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거지같아서 늘 화가 나고 조바심이 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예상한대로 큰소리만 치는 트럼프는 취임 후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주가를 작살내고 사회와 경제를 망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장 탄핵되어 내란수괴로 사형되어 마땅한 굥이 지귀연이란 희대의 판새를 만나 석방되고 심우정이란 희대의 법창의 결정으로 상고를 포기받아 탈옥에 성공했다. 


너무도 당연한 탄핵 또한 그 결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탓에, 그리고 한줌도 안되는 무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전광훈같은 사이비교주들이 주동한 폭동으로 여론전이 시작되었고 그 덕분에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는 추종세력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 스트레스가 또 만땅이다. 탄핵은 기정사실이어야 하건만 이 또한 보장된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그 불안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나라도 좋고 민족도 좋지만 일단 나는 살고봐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일상의 의무를 다하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해서 긴 싸움을 끝내 이겨내리란 그런 마음으로 조용히 다짐해본다. '싸울테면 싸우자'라고.


이런 시국에도 독서는 계속 되어야 한다. 수집과 읽는 행위는 운동과 기도와 함께 일상에서 큰 기쁨을 주는데 아마 주말에 갖는 혼자만의 와인 마시기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8개국어를 하고 주은래의 특별한 주선으로 북조선으로 돌아간 덕분에 이런 저런 사유로 자행된 숙청에서도 살아남았고 기구한 팔자로 북조선에서 남한으로 파견한 스파이로 살다가 붙잡혀 전향한 노학자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조만간 그의 자서전을 구입해 읽어볼 생각이다. 평생 찾아 정립하려던 global한 실크로드의 문명사가 미완으로 남은 것 같아서 아쉽다. 여행도 못 다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중남미 일대와 캐러비안의 섬나라들을 맛배기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발생하는 문화, 동질성,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에서 사는 운명공동체로서 자각하고 국지적인 모든 박해와 적대행위를 멈춰야만 할 것 같다. 현실은 물론 지옥이고 더 나빠지고 있지만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으려면 전 지구의 평화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목표가 아닌가 싶다. 중남미는 치안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어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관광지 위주로 발달한 캐러비안이 좀더 용이할 것 같다. 여기서 알게 된 바 깐꾼을 통해서 치첸잇짜를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건 좀 할만 할 듯.


문학읽기도 느리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리즈는 비교적 유한하니 (근데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보면 그래도 유명한 작품들을 한번은 만날 수 있겠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은 솔직하게 말하면 그다지 흥미가 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건성으로 읽었을 뿐이다. 좀더 context가 있으면 더 즐길 수도 있었을까. 작가가 워낙 유명하니 한번은 읽어볼 생각을 했다.





'묘보설림'이란 시리즈로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볼 생각을 하게 한 대단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일까, 성장소설일까, 법정소설일까 읽으면서 계속 왔다갔다를 반복했는데 사회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미도 충분했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대만의 현대사와 여기서 야기된 선주민과 이주민들의 충돌, 차별, 정치적인 문제, 더해서 정치와 협잡, 사형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어업, 남획, 단속에 얽힌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잘 녹아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가끔 이렇게 우연히 엄청난 걸 만나게 되는데 책을 읽고 모으면서 느끼는 큰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내일은 더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읽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이니까.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고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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