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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집 ㅣ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p345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메이몽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작가 백희성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주 아름다운 소설을 한 권 완성했다.
낡은 두 건물에 얽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와 가족에 얽힌 비밀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미스터리한 스토리는 그간 잔인한 살인사건이 위주가 되었던
스릴러 미스터리와는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을 전하며 몽환적인 기분에 젖어들게 만든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누벨의 사무소에서 건축가로 일했던 건축가 백희성. 그는 때로는 주인공이 되어 때로는 전지적인 시점을 가진 작가가 되어
혹은 가장 먼저 재미나게 읽었을 최초의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밀가루 주무르듯 반죽해 나갔다. 처음 그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 순간!
건축가 루미에르 클레제는 아주 싸고 낡은 집을 원했으나 워낙 비싼 파리 시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없었다. 특히 가장 비싼
집들만 즐비한 시떼 섬안에서 구하는 일이란 차라리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것을 알고 거의 포기할 뻔 했지만 거짓말처럼 그런
집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백 년은 넘은 듯한 낡은 집. 그 집만큼이나 이상한 집주인은 먼저 그를 테스트해 보길 원했고 집주인 피터를 만나러
그가 거주중인 요양원에 도착했으나 그 곳에는 또 다른 이상한 건축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요양원 건물이 그것이었다. 중세 수도원
건물이었다는 그 건물은 의뢰인인 피터의 아버지가 근대식으로 리모델링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 전 건물을 수리하면서 그는 건물 안에 비밀의
요소들을 만들어 놓았으니....루미에르에게 내려진 테스트가 바로 그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었던 거다. 마치 코난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듯.
4월 15일의
비밀...
p351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양원의 온실은 오직 4월 15일에만 완전해진다. 천국에 온 기분을 만끽하게 만드는 멋진 석양빛이 그 곳으로 온전히 스며드는 날이 바로
그날 이기에. 그리고 그 빛을 따라 간 종탑의 끝에서 루미에르는 아주 낡은 기록물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아나톨 가르니아라는 여성의 일기를.
그녀는 낡은 건물의 원 주인으로 남편과 사랑스런 두 아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여인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보금자리로 돌아와 죽음을 기다리던
그녀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피터의 아버지는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여인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일으키기 위해 피터를 입양하기에 이르른다.
그날이 바로 4월 15일이었다. 비밀의 열쇠는 두 개의 일기, 두 채의 건축물에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나톨을 사랑했고 피터를 사랑했던 건축가 프랑스와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장 행복했던 공간에 그 행복의 비밀을 감추어
두었다. 자신의 아들이 성장해서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2014년 12월에 읽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 떠올려졌다. 문득-.
그녀는 [몽위]에서 '정말 두려운 것은 기억나지 않아'라고 했는데, 기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이지 않는 집]을 통해 나는 깨닫고 있다.
내게도 두 권의 소설은 아주 다르면서 '기억'이라는 묶음으로 함께 떠올려지는 이야기로 남겨졌다. 천재 건축가가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그 아름다운
공간을 머릿 속에 그려보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