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폰을 켜고 뉴스를 찾았다.  여기 오전 5-6시면 한국은 밤 9-10시.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으로 당선이 되었음을 알았다.  일단 서울시민 여러분 축하한다.  다음번 선거때는 투표율이 80%는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일단 정권심판, 대선 전초전, 정당정치의 한계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던 이번 보궐선거는 시민의 지지를 업은 진보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홍반장이 애써 이긴것도 아니고 진것도 아니라는 아리송한 표현으로 의미축소를 하지만, 투표율 50%에서 7%이상의 편차가 나왔다면 박원순 변호사의 압승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서울시 보궐선거의 의미때분에 다른 지역의 보궐선거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진보연합은 이 부분에 대한 반성과 개선책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김용민 '조국현상을 말한다'에서 걱정한 '뒷치다꺼리'가 박원순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서울시는 그간 이어진 토목시장들의 발호로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태이다.  산지사방을 파헤치지 않은 곳이 없고, 돈과 시멘트를 갖다 붓지 않은 곳이 없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번에는 counter-reformation의 계절이 혹독하게 몰아칠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야대형국의 시의회가 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impact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총선결과에 따른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일단은 김용민의 theory가 어디까지 타당성이 있는지도 약간을 볼 수 있는 기회. 

행복한 상상이라면, 이 기세를 모아, 합리적인 야권통합 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는 것이다.  이정희 의원, 손학규 대표, 유시민 대표, 문재인 등등의 지분을 다투지 말고, 결집하여 한 기치아래서 싸워야 한다.  원래 많은 사람이 모이면 모두 같은 의견일 수는 없는 거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그때 그때 다투고 양보하면 될 것이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뛰쳐나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야권의 대통합은 이런 맥락에서 조금씩만 양보를 하고 원리원칙을 따지면 충분히 가능하다.  더구나 총선을 생각하면 실리도 충분하다.  지도자들 분발하시길. 

이후, 대선후보를 선출함에 있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리고 가장 덜 나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대략 문재인 또는 X vs 손학규의 구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대세는 문재인이라고들 한다.  손학규 대표가 그걸 받아들여 선거지원이 이루어지고 분당/탈당사태가 오지 않는다면, 그는 대통령직을 떠나 후세에 길이 남는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하면 손대표를 위해서나 야권을 위해서나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사람됨이 이인제같지는 않기를 빌어본다.    

결국 총선과 대선을 가져가면, 그간 가카의 실정에 대한 뒷치다꺼리와 justice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국민들에게 신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뻥'공약 대신 정말 실천이 가능한,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공약으로 출발해야 할 것이다.  4대강에 막대하게 들어간 예산, 이를 다시 복구할 예산, 그 밖에도 많은 부정부패에 대한 심판, 사법개혁 등등, 경제/민생 말고도 굵직한 이슈가 많은데, 이를 잘 이용하면, 민생/경제에 대한 이슈를 조금은 덜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불법적으로 얻는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면 비용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하여 2012년 이후 5년의 추스림이 잘 지나가면, 이후 2017년의 집권 또한 기대할 수 있고, 이때부터는 정말로 좀더 경제/민생/국제/외교의 부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시민의 각성 또한 필수다.  이런 여론조사가 결과가 있었다.  남자 100에게 군필에 대한 의견을 묻자, 95%가 가야한다고 했다.  그 95%에게 다시 안갈 수 있는 수단 (합/불/비법 포함)이 있다면 가지 않겠느냐고 묻자 여기의 95%가 그렇다고 했다는 것.  이런 수준의 시민의식에서 벗어나서, 내가 주장하고 믿고 따르는 테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위와 아래가 만나는 중간지점이라고 누군가 그랬었다.  갓 시작된 시민혁명은 우리와 정치 지도자 모두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뭐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실패할 것이다. 가카시대와 같은 끔찍한 counter-reformation의 시대는 언제나 우리 옆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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