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레이키 - 반려 동물을 행복하게 하는 기적의 손 치유
혜별 지음 / 샨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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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대체 왜이러지?"

"무슨 생각인지..알고 싶어"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하이디"를 동물농장에서 보고서는 막연히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내 고양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특히 새로운 녀석인 마요가 오고나서부터 전에 없던 행동을 보이는 네 마리와 방 안에 오도커니 앉아 홀로 독거냥 생활을 즐기는 마요의 마음 속도. 추위와 더위 배고픔에서 구조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 반대로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애니먼커뮤니 케이터 외에도 애니멀 레이키라는 단어가 이웃들의 블로그에서 속속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기구독 중인 동물잡지에서 애니멀 레이키 혜별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난 뒤 그녀의 책을 얼른 구해 읽기에 이르렀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동물 교감사)와 레이키 마스터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보이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아픈 동물과 교감하고 치료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수백여 가지 에너지 힐링 중 한 갈래인 레이키는 내 몸에 에너지를 받아 필요한 곳에 전달해주는 치유법이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니 순간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물론 애니멀 힐링에 이르기까지 국외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라 레이키 마스터인 혜별의 이야기는 더욱더 한 자 한자 유심히 읽게 된다. 어느날 조용히 숨을 거둔 그녀의 고양이 '칸쵸'. 하지만 엄마 곁에 한동안 더 머무르고 싶다는 칸쵸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수많은 집사들의 심금을 울리기엔 충분했고 부러움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내 고양이의 마음을 읽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원래 레이키는 우주의 에너지를 이용한 치유법이라고 한다. 우스이 미카오라는 사람이 만든 치유법인데 동양에서는 '기'라고 불리고 인도에서는 '프라나',하와이에서는 '마나'라고 불리는 그것을 이용하여 생명을 치유하는 지식과 힘을 가르킨다. 실제로 저자 역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고 가족과 단절된 삶을 살다가 레이키를 접하고 나서 화해에 이르렀다니 자신을 먼저 힐링할 수 있다는 것도 레이키가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잠을 자지 못했던 제이도 분리불안증을 앓고 있던 은선이도, 함께 했던 오짜 짜르를 갑작스런 사고로 잃고 충격을 받았던 베르도 교감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안심되던 순간, 어느 한 페이지에서 분노를 감출 수 없었는데 길냥이 랑이의 이야기에서 손은 분노로 바들바들 떨며 멈추어져 버렸다.

 

어린 길냥이를 구조한 집사가 교감신청을 했고 마스터를 통해 어린 냥이 '랑이'가 임신했음을 알고 그 확인을 위해 동물병원을 방문했는데 돌팔이 의사가 그만 개복을 해 버린 거였다. 임신진단은 개복을 해야한다며. 초음파만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을 게다가 임신 중의 아이의 배를 째버리다니..대체 어느 병원인지....! 당장 찾아가고 싶어질 정도로 화가 끝까지 났는데 그 병원에서는 말도 안되는 말로 자신들의 의료사고를 덮기에 급급했다고 하니 당장 따져 물어 그 병원을 문닫게 만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랑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화를 멈추고 천천히 읽어보았더니 다행스럽게도 기력을 읽은 랑이의 사연에 여러 힐러들이 발벗고 나서 랑이를 살려내었지만 개복 시 한 아이가 뱃 속에서 사산되었고 그 아이를 꺼내지 않고 방치해버려 뱃속에서 부패할 우려 때문에 출산을 앞당겨야 한다는 부분에서 또 한 번 화가 머리끝까지 폭발해 버렸다. 16일. 힐링타임을 동반하며 출산했지만 애초에 셋이던 아이는 한 아이만 무사히 랑이 곁에서 자라고 있다니...마음이 서늘해졌다.

 

항상 반려묘를 보며 "니 마음이 알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안다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괴로움, 울부짖음, 무서움 이런 마음들을 듣고서 외면할 수 없기에 나는 레이키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을 살짝 접어둔다. 마음 한 켠에. 언젠가는 배워보게 되겠지만 간절히 희망하고 있지만 좀 더 마음을 강건히 먹을 수 있게 될때까지만 살짝 미루어두었다. 레이키를 만난 뒤 삶이 더 깊고 따뜻해졌다는 후기담도, 마인드 컨트롤이 잘 된다는 후기담도 참 따뜻하게 가슴으로 와닿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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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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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작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었노라고. 그리고 작가가 되는데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렇다면 그녀의 글솜씨는 재능인가? 분석력인가? 라고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즐기지 않았을 뿐 일반인들보다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언가는 읽으며 얕은 글에도 깊은 생각들을 하며 분석하고 통찰력을 키워온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라는 직업군이 그저 그런 생각만으로는 이를 수 없는 직업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남다른 생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머릿 속에서 조각조각 맞춰보고 찢어보고 덧대어 보았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p 34 작가가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읽기는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때론 작가 장성주의 강조처럼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중 일부는 책 속에 있을 것이다. 남보다 많이 읽다보면 뭔가 쓰고 싶어지는 경지게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밤마다 책을 읽으며 눈이 빠질 것 같이 괴로워도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쓴다는 것도 결코 멈출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천업이기 때문에. 저자 역시 10대에 수많은 책들을 읽은 독서가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의 표현처럼 작가로 조련되어 현재 시인이자, 미평가, 에세이스트,등의 문장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느 작법서와 다른 점은 첫장부터 이렇게 쓰라고 간단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무언가를 쓴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던 것일까. 허기진 삶에 대한 고충도 알아야 하고 실패의 가능성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각오도 남달라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글쓰기를 포기하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래서 특이하긴 해도 나는 이 책을 또 다른 느낌의 작법서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요령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만이 작법서가 아닌 그 이전에 워밍업 되어야 하는 순서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도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는 글의 끈기와 습관을 마음먹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1천만원, 5천만원 하던 공모전의 금액이 이젠 1억을 넘기에 이르렀다. 벌써 몇년 전부터의 일이었다. 등단을 꿈꾼다면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꼭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글솜씨를 드러낼 곳이 많기에 작가의 길은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소수에게만 열린 닫힌 분야는 아닌 것이다. 결국 어떤 길이의 글, 어떤 장르의 글, 어떤 작가로 살 것인지만 본인이 선택한다면 어느 날 글은 그에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나는 그의 표현 중 이 문장이 가장 맘에 들었다.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는 시간' 이라는 표현이.

 

p158 모든 기억들은 몸 안에 저장된다. 열정과 심적인 고통, 즐거움, 초월한 평화의 순간들도 저장된다

 

한국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박경리의 소설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녀의 다른 글쓰기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나는 작가가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글로 내뱉어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출생부터 불합리했다고 토로하는 작가의 불행 앞에서 감시 그 자양분으로 문학적 감수성이 높아졌노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문장이 그것을 쓴 사람이 살아온 방식, 내면에 쌓인 지식의 질과 양 등이 반영된다고 할지라도. 박경리 작가 외에도 헤세, 카뮈, 최인호, 다치바나 다카시 등등 많은 작가들의 문체와 그들의 삶을 접목시켜 보여주고 있는데 40년 동안 독자로 살았고 15년간을 편집자로 살았으며 40년을 저자로 산 문장 노동자 장석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 모든 작가와 저자들은 다 고마운 스승이라는 거다. 동감! 여전히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한 친구에게 이 책을 다 읽고 선물로 주어야지 라고 맘 먹게 될만큼 이 책은 작가의 길로 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마음 가짐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40년간 독자로 읽은 책들이 스승이었듯 내게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라는 이 책 역시 좋은 스승으로 남아 나 뿐만 아니라 곁의 지인에게도 꿈을 전할 수 있는 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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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집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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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5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메이몽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작가 백희성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주 아름다운 소설을 한 권 완성했다. 낡은 두 건물에 얽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와 가족에 얽힌 비밀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미스터리한 스토리는 그간 잔인한 살인사건이 위주가 되었던 스릴러 미스터리와는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을 전하며 몽환적인 기분에 젖어들게 만든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누벨의 사무소에서 건축가로 일했던 건축가 백희성. 그는 때로는 주인공이 되어 때로는 전지적인 시점을 가진 작가가 되어 혹은 가장 먼저 재미나게 읽었을 최초의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밀가루 주무르듯 반죽해 나갔다. 처음 그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 순간!

 

건축가 루미에르 클레제는 아주 싸고 낡은 집을 원했으나 워낙 비싼 파리 시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없었다. 특히 가장 비싼 집들만 즐비한 시떼 섬안에서 구하는 일이란 차라리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것을 알고 거의 포기할 뻔 했지만 거짓말처럼 그런 집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백 년은 넘은 듯한 낡은 집. 그 집만큼이나 이상한 집주인은 먼저 그를 테스트해 보길 원했고 집주인 피터를 만나러 그가 거주중인 요양원에 도착했으나 그 곳에는 또 다른 이상한 건축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요양원 건물이 그것이었다. 중세 수도원 건물이었다는 그 건물은 의뢰인인 피터의 아버지가 근대식으로 리모델링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 전 건물을 수리하면서 그는 건물 안에 비밀의 요소들을 만들어 놓았으니....루미에르에게 내려진 테스트가 바로 그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었던 거다. 마치 코난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듯.

 

4월 15일의 비밀...

 

p351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양원의 온실은 오직 4월 15일에만 완전해진다. 천국에 온 기분을 만끽하게 만드는 멋진 석양빛이 그 곳으로 온전히 스며드는 날이 바로 그날 이기에. 그리고 그 빛을 따라 간 종탑의 끝에서 루미에르는 아주 낡은 기록물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아나톨 가르니아라는 여성의 일기를. 그녀는 낡은 건물의 원 주인으로 남편과 사랑스런 두 아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여인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보금자리로 돌아와 죽음을 기다리던 그녀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피터의 아버지는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여인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일으키기 위해 피터를 입양하기에 이르른다. 그날이 바로 4월 15일이었다. 비밀의 열쇠는 두 개의 일기, 두 채의 건축물에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나톨을 사랑했고 피터를 사랑했던 건축가 프랑스와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장 행복했던 공간에 그 행복의 비밀을 감추어 두었다. 자신의 아들이 성장해서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2014년 12월에 읽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 떠올려졌다. 문득-. 그녀는 [몽위]에서 '정말 두려운 것은 기억나지 않아'라고 했는데, 기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이지 않는 집]을 통해 나는 깨닫고 있다. 내게도 두 권의 소설은 아주 다르면서 '기억'이라는 묶음으로 함께 떠올려지는 이야기로 남겨졌다. 천재 건축가가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그 아름다운 공간을 머릿 속에 그려보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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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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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만 만나왔었다. 글로만 읽어왔었다. 문체만 익숙했었다. 작가란 존재들은.

하지만 '월간조선'의 객원기자이자 작가인 이재은의 글을 통해 만나게 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19인은 사뭇 남다르게 느껴졌다. 아마 그들의 육성을 통해 그 생각을 듣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작가 이재은)이라는 매개통로를 통해 듣게 된 것이지만 분명 생각을 듣는 다는 것은 글을 읽는 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 받게 되기 때문이다.

 

명작은 끝임없이 완성되고 끝없이 재해석 된다. 탈고가 끝난 글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어떻게? 어떤 배경과 화두를 던지며 책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치 집 평수만 보고 다니던 사람이 어느날 인테리어나 집의 구조, 풍수 등등 그 내면을 알게 된 기쁨과 같다고나 할까.

 

p64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정말 분석이 불가능해요. 논리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오류에 빠지는 거죠

      모든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죠.    (작가 정미경)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 날엔 문장 하나를 두고 열두 번도 더 생각에 빠지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들고 설레게 만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 준 작가도 있었고, 내가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각성하게 해 준 작가도 있었다. 아,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소설을 써 왔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도가 우리 땅인 것처럼, 김연아 선수가 전세계에 그 예술성을 펼쳐 보인 것처럼 대한민국 작가군단도 내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랑스러움을 한껏 높여준 사람들이다.

 

p85 인생 자체가 훌륭한 예술작품 (작가 박상우)

 

작가들의 삶은 대부분 평탄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네 대부분의 삶도 들여다보면 그런데 우리는 그냥 일상을 살고 이들은 일상을 뛰어 넘어 작품으로 승화 시켜 내는 능력자들인 것만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평탄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힘이 되어 오늘의 그들을 만들어 낸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우 작가는 인생 자체가 훌륭한 예술작품이라며 삶의 긍정성을 더한다. 가장 힘든 날 이 책을 펼쳐서였을까. 그의 그 생각은 내게 묘한 힐링으로 다가와 카페인 10잔을 마신 것 보다 더 효과적으로 안정제 역할을 하곤 했다. 그날 내내-.

 

p152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작가 한승원)

 

조경란 작가가 검은 색 옷만 입는 이유는 검은 색 속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껴져서 라고 했다. 코코샤넬에게는 자신을 한 껏 드러낼 수 있는 색으로 여겨진 블랙이 조경란 작가에게는 자신을 숨길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처럼 느껴졌다니...색이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공간적인 것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니....작가의 평소생각조차 내겐 낯선 바람처럼 신선했달까.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생각을 내려놓고 사는 삶이란 지나고나면 나의 삶을 산 것 같지 않아 허무해지는 삶이었다. 그래서 내게 원동력은 생각 인데 이것도 너무 넘치면 또 머리아픈지라 때로는 심플하게 때로는 깊게 그 깊이를 가늠하며 살아야 나는 제대로 살게 하는 올바른 도구처럼 쓰여진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철이 들기 시작하는지 사람들과 말투, 옷차림, 행동, 약속이행 등등은 좀처럼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와 달리 책 한 권을 읽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화가의 영혼과 작가의 영혼 중 누가 더 자유로운가?'  라는 질문이 책의 도입부에서 내게 던져졌는데,

답이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생각을 좀 달리 해본다. 애어른이어야 더 멋지게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화가처럼 철들지 않아야 더 멋진 글이 나오는 작가도 분명 세상에는 존재할테니 말이다. 명작이 끝없이 재해석 되듯 명작을 탄생시키는 작가들의 생각도 이처럼 끝없이 재해석 되어 내게 수많은 화두들을 던져놓았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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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환문총
전호태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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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망언은 계속 되고 있다.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우리 역사를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독도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다. 하지만 그 외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우리가 관심 가져야할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또한 나 스스로조차 부끄럽게도 더 알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난 삶에 대해 이젠 좀 관심갖고 살아야하겠기에 그 용맹했던 고구려의 역사부터 되살펴 보기로 했다.

 

"두 번 그려진 벽화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비밀의 문/환문총]은 울산대학교 박물관장 및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전호태 교수의 글이다. 그는 한중일 통틀어도 이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찾을 수 없을만큼 '고구려 고분벽화'분야의 최고봉이다.

 

영화 '미이라', 소설'람세스'를 통해서 이집트의 무덤 속은 익숙하면서 또한 여러번의 전시를 통해 중국 진황제의 무덤 속 용병들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우리는 우리네 선조의 무덤 속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지....가슴 뜨끔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무덤 속 그림인 고분 벽화는 그들의 내세관, 종교관, 우주관이 담긴 아주 중요한 사적 자료다. 그러면서 동시에 장의미술의 한 장르이기에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앞으로 500년 뒤,1000년 뒤, 이젠 무덤조차 남기지 않는 우리들은 후세에 어떻게 기록하여 우리의 사상과 생활, 문화 전반을 남긴다는 것인지...물론 무덤 외의 기록창고들이 산업의 발달로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토록 멋스럽게 그리고 칠하고 정성을 더한 기록물을 더이상 이 땅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반대로 하나의 무덤이 완성되기까지 그 장식을 담당하고 기록을 담당했을 벽화 속에 담긴 그림을 통해 조상들이 후세에 전하고자 한 그것을 찾아 나는 글을 열심히 읽고 또 읽어야 했다.

 

p161  사람마다 길 아닌 길을 찾다가 길을 놓친다고 했다

 

고구려 환문총은 두 번 그려졌다. 한 번 완성된 그 그림들을 회로 덮은 뒤 그 위에 다시 완전 다른 그림들을 새로 그려냈다. 잘못 그렸던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완전 다른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보고 흥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벽화의 주제를 바꾼 결정을 한 이는 누구일까? 처음 그린 이와 두번째 그린 이는 동일인물일까? 권력층은 모두 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일까? 그 그림을 통해 무덤 속 주인이 후세에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수많은 의문들이 책장을 넘기는 사이사이 뇌를 스쳐지나갔고 그 즐거운 상상들이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며 읽는 내내 상상의 즐거움까지 더해주었다.

 

이 글은 소설의 형식으로 쓰여졌다. 환문총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를 시점별로 분류하여 고구려 시대, 일제 강점기 환문총 발견 전후 시대, 해방 후 벽화 조사에 나선 남북한, 중국 연구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시점에서 벽화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잘 쓰여졌다. 그래서 사실과 상상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어 이야기의 풍미를 더했다.

 

압록강 중류와 혼하 유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간 고구려. 그 용맹함을 '광개토대왕','연개소문' 같은 드라마 속에서만 국지적으로 만나 볼 것이 아니라 더 적극성을 띄어 이런 소설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독자층이 좀 더 두텁게 형성되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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