다시 한국에 나갈 때 구하거나, 이 transition이 지나면 구해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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