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휴무. Veterans Day. 1차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11월의 휴일이자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휴가시즌의 맛보기 같은 날이다.  참고로 5월에 기념하는 Memorial Day는 남북전쟁의 종식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난 이걸 2차대전의 Victory in Europe을 기념하는 날로 오늘까지 알고 잇었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사과 한 개, 삶은 달걀 두 개를 먹고 Peet's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약간의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간만에 느끼는 이 여유와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 내부의 소음, 그리고 11월 11일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살과 적절한 쌀쌀함이 딱 좋다.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겠지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거다.


딱 저만큼 쓰고 개인시간은 종료. 


화요일인 오늘 정상출근 후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다시 열어 본다. 


지난 주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운동도 그렇고 아직은 새로운 직원이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나 역시도 그걸 챙겨주느라 갑자기 뭔가 붕 뜬 생활을 하고 있어 여전히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열심히 술을 마시느라 불어난 몸을 줄이기 위해 다시 음식을 조절하고 술을 멀리하는 것으로 몾란 운동량을 맞추고는 있지만 역시 귀찮아도 뭔가를 자꾸 해야 한다. 


자꾸 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읽은 책은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기로 한다.


이 책에서 선생이 말씀하시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지식인들의 편함을 위한 논증오류가 되겠다. 박유하도 그랬고 일단의 소위 '친한파'라는 일본의 지식인들이 함께 '용서'와 '화해'를 통한 과거청산과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용서를 빌 생각도 없는 가해자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마치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 교묘하게 짜집기 하여 오류를 가득 담은 채 보편과 공정한 관점을 설파하는 이들의 글은 그저 '예쁘고' '편한' 글일 뿐, 포인트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일전의 필화사건으로 박유하에 대해 알게 됐는데 원래 이 방면에서 그런 류의 지식인 행세로 꽤나 이름이 있는 듯 선생의 글에서 비슷한 계통으로 비슷한 소리를 하는 인간들과 함께 거론이 된 걸 보았다.  이슈를 단면적으로 자르고 단편화하여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려고는 하지만 결국 가는 곳은 별볼일이 없다.  


Lee Child의 Jack Reacher 시리즈 신간. 여전히 방황하며 이리 저리 미국을 버스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으로 점점 깊숙히 관여하게 되어 결국에는 한 동네를 주름잡고 있는 라이벌 갱단과 한바탕 하는 이야기. 이런 사이다스러움이 좋아서 Jack Reacher시리즈를 읽고 있는데 조금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기승전결이 너무 같아서 그렇고, Jack Reacher는 수퍼맨처럼 강력하기만 하니 더욱 그렇게 시들해지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이 하나 한국땅에 나타나서 전씨와 이씨를 아작내고 윤씨의 검찰도 아작내고, 정신 못차리고 헬렐레 하는 법원도 박살을 내고, 했으면 참 속은 시원할 것이다.  아니 요즘이라면 이런 사람은 홍콩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읽고 나서는 참 그냥 아무것도 아닌 허무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는 책.



어쩌다 미술관에 가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고흐, 램브란트, 블랜샤드, 윌리엄 터너, 모네, 클림트, 루벤스, 고갱, 로댕,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앤디 워홀까지 전시회가 있으면 가서 봤다.  기억하기로는 고흐는 한국에서 한번 봤고 이후 여기서 다시 본 것 같은데 미국에서 미술관을 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윌리엄 터너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먼저 보고 갔더니 reference가 되어 훨씬 좋았었는데 모든 이의 삶이 영화화된 건 아니라서 이후로는 그런 예습의 기회는 없었다. 


이 책은 그렇게 유명한 예술가들을 추려서 reference한 소개책자라고 볼 수 있고 내용이 상당히 실하다고 생각된다. 내년 3월에는 마침 프리다의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 전에 다시 한번 읽고 가면 좋을 듯.  물론 일차사료에 해당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더욱 좋겠지만 누구나 시작하는 지점은 필요하고 그때 이런 책이면 나쁘지 않겠다.


'걸어본다'라는 시리즈의 작명이 맘에 들어 하나씩 구했다. 그저 어딘가 떠나고 싶고 매일의 삶에 지칠 때 아껴 읽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론가 K는 광주에 사는 386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추정은 정확한 표현이 아닌 것이 제목과 소개에서 이미 그가 '평론가'이며 386세대이고 광주에 사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정'이란 말이 나온 건, 그가 누군지는 내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지스럽지만). 


광주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의미로 다가오는 곳이다. 많은 이들에겐 민주화의 성지로, 어떤 놈들에겐 전혀 반대의 의미로, 또다른 새끼에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떠드는 놈들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옮겨진 어떤 기억일 것이다.


그런 광주를 그는 걷는다. 이곳 저곳에 대한 글을 적는다. 그런데 저자도 자신이 없어하는 바, 막상 그렇게 하니 아는 곳이 별로 없댄다.  그래서 그는 그냥 돌아다닌다. 그런데 그게 또 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을 읽던 날의 나는 특히 그랬다. 늦가을 저녁, 어둑어둑해지는 바깥을 보면서 지친 맘을 그렇게 달랬다.  은근히 괜찮이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이가 빠진 몇 권을 더 사서 갖추고 하나씩 꺼내 볼 생각이다.


대충 90년대가 시작될 무렵 국민학교 5-6학년 이상이었을 사람들 중에서 오락실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푹 빠질 수 밖에 없을 이야기. 언제나 생각하는 바, 일본애들이 청춘물은 참 잘 만든다. 한국의 정서와는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 좋다.  지금엔 당연한 프로게이머란 것이 definition자체가 성립되지 않던 시절부터 게임을 즐겨온 주인공. 그런 주인공과 너무도 잘 맞는 그야말로 츤데레 대장 같은 오노 아키라. 그녀가 LA로 유학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주인공을 통해 전자오락의 세계로 빠져든 또 다른 소녀 히다카 코하루. 오락실 황금시대의 추억과 삼각관계의 청춘물이라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아저씨는 이런 만화를 통해서 다시 오락을 할 마음이 생기고 40을 넘긴 주제에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것이다.  부디 제대로 다 나와주길.  넷플릭스엔 이미 15개의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이제 다시 일하다가 한국의 오전시간에 맞춰 상담을 해야 하는 시간.  어쨌든 계속 읽고 쓰다 보면 80=10000에 이르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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