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이리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면 2020년은 더욱 그리 느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이 닥치는 대로 들어온 일을 하고 지치고, 그 속에서 다시 일어나리라 다짐하고, 이러고 저러고 그러다 보니 늘 가을이 돌아오고 한 해가 저물것임을 알게 해주는 NFL의 Preseason이 돌아온 것이다. 그전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한쪽에서는 TV를, 다른 쪽에서는 PC를 통해 두 개의 방송을 동시에 받아서 틀어놓고 목요일 저녁을 즐겼다. 운동은 가볍게 필라테스만 했는데 덕분에 오늘 아침에는 늦게 일어난 대로, 팔꿈치가 아픈 걸 참고 chest와 triceps를 했는데, 사무실에서 조금 많이 일찍 퇴근한 지금 서점에서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gym으로 가서 조금이라도 뛸 생각이다. 지난 주에 이어 다시 도전하는 주말 3일의 하루당 1000칼로리 태우기, 책 두 권읽기...내 의지가 매우 약함을 종종 느끼는 요즘이라서 이런 거라도 해서 뭔가 하루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일에서는 점점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이 나이가 되니 가슴이 설레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라서 뭔가 자꾸 엉뚱한 곳에서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발자크 평전'을 읽고나서 계속 찾아서 읽는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시대에는 멋진 지성인들의 세상이었던 1차대전 이전의 유럽을 그린 책도 좋았고 소설도 즐겁게 읽었는데 에세이 또한 귀중한 사료적인 가치와 함께 요즘의 책으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준의 서평을 보여준다.  그가 살던 시대상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다지 낯설지도 않거니와 지금이라면 열심히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같은 자들과 펜으로 맞짱을 뜨고 있을 정신수준도 멋지고 비극적이라서 소설 같은 그의 인생의 결말도 비장한 멋이 있다.  언급된 프로이트는 이제 심리학에서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고 토머스 만도 쉽게 읽어지는 작가는 아니지만 근대지성의 많은 거장들이 활동한 동시대의 눈으로 본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서평과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천일야화'에 대한 독특한 의견과 의미부여 또한 나는 처음 접하는 것으로 덕분에 마침 다음 주문에 구하기 위해 열린책들에서 나온 셋트를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독서는 더 많은 독서와 구매로 이어지고 나는 장난꾸러기 학생이 교실의 책상에서 책상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아무런 질서 없이 책과 책을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명박을 선택한 한국인들이 그러했듯이 욕심과, 지역이기주의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의 백인우월주의와 차별, 그리고 더한 강도의 절망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에 대해 간결한 거짓말로 현혹되어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은 언젠가 큰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2017년, 러시아의 공작질과 협잡질,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 결정적으로 당시 FBI국장 코미의 헛발질로 트럼프가 미국대선을 이긴 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이런 결론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상당히 괜찮은 수준을 르포를 통해 겉에 드러난 사실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일정한 부분은 수긍할 수 있는 깊은 절망, 미래에 대한 공포,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 다시 와주길 바라는 마음, 트럼프라는 떠벌이가 그걸 해주겠다는 말 그 자체에 눈과 귀를 닫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이 사실은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계층임은 한국의 극우현상과 다르지 않다.  세상이 변했는데 따라서 변하지 못하고 계속 과거의 영광을 다시 가져오려는 사람들. 그 와중에 탓하는 건 가장 약한 유색인종, 불법이민자들, 외국인들.  미국자동차회사들이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기 전에 이미 오랜 호황의 끝에 매너리즘에 빠져 제품의 품질이 점점 저하되어 일본차에게 주류의 자리를 내주고, 경영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원가절감의 취지로 볼 수 있는 이전문제. 더 이상 석탄을 사용하면 지구가 박살날 지경이라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을 줄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옛날, 자기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의 광산업지역의 호황을 다시 가져오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이 직면한 절망의 현실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되 그들의 칼이 향한 방향도, 선택한 병기도 모두 틀렸고 하락은 계속될 것이고, 점점 더 극단으로 갈 30%의 그들.  그런 30%를 탄탄한 지지층으로 잡아 재선하려는 트럼프. 이미 이 르포 이상의 분석을 했겠지만 민주당의 후보군들이 읽고 최소한 할말과 안 할말은 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개인은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 이들 또한 끌어안아야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을테니까.


독립서점의 붐이 분 것도 벌써 시간이 꽤 지난 듯, 한창 유행하던 시절 생겨난 서점들의 폐점소식을 듣게 된다. 사실 서점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건 이미 어디서나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마진율을 따져보면 2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대략 1000만원어치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이는 임대료와 물가에 비춰 보면 넉넉하기는 커녕 대다수의 서점주인은 다른 부업이나 주소득원이 없으면 최저생활도 힘들 것이기 때문. 이런 와중에도 잘 살아남아 영업을 이어가는 서점들이 없지는 않은데 아마 이상북스는 그들 중에서도 꽤 이름을 탄 곳이 아닌가 싶다.  주인장의 저술활동도 그렇고 다소는 엔지니어스러운 자세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유명세로 벌 수 있는 다른 수입보다더 더 큰 성공요소는 아마도 그의 냉철한 현실인식이 아닐까. 다만 이 바닥도 꽤나 case by case라서 책의 제목은 '내가'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이 더 잘 어울린다.  내가 여유가 많이 생기는 어느 시절이 오면 작은 서점을 꾸려서 영어로 번역된 한국책, 그리고 그 원서 정도를 중심으로 작은 책방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만, 전적으로 돈은 못 벌 것 같고, 잘해야 내 놀이공간이자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될테니까 답은 건물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_-:  기실 요즘 언제까지 생계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지칠대로 지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아득하니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 


팔레스타인을 알기 위한 공부의 첫 독서. 가진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알아갈 생각이다. 우선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책을 읽은 후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다룬 책도 볼 생각은 하고 있다만 사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토록 비대칭적인 전쟁에서는 팔레스타인편에서 책을 보는 것이 곧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객관성'이란 말이 오용되면 본질을 희석하는 도구가 되어버리는 걸 이미 "Black Lives Matter"에 대해 등장했던 "All Lives Matter"이란 구호를 통해 접했던 바, 공정하게 다룬 사실을 찾는 건 틀린 것이 아니지만 이를 통해 컨택스트가 교묘하게 사라지거나 왜곡되는 건 피해야 한다.  남의 땅에 그냥 들어가서 학살을 일삼고 나치들에게 당한 짓을 고스란히 팔레스타인사람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떤 다른 해석도 용인하지 않는 것이다.



No Japan은 알겠는데 책에서는, 그것도 이런 일이 터지기 전에 주문한 책이 30-40일 후에 도착하는 현실에서는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베와 일본정부, 정치인, 혐한론자들이 밉지 일본의 모든 것이 밉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맘이니까. 


이 시대의 일본작품은 늘 말하지만 잃어버린 우리의 근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 외에도 뭔가 아련하고 몽환적으로 아예 없었던 우리의 다른 근대를 이런 독서를 통해 꿈꿔보게 하는 망상의 재미도 있으니.  


벌써 주요내용이 까맣게 사라진 듯 기억이 어렵다. 술을 줄여도 아마 뇌의 퇴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알콜성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건 아닌지.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 외엔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책을 한번이라도 좀 뒤적거리고 왔을 것을.  내가 여기서 이걸 쓸 줄, 적어도 오늘 아침에는 알 수 없었으니.


25주년을 기념해서 재단장하고 나온 판본인데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고 그저 존댓말이 반말로 바뀐 정도? 내용은 많이 잊고 있었는데, 이걸 읽은 2012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는 한다. 뭔가 여자애가 종종 등장하는 하루키소설의 모티브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글을 쓴 것이 7년 전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인간일게다. 

그래도 태평양전쟁이나 중일전쟁 시절 일제가 저지른 온갖 나쁜 짓에 대한 '희생자' 또는 '운명론'의 희석이 없어 거부감이 적다.  


이제 슬슬 gym으로 가서 30분이라도 뛰어줄 시간이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가야지. 커피도 공짜로 얻어 마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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