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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 공부로 승부하라
유용재.오재호 지음 / 와이스쿨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잡식성 공부로
승부하라
유용재·오재호 지음
와이스쿨 펴냄
작년 겨울에 인터넷 서점에서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잡식성이라니? 이 친구들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많은 모양이네?' 하면서 무척 호기심을 가졌던 책이었다. 대한민국의 빡빡하고
타이트한 대학입시 제도 아래서 어떻게 공부했길래 잡식성 공부로 승부하라 자신있게 말하는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니 어쩌면 입시를 치른 시절로
돌아간 동등한 고등학생 입장에서 호기심이 났다. 얘들은 얼마나 보람 있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으면 이렇게 책으로 내는지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이 친구들은 2014년 하나고
졸업생들이다. 나는 아직 초딩맘이라 하나고에 대해 말로만 들었었는데, 찾아보니 하나금융그룹에서 설립한 자사고였다. 2010년에 개교하여 2회
졸업생을 배출. 개교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교육과정 운영이나 대학 진학률 면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학교 중의
하나다. 단순히 좋은 학교를 많이 보낸 이유만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들을 과목을 선택하여 시간표를 짜고 수강 신청을 하는 형태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p.56), 1인2기, 즉 한 명이 2가지의 특기를 기르는 것으로 예술분야와 체육분야에서 원하는 과목을 한 개씩 골라
매일 수업을 듣는 등(p.57) 시설 좋은 학교에서 균형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하고 있기에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된거
같다.
유용재군은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학생으로 어릴 때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고 한다. 자기 삶은 자기가 개척하라는 부모님의 지도
방향이 있었던 것. 그것이 용재군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학에 관심이 많아 수학교육
분야에 논문까지 써서 채택이 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하나고에 세 번 응시하여 입학하게 된 드라마틱한 입학 스토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재호군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친구.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입학하여 전액 장학금 지원을 받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론에 관심이 있어 학교 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 각종
토론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다.
이 친구들의 스토리를 읽어보니, 이들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도전하여 성취해내는 기쁨을 아는 친구들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부터 스스로 이뤄 낸 작은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주었고,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목표로 해야하는지를 알고 자신들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 이 친구들의 얘기를
읽으며 너무나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 어른이지만 배울 점도 많았다. 그리고 초등 5학년인 딸래미를 키우는 엄마로서 지금까지 내가 추구해왔던 것들과
일맥상통한 점들이 많아 반갑기도 했고, 또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용재군이 2학년 1학기 때 짠 수강
시간표!
우와... 정말 수학을
좋아하나보다...
나의 취약과목이 수학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경이로운 시간표.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기에 딸래미가 대물림
하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수학을 어찌해야하나 고민도
되고...
딸아이는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학교
수학은 지금까지는 잘 따라가고 있는 듯 하다.
한 학년 어린 조카가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하는데, 이 책, 특히 용재군을 소개해주고 싶다!^^
물론 성적을
잘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고등학교 생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신을 조금 제쳐 두고라도
그 일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설령 그것이 수능에 나오지 않을지언정 한 번 쯤 그 과목에 도전해보는 것이
고등학교 생활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용재 p.95)
내신을 통해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이지만,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한다면 각각 모두가 돋보일 수 있다.(용재 p.65)
여러분은
누군가가 기회를 눈앞에 가져다 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능동적으로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런 것이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었다.(재호
p.32)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오신 많은 선배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활자라는 틀에 박힌 딱딱한 지식보다 싱싱한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는 살아있는
지식이 되어 굶주린 내 머리와 가슴을 채워주었다.(재호 p.173)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대학입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팍팍한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에서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다양한 경험을 하여 그들 나름대로의 성취를 이룬 과정에 대해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제 들었던 강의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수학에 있어서 탄탄한 개념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강의였는데, 강사는 '모죽'이라는 식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모죽은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싹이 나는데 주 성장기가 되면 하루에 80cm씩
자라 30m까지 쭉쭉 뻗어 자라난다고 한다. 어느 순간 부터 무서운 성장을 할 수 있는 데에는 그 뿌리에 비밀이 있다.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
굵고도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자라날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수학의 개념이란 모죽의 뿌리와도 같다는 강사의 말씀에 무한 공감하고 감동을
받았다.
모죽의 이야기는 이 두 청년의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성장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삶을 가꾸어 나갔던 경험이 이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자양분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대학을 가서도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자신의 생활을 설계해 나가는 것을 보고 또한 감동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문·이과통합교육, 융합교육의 취지에도 통하는 공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잡식성 공부란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 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들이 혼자서 공부하기 보다 동아리를 통해서
함께 공부했다는 점이다. 팀을 이뤄 토론을 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는 점. 그 안에는 멘토와 멘티가 있다. 멘티는
언젠가는 멘토가 된다. 이렇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분위기 정말 좋은 것 같다. 사춘기가 되면 부모 보다는 선후배, 동료가 서로 멘토가 되어주는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런 여건이 마련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입시 전형을 잘 선택해야한다는 점. 자신에게 맞는 입시 전형이 있는 학교와 과를 잘
알아보고 준비해야한다는 점. 결국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나의 장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고등학교 생활, 하나고 입학, 대학 입시 등에 대해 이들만이 제공하는 꿀팁들이 중간중간
들어있으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학교생활백서가 될 수 있겠다 싶다. 두 학생이 지향하는 바에 공감할 수 있고 실제적인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