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에릭 홉스봄은 로쟈님의 책의 인용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학자인데, 얼마전 서점에서 보고 사버렸다.  상당히 긴 책인데, 어떤 분의 리뷰를 보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책이라고도 한다.  살짝 공감하는 바, 홉스봄의 어린 시절, 그리고 청장년시절의 이야기, 내지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외의 많은 서술은, 문장 하나하나를 뜯어볼때 좀 길다.  나도 지양하는 글쓰기이긴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 바로 한 문장을 짧게 원하는 것만 쓰는 것이다.  이는 서양식의 글쓰기에서는 올바른 쓰기의 표본처럼 배운 (난 대학교/로스쿨을 통털어) 것인데, 홉스봄은 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원하는 식의, 다소 긴 서술로, 자주 문장을 두어번씩 읽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는 책, 나아가서 작가라면 무엇인가 내공을 있을 것인데, 후반부로 가면 나오는 일종의 시대적 총정리를 보면, 그의 깊은 사고와 지혜가 녹아나온다.  특히 기득권보다는, 다수의 약자를 옹호하는, 변절하지 않은 참 지식인의 모습이, 내가 본 다양한 '교수'들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그의 유럽에 대한 고찰, 미국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쓰여진지 거진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상당한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 지식인의 혜안이라는 것은 이렇듯 놀라운 것 같다.  '이제 미국은 세계 질서의 하나밖에 없는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누가 세계를 위협하는지도 자기 혼자서 정의했다...21세기는 어둑한 땅거미와 함께 시작되었다' 

또한 현 시대의 역사왜곡, 우리로서는 특히 민감한 중국의 역사공정이나 일본의 과거부정 내지는 회귀는 앞으로의 남은 21세기를 위협하는 불씨가 될 터, 그는 '낡은 체제가 허물어지고 낡은 정치 형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국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새로운 체계, 국가, 민종 운동, 일체감을 느끼는 집단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역사를 생산하는 것은 세계적 산업이 되었다...언론에서는 대중의 구미에 맞춘 국민사, "역사 유산", 고대인의 복장으로 꾸며진 놀이공원을 통해 거기에 부합되는 역사를 날조하여 더욱 부채질한다." 라는 말로 이를 예견한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쭈욱 있을, 현 정권하에서 그야말로 백귀야행이 무색하게 날뛰고 있는 가짜 역사학자, 언론인, 지식인, 박사, 등이 부화뇌동하면서 자발적으로 또는 무엇엔가에 사로잡힌 듯이 나라의 역사를 뒤집고 재단하고 짜맞춘다.  극도의 일본계 정권의 시대라고 한 100년 후의 역사학자들이 정의할 현 administration은 이렇듯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fact, 역사의 진리조차 '반공'과 '개신교'라는 거죽을 씌워 친일파 앞잡이들, 만주군 출신, 고등계 형사, 헌병보조원, 외 모든 친일 지식인들을, 역사에사 추방해도 모자랄 사람들을 모두 원로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따지고, 학습하고, 발전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노학자가 평생 그래왔듯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말이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던져 싸워온 모든 분들, 그리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 깊은 경의를 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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