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하루를 살면서 보니 벌써 중복을 지나 여름은 말복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와 트럼프의 '궁극'의 조합으로 개판인 미국의 2020년의 한복판은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라는 각오로 헤쳐나아갈 수 밖에 없다. 아직 다섯 달이 더 남아 있지만 일단 이번 달까지는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뭔가 전기가 있을만하면 다시 주저앉는 듯함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에서 만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담을 해보면 많이들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고 일을 하면서 대부분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결과는 당연히 잘 되어야 하지만 내가 10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만 과정만큼은 내가 노력해서 좋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건 exposure인데 딱히 떠오르는 광고수단은 없고 어느 업계나 그렇지만 이쪽도 상당히 포화상태라서 효과를 떠나서 내 존재를 알린다는 생각으로 브로셔를 제작해서 무작위로 일년에 두 번 정도 수요가 예상되는 곳에 보낼 생각이다. 기실 이건 생각보다 이상한 것이 아닌데, 대형회사들은 오히려 매우 당당하게 사건이 발생한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해서 컨퍼런스를 유도하여 케이스를 따오는 것이 비일비재하니 작은 회사들이 규모에서 밀리고 없어 보일까봐 눈치를 보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절대로 유지될 수 없었던 부동산경기가 트럼프와 중국의 자본을 만나 지난 8년 가까이 호황을 겪었다. 그런 탓에 hot한 지역을 넘어서 외곽으로 눈을 돌려도 일단 너무 모든 것이 올랐고, 이번 코로나사태가 만든 재택근무정책으로 인해 이런 외곽이 오히려 급상승하는 걸 보고 있으니 역시 이제 머리 끝까지 다 찬 것 같다. 무작위로 돈을 빌려준 부동산경기의 끝에 온 2008년의 금융위기사태보다 더한 것이 곳 올 것 같다. 당시 가계빚으로 계산하면 3-4배가 넘는 액수가 회사들의 빚이고 트럼프가 세금을 깎아주니 열심히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보너스로 나간 결과가 코로나를 만나 아주 크게 터질 것 같다. 새벽에 걷는 루트가 몇 개 있는데 결국은 같은 곳을 몇 군데씩 잡아놓고 다니다보니 이젠 더 버티지 못하는 듯 작은 가게들이 조금씩 문을 닫고 있다. 큰 회사들의 프렌치아즈도 일차부도를 신청한 형국이니까 더 말해 무엇하랴만.  소상공인들은 경기가 좋아도 힘들고 떨어져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7월이 한 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문득 돌아보니 어느샌가 또 정리가 밀려버렸다. 네다섯권 정도에서 한번씩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이렇게 많이 쌓이면 읽은 내용도 잊어버리고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도 모두 안녕이라서 딱 이 정도 수준에서 더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어쨌든 어제까지 읽은 책을 역순으로 남겨본다.


뻔한 내용의 정리가 아닐까, 다뤄지는 책들은 결국 유명한, 너무도 유명해서 어디든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한번 정도 나오는 것들이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음이다. 저자 또한 이런 걸 의식했었던지 넘치는 이런 종류의 책이야기에 한 권을 더 얹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책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머릿말에 밝히긴 했다. 결과적으로 몇 군데에 드물게 저자가 느낀 것, 저자의 개인사, 책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의 여행이나 방문을 버무린 이야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짧은 글로 책 한 권을 정리한 도서목록의 소개글 같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거나 흥미로운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이현우, 장정일, 금정연, 서민, 박균호 선생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종종 책에 대한 책을 구해서 읽겠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을 주지는 않았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니 정리가 깔끔하고 책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간만에 신선한 책의 이야기로 회를 떠 먹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나는 토요일 오후에 그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많은 접하지 않았고 편하게 접할 입문서로써는 나쁘지 않다.


이 책은 참 두서가 없다. 코넌 도일이 이 책을 쓰던 즈음까지 모인 장서를 정리해놓은 자신의 서재. 그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타나는 '마법'의 공간에서 하나씩 책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추억하면서 책을 사고 읽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어떤 형식이나 정리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서재를 기준으로 하나씩 짚어가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와 책 또한 조금 머리가 아프게 할 수 있는데, 아이반호를 비롯한 걸작의 월터 스콧이나 단테와 기번까지는 그나마 알겠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들이 코넌 도일이 활동하는 시대를 전후로 나온 것들이 많은 탓인지 잘 아는 책은 많이 없고, 그가 언급하는 contemporary작가와 책은 지금에 와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책을 사랑하고 갖고 싶은 마음에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그 값으로 싸게 구할 수 있는 책을 사들고 집에 와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 도락을 조금이나마 경험한 사람이라서 나 또한 지금 어린 시절, 어렵게 구한 책들을 보면서 서재란 코넌 도일의 말처럼 '마법'이 펼쳐지는 공간이라는 멋진 이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서재공간을 큰 방에 마련하고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펼쳐지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과 향연을 밤 늦게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비평적인 책읽기가 늘 어려운 나는 작가가 말하는 걸 쉽게 믿고 이야기에 공감하는 편이다.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그저 즐겁게 보이고 그 뒤의 이상한 짓에는 눈이 가질 않는 건데, 그런 걸 귀신같이 잡아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왜 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예전에 여러 번 읽고 계속 즐겁게 하와이를 추억한 서진의 책이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 경험으로 단련이 된 덕분인지 마냥 추억스럽거나 마냥 호기심을 갖고 이 책을 보는 대신, 읽는 내내 90일 정도를 머물면서 어떻게 책을 한 권 다 쓰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전에 본 같은 시리즈에서 어떤 작가가 아이오와대학의 교환과정으로 잠깐 머물던 데모인에 대한 글을 보면서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았을까 싶었던 기억이 난다. 

이란은 세계의 주류를 표방하는 서방세계, 정확하게는 미국과 척을 지고 사는 덕분에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방문하지는 못하는 곳이다. 시스템이 굴러갈 수준의 융통성은 있지만 어쨌든 신정국가로써 술을 금지하고 자유연애도 금지하고 있는 국가라서 고대의 문화를 볼 수 있다는 걸 빼고는 크게 흥미가 가지 않는 나라인데, 테헤란이 중동의 파리로 불리던,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던 부패한 팔라비왕조의 이란이 더 나은 건지, 사회를 장악한 종교세력이 나라를 다스리는 지금이 더 나은 건지 내가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잘 먹고 산다고 잘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전제군주정을 타도할 힘이 나오는 늘 구현되는 건 아니라서. 다음에 이런 글이 나온다면 보다 더 오래 이곳을 경험하고 살아본 사람의 것이라면 좋겠다.


이런 책은 말하자면 일종의 간식처럼 어쩌다 손에 쥐고 읽어버리게 되는 책이다. SF의 팬이라서 늘 SF와 판타지는 기회가 되면 읽고는 있지만 작지만 임팩트있는 이 소설은 그렇게 아무런 기대나 생각이 없이 다른 독서에서 잠깐 쉬는 기분으로 가볍게 즐겼다. 워낙에 거장이라서 뭘 써도 잘 쓰는 이 영감님의 책은 '왕좌의 게임'이 HBO를 타고 전 세계에 퍼진 이래 출연자들을 하나씩 죽이는 것을 유행시켰던 바, 이 책에도 또한 mortality rate은 매우 높다. 세계의 시작보다 전부터 우주를 떠돌고 있는 '생명체'이자 대단한 '문명'으로 생각되는 어떤 존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를 위해 빌린 탐사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끝은 조금은 허무하다. 얼음과 불의 노래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안될 텐데, 드라마가 아직 나오지 못한 여섯 번째 책의 any indication이라면 이 또한 마틴옹의 트레이드마크로 남을 것 같다. 논픽션과 소설, 문학과 개론을 뒤적거리다면 순수한 SF를 읽으니 머리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한꺼번에 모아서 정리할 '러브크래프트 전집'의 네 번째를 읽은 것 외에는 딱 네 권으로 떨어진다. 위에 한참 써갈긴 말이 바보같아지는 순간이다. 지난 번의 대청소 이후, 열심히 읽고는 있으나 많이 읽지는 못한 것을 지금 알게 되었다. 이상적이라고 써놓았으니 말인데, 딱 이렇게 네 권에서 다섯 권까지는 정리가 수월할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좋겠지만,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읽기는 다양하게. 특히 지겨울 때마다 여기 저기로 오갈 수 있도록 다양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