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나 -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1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 라텔슈네크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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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룡소 즐거운 지식 21

만들어진 나!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

니콜라우스 뉘첼 글

라텔 슈네크 그림

비룡소 펴냄

비룡소의 '즐거운 지식' 시리즈는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읽을만한 재미있는 지식정보 책이다.

지식정보 책이지만, <수학 귀신>, <만화광 스텔라, 게임 회사를 차리다>,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등등의 제목만 보고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데 충분히 동의할만한 책들이다! 지식을 깊이, 묵직하게 다루지 않는 다는 점. 호기심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들춰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시리즈 중에서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에 이어 두번 째 읽는 책 .

'왜 수영복을 입고 슈퍼마켓에 가지 않을까?', '사회와 나는 대체 어떤 관계인가?' 책표지에 쓰여있는 두 가지 질문에 흥미진진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슬쩍 스캔하듯 본 딸내미가 바로 들춰본다. 나는 내심 어떤 내용인지 내가 먼저 검증?을 해본 뒤에 주려고 했는데.. 덥썩 집어들기에 재밌어보이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 뒤에 바로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읽은 부분까지 표시를 해둔 뒤 살며시 내려 놓고 볼 일을 보더라.^^

지은이를 살펴보니,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청소년을 위한 논픽션을 쓰시는 분이었다. 언어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셨고 청소년을 위한 언어, 역사, 과학 관련 책들을 많이 쓰셨다. 독일의 청소년들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기더라.

특정한 인간으로의 형성, 즉 사회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사회화는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만드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P75)

위의 설명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이 '사회화'라는 개념을, 여러 나라, 여러 사회의 모습을 예로 들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내가 어떤 사회에 속해있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나'의 모습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족이 한 사람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부모인 동시에 자녀이기에, 잠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자로 인한 기질과 재능들이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을 만나 나의 기질과 재능은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해온걸까.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가정 안에서의 '사회화'가 되었던 나는 나의 아이를 또 어떻게 '사회화'를 시키고 있는걸까.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자아'에 대해 눈을 떠가면서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어른인 우리들이 겪었던 것처럼... 이른 시기에 혹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고민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가족 안에서 사회화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떤 모임에서... 그리고 양로원에서 조차 사회화는 진행된다고 애기한다.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또한 10대들에게 어쩌면 가장 무거운 짐일 수 있는 '경쟁'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언급을 한다. 마치 '제로섬 게임의 규칙처럼, 한사람이 1점을 획득하면 다른 누군가는 1점을 상실하여 총점은 항상 0점이어야하는 현실을 얘기한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남보다 나아야한다'는 것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계율임을 인지시켜준다. 그렇지..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독일인들, 복지가 잘된 북유럽의 어느 나라인들 예외가 있으리. 비단 10대에게 뿐이겠는가. 이것은 어른들에게도, 나라 간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언제나 존재하는 문제일 것이다.

다음은 정치.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무관심해도 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짚어준다. 학교 등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는 일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든가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면허증을 딸 수 있는 최소 연령, 아이 라이너의 성분으로 포함되어도 좋은 것 등등...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것임을 깨우쳐준다. 정치가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작가는, 그런 권력자임에도 왜 정치가들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생각해 보자.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현명한 질문은 한 사람은 어른이 채 되지 않은 아이였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규범을 잘 따르는 어른들은 왕의 새 옷이 아주 섬세해서 어리석은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게 엄청난 사기에도 순응했다. 이 멋진 동화에서 말도 안되는 사회적 합의, 규범을 깨뜨리는 사람은 누구였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였다. (p. 253)

작가는, 규칙이나 규범에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사람, 즉 규칙이나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를 찾으며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와도 같이 젊은 세대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 젊은 세대들의 인구수가 줄고 있고, 권력은 기성세대들이 쥐고 있기에 청소년 세대는 궁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든지 사회화를 겪게 되지만,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질문을 한다면 나 스스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끝맺음을 한다.

다 읽고 나니, 기성 세대인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규범이나 규칙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의심을 품을 필요성을 아주 정성스럽게 역설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굉장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요소들을 지루하지 않은 문체로 통통 튀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돌직구를 날려준다. 나 역시 기성 세대임에도 청소년의 편에 서고 싶은 생각은 어찌된건지. 청소년들의 인구수가 줄어 궁지에 빠져있다지만, 그들을 지지해줄 단 한 사람의 지지자가 되어 주고 싶은건 왜인지. 그와 동시에 내 아이의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역시 앞선다.--;;

짤막한 에피소드 형태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서, 한번에 집중해서 다 읽어도 좋겠지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사회화'의 개념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확실친 않지만) 교과서를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너무 비교되려나??^^ 하지만 반드시 같이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독일 작가가 쓴 책이라 처음부터 책 속으로 쑥~ 빠져들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머러스한 은유적인 표현 등이 얼른 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을 살려 그대로 번역을 한 것 같다. 한 중간 쯤 읽어 나가면 그 문체에 익숙해 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전에 행복하게 살려면 '자아효능감'이 높아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존감하고도 뜻이 통하는 개념일 것이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런 긍정적인 감정들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나의 의지로 다가오는 인생의 숙제들을 풀어나간다면 작가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을 사회화 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낸 근거를 가지고 나의 의견을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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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제목의 이 책. 공감하는 부분이 클거 같은 예감 때문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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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아저씨네 탐정 사무소 과학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과학동화 1
김대조 지음, 소윤경 그림, 이기진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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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아저씨네 탐정 사무소

 

김대조 글

소윤경 그림

이기진 감수

주니어김영사 펴냄

주니어김영사의 '처음 인문학동화' 시리즈를 읽어보았기에 이 책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처음 인문학동화'는 인물 위주의 위인전을 넘어서, 위인의 가르침을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레 접하고 터득할 수 있도록 기획이 된 시리즈다.

인문학 전성시대에 아이들이 한걸음 한걸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른인 나도 재미있는 스토리 안에 녹아져 있는 인문학의 핵심요소들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다.

인문학적인 지식을 넓힌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보다 여유있는 시각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유있는 시각이 있다면 '나'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을  좀더 배려할 줄 아는 바른 인성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이러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 시리즈의 출간이 반가웠던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아인슈타인 아저씨네 탐정 사무소​』'과학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과학동화 시리즈' 중 첫번째 출간된 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는 뒤늦게 과학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있던터라,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것을 떠나서 그냥 반가웠다! 출판사와 나와의 이심전심이랄까...^^

학창시절 과학과 친하지 않았고, 물론 지금까지 쭉~ 그저 과학은 과학자들이 잘 연구하여 결과를 알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그 과정을 안다거나, 어떤 연구 결과가 우리의 삶이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생각이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거나 혹은 그 반대로 관심 없는 상태로 있으면,

 사고의 폭이 좁고 균형감 있는 사고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점점 커가고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또 아이가 읽는 책을 같이 읽으며 같이 성장을 하다 보니)

그 동안 내가 놓쳤던 부분, 즉 나의 구멍들이 속속 발견이 되는 것이다!ㅜㅜ

그래서,,​ 나에게 가장 컸던 구멍인 수학과 과학에 이제사 눈이 좀 뜨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역사나 문학, 예술, 과학 등의 분야가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통합적으로 융합적으로 연계된 고리를 따라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고도 바람직한 학습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처음 인문학동화'와 기획의 맥락은 비슷하다.

어떤 과학적인 인물과 그 인물이 연구했던 이론들을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과 '융합'시켜서

독자들을 과학이라는 세계 안으로 조금씩 잡아당기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독자는 읽으면서 자연스레 그 목표에 접근을 하게 된다.

호기심을 가지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고 생각해볼만한 문구는

이렇게 굵고 크게 처리를 해놓았다.

읽어나가면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중요한 점에 대해 집중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운동하는 사람의 속도는, 관찰하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내용을

일러스트로 보여준다.

가는 펜으로 그린 카툰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좋아서 그림작가를 보니,

예전에 읽었던 <컬러 보이>, <구스범스> 등의 작품의 그리셨던 소윤경 작가더라! (반가움..^^)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도형과 메모를 적절히 사용했다.

어려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과학에 약한 엄마들도 필독서로 저장해야하지 않을까? ^^
 

 

 

이야기 속에서 문제가 된 바로 그 '타임리프 전자 발광 시계'!

주인공인 영롱이는 절친인 우현이의 보물 1호인 '이것'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아인슈타인 아저씨는 영롱이와 함께 이 최대 고민을 해결해 나간다.

 

 

급기야 영롱이가 훔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찐한 포옹으로 화해를 하게 됨!

아인슈타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의 역할을 다 하게 되는 뿌듯한 장면.. ^^

 

 

 

책의 뒷부분에 실린 아인슈타인의 생애에 대한 소개.

이 책을 읽은 후, 아인슈타인 위인전을 이어서 읽게 하면 좋겠다는 내 생각과 일치한 구성!

엄마 마음에 쏙~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풀어볼 수 있는 독후 활동지.

 

 

 

모두 서술형이라 살짝 부담이 될 것도 같다.

아니, 많이 부담되려나?? --;;

 

 

친절하게도 옆에서 지도하는 엄마나 선생님을 위한 도움말도 있으니,

(이것을 아이들이 참고할 수..도 있겠지)

큰 부담은 되지 않을 듯.

책을 읽고 정리해보는 것이 공부일 테니까...

 

바닷속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잠수함이 처음부터 있었겠어?

<해저 2만 리>라는 동화가 쓰일 때만해도 잠수함은 존재하지 않았지.

하지만 바닷속을 다니는 잠수함을 상상했기 때문에

현실에 생겨난 거야. 작은 일이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 없이 상상하면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단다.(p.40)

​나는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문학적인 상상력, 과학적인 상상력 등 상상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

얼마 전 TV에서 장영실 쇼를 봤는데, 일단 상상을 하고 시도를 하면,

그에 필요한 기술력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패널의 멘트를 들은적이 있다.

문제는 그 과학적인 상상력이라는 것. 이것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상과학소설, 즉 SF소설을 많이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들었다.

나는 그저 '공상'이겠지.. '공상'이 아닐까.. 하면 그닥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Science Fiction이 Science Fact가 된다는 말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딸내미가 요즘 '이상하자' 광고를 좋아하는데..

 '상상하자'​는 어떻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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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직업은 범인?! 푸른숲 어린이 문학 15
린샹 지음, 천요우링 그림, 조윤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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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직업은 범인?!

 

린샹 글

천요우링 그림

조윤진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이 작품은 린샹이라는 타이완 작가의 작품이다. 타이완 교육부 인권 교육상을 받았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연극과 영화를 공부하고 드라마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건이 속도감 있게 전개가 되고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야기 한 장면 한 장면이 긴장감 있게 전달된다. 사건들이 연결되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빠의 직업은 범인?!>이라는 제목에서 내용이 궁금해졌다. 주인공인 초등학생 신즈는 아빠의 얼굴을 모른다. 주위 어른들의 얘기로 아빠의 생김새를 전해들은 게 전부. 엄마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요우즈 이모와 산다. 멀리 일하러 가셨다는 아빠를 드디어 만나는 날!  신즈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빠를 만나러 가는데, 도착한 곳은 교도소 앞.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아빠는... 놀랍게도 자신과 비슷하다! 검은 피부, 검은 곱슬머리, 두툼한 입술... 신즈가 상상을 해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신즈는,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받았던 상처는 '잘생긴 아빠'를 만나면 해결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아빠의 모습에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올라온다. 아빠가 나와 똑같이 남들과 다른 비호감의 외모를 가졌다는 것은 신즈에게 엄청난 절망감을 안겨다 주었다. 게다가 전과자라니!!

 

미군이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을 때 할머니는 흑인이었던 미군을 만나 신즈의 아빠를 낳게 된다. 신즈의 아빠 역시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 신즈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고, 어머니를 다치게 한 불량배들과 폭력이 오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다치게 해 감옥에 가게 된다. 다시 시작해보려는 마음과 같지 않게 어릴 때 부터 살았던 정든 고향에 정착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빠가 감옥에서 나오게 된 뒤로 신즈 역시 아빠의 과거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누명까지 쓰게 된다.

 

다행히도, 신즈와 신즈 아빠에겐 어렵고 힘든 과정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믿어준 선생님과 친구가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이렇게 외모와는 상관 없이 진심을 알아봐주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신즈는 아빠의 진심을 알았고, 죽어가는 아이를 구하는 아빠의 용감하고 멋진 모습을 보고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신즈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되자 신즈를 놀리고 따돌리며 도둑으로 몰았던 친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신즈 아버님, 모든 사람은 하늘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서 각자 맡은 임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경찰이 나쁜 사람을 붙잡고,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에요. 신즈 아버님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임무를 맡으신거에요."

"피부색이 검든 하얗든, 노랗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같이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예요! 그거 아세요? 그 아이를 살려내셨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데요! 저랑 신즈 역시 아버님이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그렇지, 신즈?"

 

주디 선생님의 말에 아빠와 신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오른다. 늘 소외당하고 주눅들었던 두 사람의 마음에 환한 햇살이 비춰졌다. 아빠와 아들은 고기국수 한 그릇씩을 먹으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모습과 달라 자격지심을 주었던 그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이제는 당당하다.

 

"아빠가 알아낸 건데, 하느님이 우리한테 까만 피부를 주신 건, 일부러 그러신거야!"

"왜? 왜 그런 건데? 혹시 하느님이 초콜릿을 좋아하셔서 그런 거야?"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고 그러신거야. 까만 피부가 얼마나 특별한지, 얼마나 보기 좋은지 알려 주려고."

"맞아, 맏아!"

 

글로벌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구 상에는 여전히 인종차별과 다문화 사회에서 소수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그로 인한 갈등이 있음을 목격한다. 사실 누구나 환경에 따라 아웃 사이더가 될 수 도 있는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어느 편에 서서 그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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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12 : 농경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 농경의 시작, 우주.생명.인류 문명, 그 모든 것의 역사 빅 히스토리 Big History 12
김서형 지음, 진선규 그림 / 와이스쿨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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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스토리 - 인류문명 

농경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김서형

진선규 그림

  와이스쿨 펴냄   

 

몇일 전에 보았던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극중 인물인 탁예진(공효진)은 후배인 백승찬(김수현)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탁예진은 백승찬이 인기 가수 신디를 짝사랑하는 줄로 잘못 알고 그런 친절한? 조언을 해주었던 것. 사실은 백승찬은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데... 본 방송을 기대하게 만들고 얼마나 재미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예고편이듯, 사랑에도 예고편이 필요하다고.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공부에도 예고편이 필요하다고.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거나, 딸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 전에 그 과목을 왜 공부해야하는지, 그 과목을 공부하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나는 그 과목은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그 과목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배울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는 것은, 마치 무작정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잘 정리된 지도 한 장을 들고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가야할 곳과 가는 방향을 알고 가기에 여행자는 머뭇거림 없이 속도를 내어 갈 수 있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된다.

 

어떤 문학작품을 배울 때, 작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작품이 쓰여진 시대를 파악해보고 그 밖에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먼저 살펴보는 것과 같다. 이번에 빅히스토리 시리즈를 세 권 째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137억 년의 타임라인 위에 펼쳐진 10개의 대전환점과 20개의 질문으로 우주·생명·인류 문명의 역사를 통합한 빅히스토리'라는 소개글처럼, 모든 것의 역사를 펼쳐 놓은 빅히스토리라는 이 지도는, 독자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멀리 가야할 길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카테고리와 제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는 충분한 예고편이 될 것 같다. 故 조지형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지식과 소양의 대폭발 시대를 열어줄 수 있으리라,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는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는 무한 긍정의 희망찬 기대감이 생겨났다. 이러한 깨달음이 나의 학창시절에도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빅히스토리를 읽으면 왜 매번 이런 아쉬움이 드는건지...

 

 

 

이번엔 '농경'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농경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작물과 동물을 기르는 방법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해 취했던 방식들이 아닐까? 원시적인 수렵과 채집에서 땅을 갈아 엎어 작물을 심어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것으로 농경이 시작되고, 더 나아가 동물의 젖이나 고기 등의 부산물을 얻고, 가축의 힘을 이용해 노동력을 절감하게 되는 과정으로 발전해나가면서 생산량이 크게 증가되었다. 이러한 농경이 자리를 잡으면서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은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부의 축적과 권력이 생겨나는 이유가 되고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가 생겨난다.

 

 

 

 

 

 

생산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농경의 기술은 더욱 발전하게 되고, 인간은 더 나아가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는 것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리하여 유럽인들은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고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흑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대규모 플랜테이션이라는 농경의 방법으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설탕이나 면화는 유럽인들에게 막대할 부를 가져다 주고, 서유럽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 이러한 부의 축적이라는 큰 성과 뒤에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동물처럼 거래되고 그들의 인권은 무시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연발생적이 아닌 인위적인 대규모 인구 이동, 작물의 생산과 이동, 생태계의 변화 등은 지구 상의 사회의 모습은 계층이 생기고 더욱 복잡한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이후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필요한 작물의 양도 늘어남에 따라 농경의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기계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화학비료를 사용하거나  제초제나 살충제 등의 농약을 뿌리면서 생산량은 다시 한번 정점을 찍는다. 또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 작물들의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도 한다. 그러나 생산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인간 욕망 뒤에는 땅이 산성화되고 그로 인해 지력이 약해셔 오히려 작물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체에도 해를 끼치는 그림자가 생겨나게 된다. 이로써 결국 인류는, 먹고 산다는 문제는 자연환경과 동식물들과의 조화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된다.

 

인류와 자연환경이 조화롭지 않고서는 둘 다 건강한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깨달음은, 오늘날 지속 가능한 농경으로의 방법들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 농경이라든가, 곤충류를 미래의 식량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라든가, 농경의 자동화를 통해 보다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는 인류와 자연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한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에 시작된 농경을 중심으로 한 인류의 역사를 훑어 보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놓여진 현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미래의 농경의 방향이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 독자들에게 고찰했던 내용은 앞으로의 더 깊고 발전된 공부를 해나가기 위한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농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통해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으리라 생각하고, 유전자 조작과 식물 공장 등의 농경의 자동화 부분에 대한 과학적인 관심도 생겼으리라 본다. 어떤 한 주제가 각 학문 분야에 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도할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하듯, 모든 학문들도 서로 영향을 주며 인접해 있기에 통합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생활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에너지 절약이나 재활용품의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비자로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등의 자연스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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