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이 어느 정도는 일정해서 그런지 일찍 자는 날엔 일찍 눈이 떠진다. 물론 새벽 두 시는 좀. 아무리 밤 아홉 시 정도부터 누워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고는 하지만. 마냥 누워 있기도 뭐하고 서초동에 모이지 못한 아쉬움을 뉴스피드로 달래다가 그냥 일어나버렸다. 계획은 여섯 시에 gym이 여는 시간에 맞춰 나가서 빡세게 오전운동을 달리는 것이고 그 전까지 가능하면 다시 잠들지 말고 책을 읽고 조용한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 쌀쌀한 가을의 밤과 새벽의 경계에서 좀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만물이 잠에 든 이때 혼자 깨어나 있는 그 자체로 뭔가 감성이 뿜어져나온다. 이럴 땐 커피보다 차가 어울린다는 생각에 물을 끓여 Earl Grey를 한 잔 내리는 것이 좋다. 하와이가 생각나게 하는 Passion Fruit도 좋지만 일단은 Earl Grey로. 참고로 하와이말로는 Lilicoi라고 하는 Passion Fruit은 하와이에서도 Maui나 Kona에서 주로 맛볼 수 있고 Oahu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워낙 shelf-life가 짧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 말하다 보니 하와이가 그립다.  먹고 살 걱정이 없다면 하와이 어디든 지금이라도 가서 살겠다만 아무래도 아직은 좀...


운동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 정도에 눈을 떴을 때 가벼운 안주와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이건 잘못하면 정오까지 달리게 될 수 있어 토요일 하루가 날아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정오까지 달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 출출한 속을 다시 술로 달래는 저녁이 될 수도 있어 더더욱.


지난 주엔 최고 200만 정도가 모였다고도 하던데 이번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외칠까. 아니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런 가치를 지향단다기 보다, 검찰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번 기회에 뼈져리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극명하게 대조되는 마약 3kg 밀수범 홍가 딸내미와 말도 안되는 건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조국장관의 따님. 비리백화점 나경원과 황교안, 그 대척점에 선다고 말해도 미안한 조국장관과 정경심교수까지. 증거인멸에 도주, 혐의자 바꿔치기를 시전한 하마두꺼비 장제원의 변태 아들놈.  아마 토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사회는 훨씬 더 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성했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쉽다만, 기실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해서 난 아마 동네술집의 여론을 장악하는 것으로 외부지원(?)을 했을 듯.


하루에 딱 50페이지를 기본으로 '마의 산'을 읽기 시작한 것이 지난 토요일. 어찌 어찌 읽다 보니 554페이지까지 왔다. 역시 심리적인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든 행동과 계획의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수 있음이다. 2009년, 운동을 다시 시작한 계기가 된 그 책에 따라 말 그대로 일부러 5분간 기계 위를 걷고 gym에서 나오는 걸 시작으로 2019년 현재 일주일이 5-6일은 역기를 들고 spin을 돌리고 뛰고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지점까지 왔으니...


고등학교 때 VHS로 접한 찐한 영어더빙의 애니메이션은 시리즈 첫 번째를 OVA로 만든 1985년의 작품이었다. 조금 촌스럽기도 했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은 터라 '로도스도 전기' OVA와 함께 자주 돌려보던 작품이었는데 영어로 한 권씩 나와준 걸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새 28권까지 왔다. 


'북두의 권'처럼 199X년은 아니지만 대충 그 어느 시점으로 추측되는 20세기의 말기에 발생한 핵전쟁으로 인한 급속한 인간문명의 쇠퇴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뱀파이어들은 영생의 몸과 엄청난 과학으로 인간을 굴복시키고 일종의 봉건주의체제로 인류를 지배한다. 그러기를 대략 2만년. 수많은 사건과 전설을 뒤로 하고 영생으로 인한 무기력증과 알 수 없는 이유로 찾아온 뱀파이어지배의 쇠퇴가 시작되고 다시 인류가 세계의 주인이 되었지만 이미 벌여놓은 뱀파이어문명의 잔재로 곳곳엔 괴물들과 괴기현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소설의 주요무대인 Frontier에는 여전히 뱀파이어들과 함께 위험이 득실거리는 시대.  


SF, 판타지, 호러, 거기에 서부개척물의 요소까지 충실히 버무려 Lone Ranger같은 Vampire Hunter D라는 최강의 반인반흡혈귀 전사가 남은 뱀파이어세력을 하나씩 소탕하는 것, 그 와중에 마주치는 다양한 모험과 특이한 능력의 인간, 괴물과 기괴현상. 늘 같은 결론이고 비슷한 플롯이지만 이 특이한 세계관이 맘에 들어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  같은 세계관에서 훨씬 앞선 시대, 뱀파이어문명이 한창이던 어떤 시점에 지구를 침공한 OSB (Outer Space Being)과의 전쟁이 주무대인 뱀파이어력 7000년 무렵에 활약한 Greylancer이야기도 곧 두 번째가 나온다니 기다려진다.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는 보너스.


범인이 없는 살인사건. 총을 쏜 사람도 있고 총도 있으나 법적인 의미에서의 murder가 성립하지 않는 두 건의 살인. 돈을 따라가면, 그러니까 희생자 둘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군지까지는 대충 추측이 가능하지만 트릭을 푸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 귀납과 연역적인 추리로 분명히 풀 수 있었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범인까지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던 소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플롯에서 주어지지 않았고 순전히 가상상황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에 아마 범인의 정체까지는 추론을 했어도 그 정확한 풀이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다음 한 권이 더 있고 그 이후엔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이것도 나름 애정을 갖고 한 권씩 구해서 읽은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 셜록 홈즈, 괴도신사 뤼팽, 브라운신부를 비롯해서 어린 시절을 보상 받기라도 할 듯, SF와 판타지, 추리소설, 만화책은 멈출 수가 없다.



고대 용신의 후예. 중국에서 시작되어 어찌하다 보니 지금은 일본사람으로 살고 있는 류도가의 형제들. 이전 4권까지에서는 일본의 중앙정계와 흑막, 세계의 흑막을 뒤흔들어놓고 각성하더니 이번엔 지역의 토호세력과 한 판을 벌인다...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이들, 그리고 이들과 연계된 중앙의 부패세력을 날려버리는 것이 플롯. 마치 다나카 요시키가 속에 품은 일본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만을 배설하듯이 8-90년대 호황기 일본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았더라면 오늘의 한일관계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터. 


70년을 하나의 정당, 그 뒤를 조종하는 흑막, 정재계와 언론까지 장악한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일본의 미래는 또 한번의 열도침몰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 시절 사랑한 '로도스도 전기'. OVA를 접한 이래 원작소설과 만화책까지 다 구해보고 나중에 나온 '영웅기사전'까지 섭렵한 작품. 지금에서 보면 톨킨이 만든 세계관을 더 발전시킨 D&D 세계관에 기초한 아류작(?)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무려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난 뭐든 이렇게 남들보다 늦음) 일본애니메이션이라서 아주 오랫동안 보고 또 보기를 시전한 기억이 있다. OVA는 특히 뛰어난 작품인데 영문판 DVD, 한국판 DVD를 갖고 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도 그 시절의 애니메이션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데 미국에선 'Robotech'라고 해서 이 작품과 함께 비슷한 세계관의 '모스피다'를 짜집기 한 별도의 작품이 TV에서 방영된 바 있다. 원작 이후로도 꾸준히 OVA와 극장판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원작이 준 감동과 멋진 변신로보트 - 모 감독이 스페이스 간담 V라는 극장만화영화로 가져다 쓴 -도 좋았고 주인공과 민메이의 사랑이야기도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반을 지낸 십대의 이쪽저쪽의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 나온 'Robotech'도 별도로 시리즈를 DVD로 소장하고 있는데 도입부의 OST가 특히 좋다. 















원작 이래 수 많은 외전과 후기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건담은 아마 단일한 세계관으로는 최장수이자 최고로 많은 작품이 나온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매우 현실적인 세계관, 2차대전과 냉전에서 가져온 모티브도 훌륭하고 반다이를 지금까지 먹여살리고 있는 프라모델컨텐츠의 원형. 건담 1세대, Z건담, ZZ건담까지는 워낙 예전의 작품이고 한국에서 국민학교-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이라서 다 커서 볼 수 있었는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외전격인 '건담 8소대'. OST도 좋고, 특수인간에 가까운 주인공들보다 절대다수인 보통의 병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외전이 주는 현실감이 좋다.  이것도 워낙 계속해서 OVA와 외전, 리뉴얼 등 계속 확장하고 있어서 제대로 따라갈 수 있다면 무려 '건덕후'가 되어버려야 하는 엄청난 세계관. 가히 Gundam Universe라고 해도 어울릴 듯.


슬슬 다시 잠이 온다. 지금 자면 아마 아침 8시까지는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운동을 가려면 6시까지 두 시간을 더 버텨야 한다. 오늘 분량의 '마의 산'을 일단 펼쳐본다. 


서초동에서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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