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나온 연도를 보니 2006년이다.  이 시기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5-7권대와 겹치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내가 지레 짐작한 가장 최근의, 좀더 진화한 독서일기는 아닌 것이다.  추측하건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이어지는 그의 독서후기 모음과 함께 좀더 다른 방향으로, 깊고 세밀한 일종의 독후감 - 이전의 리뷰 모음에서 간혹 보이던 - 형식의 글짓기를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매우 많은, 그야말로 자신이 읽은 거의 모든 책의 리뷰를 넣었던 독서일기와는 달리 이 책은 대략 스무 서너가지의 테마에, 각각 두세네권 정도의 책을 비교평가하고 있다.  그래도 근 백여권이 되는 책들이니만큼 다양한 책과 저자, 그리고 사회-정치-역사 등의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 나름대로 남은 장정일의 글들을 추려보았다.

 

1. 귀화 백인이나 한국인과 결혼한 백인들은 IMF 직후 피상적인 한국병을 진단하는데 잠시 이용되기도 했으나,...그들 본연의 역할로 돌아갔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전근대성에도 나름의 미덕이 있다는 면죄부를 발부해 주고, 한국인의 서구 콤플렉스를 위무해 주는 바로 그런 역할 말이다.

- 미녀들의 수다 등의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그리고 유명세를 탄 다른 외국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생각난다.  왜 그들이 우리 문화 (까지는 이해를 하겠다쳐도), 아니 우리 남녀와 결혼을 하는 것에 우리는 감지덕지하는 모습을 보일까?

 

2. 매년 사고사, 의문사, 자살, 구타와 정신병으로 죽거나 다치는 숫자가 소규모 전쟁터에서 죽는 숫자보다 많으니, 한국군은 매일 전쟁 중이라고 해야 할까?

- 2000년 국정감사 기준으로 연 평균 300면이 군대에서 사망한다고 한다.

 

3.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우익이 걸핏하면 꺼내 드는 '안보 위기' 정략의 원류다.

- 아직도 그렇다.  김정일 사후 특급 뉴스로 근 열흘 이상 계속 다루어지던걸 보면...

 

4. 승리는 항상 상황을...임기응변을 이용하고...자의 것이다.  반면 패배에는 승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불변의 법칙이 있다.

 

5. 통치 계급과 거기에 기식하는 지식인들은 대중이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6. 동서고금을 통틀어 후대 사람들 특히 역사가들은 권력에 빌붙은 지식인을 미워한다.

- 대운하-4대강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며 TV출연하던 교수들, 정권에 빌붙는 작가들, 법조인들, etc. 보고있나?

 

7. 우리나라 학자들이 공부는 잘하면서 외국 이론을 수입하는 수입상이 되거나 자신의 지력만큼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은 학문을 하게 된 동기나 연구의 목적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 내 생각에는 그 잘하는 공부를 일정한 지위에 오르거나 나이에 오면 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 더 큰 이유같다.

 

항상 느끼지만 같은 책을 읽고 분석하여 글을 써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분야의 책 뿐만 아니라 이런 책에 관한 또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분석을 자꾸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독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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