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단 한 건의 케이스 때문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내일이면 마무리가 될 것도 같은데 결과는 또 어떻게 나올지. 요점만 이야기하자면 자료와 정보준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면서 자료와 정보를 충분히 준비해서 케이스를 준비해야 했고 이에 따라 진행은 계속 늦어졌고, 중간에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왜 X는 그간 문제가 없이 다 했는데 너는 못하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큰 소리를 내는 직전까지 가면서 이해를 시켰고 이제는 과거 케이스들이 운좋게 무사히 처리됐었지만 기실 대충 진행된 것이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것 같고 진행은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것. 


이 바닥엔 벼라별 인간들이 다 있는데 (1)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영업을 하는 브로커법인과 (2) 변호사 한 명이 각 나라별 언어가 되는 사무장을 고용해 이들이 모두 일을 하고 변호사와 돈을 나누는 형태가 가장 거지 같은 practice의 대표적이 모습이다. 과거 케이스를 진행했던 곳이 (2)의 계통이라서 자료고 정보고 과거의 것들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이해를 못하는 클라이언트를 가르치면서 여기까지 온 끝에 지금은 아주 진절머리가 나버렸지만 내가 할 도리는 다 해야 한다.


일이란 것이 하다 말다를 반복하면 재개할 때마다 추가로 시간이 발생하고 그 덕분에 다른 케이스의 진행이 전체적으로 미뤄진다는 문제가 있다. 덕분에 내일까지 이걸 빨리 마무리하고 다시 남은 한 주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중간에 일정을 조절해온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 나이를 먹어서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땐 그냥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번 달 안에 일단 밀린 두 건을 알맞게 진행시키고 hopefully 위에 말한 문제의 케이스가 잘 되면 좋겠다. 9월 중으로는 그간 클라이언트가 속도를 내지 못해서 계속 늘어지고 있는 몇 건의 케이스를 확 잡아댕겨서 마무리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서 9월 말에서 10월 초의 늦은 휴가는 다른 몇 건의 케이스와,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둔 홈페이지를 개정하기 위한 자료준비에 사용해서 10월 중으로는 이 또한 오더를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쪽으로는 워낙 부족해서 회사의 홈페이지는 내 사무실의 구성 상태와 마찬가지로 좀 별로라서 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매우 저가로 영업하는 변호사가 개발새발 남을 의식한 글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홈페이지를 보고서 정리가 잘 된 것이 맘에 든다는 사람도 있으니 홈페이지의 feature가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오른쪽 어깨와 삼두가 함께 아픈지 좀 됐는데 여전히 완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침을 맞아볼까 생각하고 있다. push운동이 가장 어렵고 pull운동의 경우 그간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진전을 보인 pull-up이 완전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하체 2, 상체 1의 비율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어쨌든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을 실천하고 있다. 걷기는 거의 매일 하고 있으니 이번에도 월 100마일 정도의 거리는 가능할 것 같다.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십대나 이십대, 아니 삼십대의 운동량을 따라가는 건 어려울 것이라서 나이와 몸 상태에 맞춰 열심히 꾸준히 하면 그만이다.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어떤 우연한 기회에 reference를 접하고서 아마존을 통해 구입해두었다가 최근에 읽었다. 워낙 dense한 글이라서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엄청 재미있게 조금씩 읽은 끝에 지난 주말에 완독을 했다. 갑부이자 의사인 Dr. John Silence는 자선을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로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전형적인 빅토리아시대에서 20세기 초 흔했던 젠틀맨이다.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건은 모두 초인지, 초자연, 초현상에 관련된 병이나 컨디션이고 세밀한 분석을 통해 단순한 정신이나 마음의 병이 아님을 판별한 후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 악한 영혼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흡입한 결과 개안이 되어 접촉된 작가의 이야기, 불의 정령의 이야기, 그리고 초공간을 인식하고 이를 컨트롤하지 못해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사람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좋을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점차 읽어볼 생각이다. 















21권까지 나온 걸 다 구해놨으니 이제 다섯 권이면 이 시리즈도 끝난다. 특이하게도 사건을 해결한 후 임의로 하는 판단에 따라 뒷처리를 하는 매그레 경감을 보면 프랑스인 (이미지화 된) 특유의 liberal함이 보인다. 정통추리라고는 말할 수 없을만큼 작가와 독자의 승부를 도모하지 않고 스토리를 서술해주는 방향이란 것도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만화를 좋아하게 된다.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식혀주는 용도를 넘어 '만화'라는 매개체에 대한 편견을 넘을 수 있다면 기실 잘 쓰인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요즘 핫한 넷플릭스의 한국 컨텐츠도 상당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읽어가는 '맛의 달인'도 이제 50여 권만 더 가면 완질/완독을 할 수 있다. 요즘 같이 달러가 좋을 땐 특히 더 달려들어 사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계속 읽으면 아무래도 테마가 비슷하여 좀 지루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보면 맛깔스런 요리의 이야기에 즐겁다. 


삶이란 축복도 아니고 저주도 아닌 것이 내가 살아온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어떤 이들이겐 축복이겠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지구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저주에 가까운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다행이라고 본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면서 살아남아 최선을 다해 종착역을 향해 가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모자란 건 내일 더 노력하고, 그 다음에도 그렇게 노력해서 매일 새롭게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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