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사회에 나온 이래 가장 길었던 휴가를 마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의 모든 것으로 돌아오는데 소요된 시간은 사실상 없다. 오자마자 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을 했고 매일 일을 했으니까. 게다가 휴가 중에도 늘 메일을 처리했고 간혹 오는 전화도 모두 처리했으니 실제로 미룬 일은 문서처리 정도였는데 그나마 휴가를 보내는 기간 동안 딱히 처리할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주중으로는 사실상 원상태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 관리를 잘했던 것인지 아니면 더 놀아도 된다는 반증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느낀 건 내년부터는 조금 더 놀고싶다는 것. 이미 마음은 내년 이맘 때를 향해 닻을 올렸으니 지금부터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내년의 즐거운 시간에 다다를 때까지 견딜 것이다. 


travel용 스캐너와 프린터까지 구해서 아예 어디서든 일을 하고 보낼 것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 이건 사실 미국 내에서의 긴 출장을 염두에 둔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런 긴 출장은 갈 일을 만들지 않고 있으니 길게 사무실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휴가와 업무을 병행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라고 하겠다. 우편물을 따로 관리하는 체계가 잡혀 있고 centralize된 주소를 사용하므로 아직까지도 업데이트가 되지 못한 매우 오래된 케이스들을 제외하고는 (정부기관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개 그 모양이다) 전달 받고 처리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따라서 프린터와 스캐너가 있고 인터넷이 있으면 노트북과 로밍된 폰으로 거의 모든 업무을 처리하고 급하게 보낼 것들은 DHL이나 FedEx를 통해 세계 어디서든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부터는 여행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것이다. 우선 친구들이 있고 내 고향이 있고 in-laws가 있는 한국에서의 2-3주간의 체류가 편할 수 있다면 가을 초입의 한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보고 싶다.


무슨 에러인지 1권과 2권 모든 같은 그림만 나온다. 


이젠 이덕일의 책을 사 읽지 않는다. 조전왕조실록을 이어가는 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지난 정권에 뭐가 그리 서운했던지 노골적인 친일적폐정권에 대한 비난보다도 더 원색적인 비판을 한 그의 행보는 환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버리면서 한층 정신적인 문제가 걱정될 정도로 비이성적인 수준이 되어버렸다. 강의를 들어봐도 그렇고 이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 논쟁을 하던 그와 확증편향재생 일색인 지금의 그는 너무도 다르게 보인다. 


원조친일파의 후손이자 자랑스러운 현재친일인 정진석의 최근 발언에 보수, 진보, 여야, 좌우를 넘어 분노한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의 무관심과 침묵에서 그 또한 결국 지역과 정치색이 사관을 좌우하는 사람이었구나 싶어 긴 세월 그의 책을 읽어온 시간이 아깝게 생각된다.  


우리 땅의 삼국과 왜, 그리고 수-당이 얽힌 격동의 시기를 그려낸 이 책도 그래서 큰 감흥이 없이 그저 시간을 때우자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나 미래비전에 많이 초연해진,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의 문제를 넘어 지구인으로서의 자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겐 이덕일이 제시하는 혹은 주장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적어도 한국에서 역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진석에 대한 혹은 현 정권의 광폭친일행보에 대한 비판이 당연할 터. 독립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그에게 깊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다. 하기사 정운현씨 같은 사람이 윤석열을 지지한 것이 지난 대선의 모습이었으니 할 말이 없다.








한때 유행하던 꺼리들. 심심파적 삼아 읽었으나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쌓인 책이 필경 수 천권은 될 것이니 내 시야가 많이 넓어지고 깐깐해진 덕분이 아닌가 싶다. 


뭔가 돈이 나와 기획된 냄새가 나는 그저 그런 책. 그 제목과 사진에서 풍기는 참신한 의도와는 별개로 특별한 것이 전혀 없었던 책. 차라리 술을 마시면서 중구난방으로 쏘아낸 개똥철학이나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평탄한 삶에서 깊은 사색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up-and-down이 가득한 adventurous 한 삶에서만이 다양한 것들이 버무려진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전 타계한 Anthony Bourdain의 책은 그래서인지 테마도 그렇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손에서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부류의 책. 요리와 인생 같은 거창한 개념이 아닌 숙수의 세계 그 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미 예상한 것이라서 투로 = 실전이라는 등식이 그다지 bother되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이제 주인공이 드디어 소림사에 가는 것까지 흘렀다.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중국을 떠돌면 기연을 얻는 소년은 심의육합권 혹은 심의권의 세계를 엿볼 기회를 얻게 될 것 같다. 지금도 꽤 실전적인 좋은 바탕의 공부라는 당랑권, 팔극권이나 팔괘장, 태극권, 홍권을 봤는데 이제 심의육합권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투로가 실전인 건 아니라서 단련과는 별개로 간합과 실제로 사람을 대하는 건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대의 정설이지만 만화가 나온 시절만 해도 투로가 권법 그 자체였으니 이 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만화를 즐길 수 있다.


너무 짧게 여기 저기서 가져와 책을 구성한 탓인지 이 좋아보이는 시리즈가 이번엔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마감'이나 '계절'과는 달리.





내년의 나를 위해서 다시 일상의 열심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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