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 박근혜·안철수식 경제·정치문제 풀기
조시영(싸이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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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뉴스를 통해 국민연금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앵커의 목소리가 나오길래 볼륨을 높여들었다. 연금이 바닥날 시점을 잘못 계산해 곧 닥칠 위기에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중간에 들었던 만큼 처음부터 제대로 듣지 못해 이해가 잘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연금 문제는 어제오늘 붉어진 문제가 아니었다. 하긴 대한민국 시스템의 문제점이 어디 국민연금의 돌려막기식 지급뿐이랴.

 

성격이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경제나 정치에는 최대한 귀를 닫고 살아온 문외한인 나에게조차 최근 몇년간의 삶은 피부에 와 닿을만큼 최악이었다. 체감경제가 이정도인데, 여전히 배부른 사람은 배부르고 하루에도 배고파 죽어나가는 서민들은 수십이고...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작 최소생계지원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배를 곯고 있고 반대로 영악하게 제도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벼룩의 간이라도 빼먹자는 심산인지 외제차 몰고 좋은 집에 살면서도 서민의 최저 생계비까지 서류를 꾸며 자신의 것으로 타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처음 들었을때엔 믿을 수가 없었는데 나 역시 현실로 닥쳤지만 나라에서 그 어떤 혜택을 받지못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나니 그간 냈던 세금들이 단돈 1원까지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시스템인데......

 

 

시스템을 굴리는 것도 사람이요, 그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것 또한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세상의 변화를 꿈꿔볼 수 있을텐데...사실 국민은들 이제껏 오래 장기 집권해온 직업정치인들에게 진이 빠진 상태가 아닐까 싶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정치권할아버지들이 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각자 한번씩 대통령이 되었다가 물러났다.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한숨은 줄어들지 않았다.

 

왜일까? 전공이 정치인 그들은 왜 세상을 개혁할 수 없었던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욕먹는 대통령이 아닌 존경받는 대통령이 나올 수 없는 것일까. 물론 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욕먹는 대통령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몇몇 국가 원수도 배출해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니라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가 바꾸어가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그래도 희망을 품어도 좋을 땅임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박근혜 대표와 안철수 교수를 자꾸만 비교하고 있는데, 그들을 단 한번도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다보니 두 사람이 제시한 경제정책 중에 나는 안철수 교수의 정책쪽에 더 솔깃해졌다. 세분화 되어 있고 디테일하게 짜여져 있어 무엇을 하고자하는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이 두 사람의 생각이 합쳐져서 함께 손잡고 합을 만들어 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애초에 너무나 엉뚱하게도 나는 우리나라에서 색다른 이력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추진력으로보나 활동해온 능력으로보나 한비야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 시원하게 좀 정치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상을 해 본 일이 있다. 하지만 상상일 뿐 막상 그녀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 말리는 1인이 되어 있을테지만.

 

안철수 교수의 경우도 정치를 하기보다는 그저 국민멘토로 남아 청소년 및 청년층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아직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품은 정책은 실로 너무 좋은 것이어서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 시대의 대한민국을 살아보지 않고 청년실업에 대해 논할 수 없다. 지금의 고학력 백수가 되어 보지 않고 이들의 고충을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임시구제한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음을 그들도 알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구축해줄 인재형 지도자가 우리에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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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묻은 별 - 엄홍길의 인연 이야기
엄홍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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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산에 묻히는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즘에야 납골당이다 수목장이다 해서 선택의 사항이 많아진 것 뿐이지 여전히 산에 묻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흙산이 아닌 언 산에 그것도 사고로 고국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묻히게 된 경우, 망자의 한은 얼마나 클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평생을 함께 해 온, 특별히 아꼈던, 조금 전까지 옆에 있었던 사람들을 산에서 잃고서도 또 산으로 향하는 산 사나이 엄홍길 대장이 그 가슴에 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털어놓았다.

 

희말라야는 왜 그를 살려준 것일까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산악인들이 지금 이 순간도 목숨을 잃고 있을지 모를 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이 8000m급 16좌를 완등하는 동안 살려두었다. 물론 상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었고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 다시는 산에 오르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까지 들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산악인 엄대장은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가슴에 묻힌 사람들의 열망을 함께 이루어내고자하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란 네팔어로 "사가르마타(눈의 여신)", 티베트 어로 "초모랑마(세계의 여신)"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름보다는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바로 영국에서 히말라야 고봉들의 높이를 재면서 측량 국장인 조지 에베레스트 경의 이름을 붙여 버렸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힘은 고유명사 하나에서도 그 힘을 발휘 하나보다. 누군가의 이름보다는 뜻이 예쁜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불려진다면 더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은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서 생긴 것이었다.

 

이미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유명한 엄홍길 대장의 [내 가슴에 묻은 별]은 결코 그의 지난 발자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볼 수 없으나 여전히 그의 가슴에 살아있는 보고 싶은 후배들에 대한 추억담으로 가득했다. 그 역시도 그가 사람을 보는 시선이 잘 그려져 있어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놓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하면서 그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프로필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의 평소 습관이나 그가 가졌던 꿈,함께 꾸었던 열망, 그래서 그들의 부재가 더 아쉬운 현재를 절절하게 그려놓고 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와인이나 양주같은 사람이 아니라 구수하게 사람냄새나는 막걸리 같은 사람들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 동화되어 함께 아파하게 되었다. 세계 최초의 사나이는 사람을 보는 시선조차 따뜻한 사람이었으니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그 유머러스한 얼굴이 시커먼 그 분이 이 글을 쓴 저자분과 동일한 분인지 약간 미스매치가 되기도 했지만 책은 마지막까지 감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생의 절반을 희말라야에서 보낸 산 사나이의 고백...

 

그는 동료들을 잃었고 셰르파들도 잃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들이 좋아할 일을 찾아나섰고 결국 16좌 완등 신화를 이룩해냈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일에 도전 중이다. 네팔에 학교를 세우고, 현지에서 포기한 소녀를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받게 만들고 오지의 교육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이런 사람내음이 우리로 하여금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얼마전 모프로그램에서 배우 최민식이 방송인 김제동에게 그런 말을 건넸다. "왜 올라가? 산은 보라고 있는 건데" 엄대장님이 들으면 펄쩍 뛸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올라가기 보다는 밑에서 바라보는 쪽이니까. 하지만 세상의 반대편엔 높은 산일수록 오르기 어려운 산일수록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귀영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요, 명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목숨을 내어놓아야하는데도 그들은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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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내 사랑 1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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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흡혈귀가 나오는 공포 소설이다. 햇빛을 싫어하고 관을 옮겨 다니며 박쥐로도 변신하는 평생을 살아온 귀족 드라굴의 언데드. 그래서 영화로 끊임없이 재탄생되며 사람들에게 흡혈귀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악귀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공포를 확산해 왔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달달한 소설 [트와일라잇]을 읽기 전까지는.

 

트와일라잇 의 에드워드네 집안 사람들을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마을로 다른 흡혈귀들이 함부로 들어와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게 영역을 지켜가며 사랑도 함께 지켜나간다. 그런 10대의 책임있는 사랑에 전세계가 열광했고 책은 곧 베스트셀러화가 되었다. 흡혈귀에 대한 인식을 한 작가가 작품 한 권으로 완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권의 흡혈귀 로맨스 소설이 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화자인 미나의 시선에 따라 낯선 남자에게 매혹되기도 하고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기도 하며 약혼자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을 함께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동반자로 거듭나면서 운명을 풀어나가는 소설이 시리 제임스의 [드라큘라, 내 사랑]이다.

 

훗날 국회의원이 된 부유한 남자와 열 여덟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윌헬미나 머레이는 고아원에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란다. 주방장의 아들 조너선과 고아원에서부터 함께 자라 사랑을 키워온 그녀는 그가 후견인 대신 업무를 보러간 루마니아에서 돌아오는대로 결혼하기로 약속되어져 있다. 약혼자가 없는 동안 휘트비에서 2살 어린 귀족친구 루시와 함께 파티에 참석도 하고 낯선 남자 바그너에 매혹되기도 한다. 자꾸만 그가 보고싶은데 연락이 통 없는 조너선도 걱정이 되고,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루시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부유한 귀족인 아서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루시의 목에 흡혈의 표식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녀의 몽유병은 시작되었고 창백해져만 갔다. 친구의 병상을 지키던 가운데 조너선이 입원해 있다는 통보를 받은 미나는 그를 병구완하기 위해 떠나고 그곳에서 바로 결혼을 해 미나 하커가 되었다. 건강해진 부부가 다시 영국으로 되돌아왔을 땐 이미 루시는 죽고 없었고 그녀의 죽음과 관련해 반 헬싱 교수가 그녀를 찾아와 드라큘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그리고 그가 바로 결혼해서도 보고 싶어했던 남자, 바그너였다는 것. 1권까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이상하게도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나니 더 궁금해졌다. 시리 제임스는 2권에서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미나는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갈망"을 알게 된 여인이 특별한 존재를 사랑하게 되면서 펼쳐질 2권의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한 가운데 조금만 더 달달했다면.....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1권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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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의 엘불리 - 미슐랭★★★,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
리사 아벤드 지음, 서지희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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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불리.

이 낯선 이름을 나는 한 청년의 취업담에서 들어본 일이 있다. 그는 너무나 간절히 엘불리에서 일하고 싶어 돈을 모아 날아갔으나 단박에 거절당했다. 이미 주방은 천재 셰프 페란과 함께 요리하고 싶어 전세계에서 몰려든 실습생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 무보수인 것을 감안하고서-. 이곳에서 실습생으로 일한다고 해도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칭찬을 매일 듣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젊은이들을 불나방처럼 모여들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단박에 거절 당했던 한국 청년 루크 역시 거절에 포기하지 않고 페란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결국 셰프의 아내가 셰프의 마음을 움직여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되었으나 곧 돈이 떨어져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또 돈을 모아 다시 입성해야만 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모아 이곳에서 버틸 총알을 마련하다니...이쯤 되면 엘불리와 셰프 페란에 대해 그리고 그 요리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실습생 35명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선정한 레스토랑은 이곳 외에도 많다. 하지만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5번이나 거머쥔 엘불리의 성공신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 젊은 열정가들에겐 이미 돈보다는 열정이 앞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민없이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인 엘불리. 평생 살아도 요리를 먹으러 갈 영광이 주어질까 싶은데, 만약 먹으러 가게 되더라도 둘러 볼 수 있는 공간은 홀뿐이겠지만 리사 아벤드라는 기자를 통해 우리는 그 주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았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그곳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젊은이들의 시간은 다큐멘터리를 보듯 우리에게 생생하게 묘사되고 한 접시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주방에서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진솔되게 전달된다.

 

8월이 싫다는 스타셰프 페란. 요리와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다 성공적으로 잡은 그가 갑자기 레스토랑 운영의 정지를 외쳤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열 장소는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사람들을 먹이기는 할테지만 조금 더 다른 형태의 창의적인 공간을 구경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든다.

 

과연 그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은 무엇일까. 페란의 뇌구조도가 있어 그 속을 시원하게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다시 매장을 재개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 밖에.

 

페란에 대한 실습생들이 존경심도 존경심이지만 그들의 과거 이력과 엘불리에 지원한 동기, 현재 맡은 파트에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니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그들이 금새 친숙하게 느껴져 버렸다. 킴, 이오수,루크,이겔,요지,오리올,케이티,루카,가옐,다니엘 등등 요리에 꿈을 담아내는 그들 젊은이들이 페란의 주방에서 숙련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재미나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드라마 파스타가 떠올려지면서 그보다 훨씬 큰 주방을 상상하고 여러국가의 사람들을 배치하고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붙여가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요리들의 맛을 떠올려 보는 것. 책을 보는 내내 이 즐거움으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맛. 역시 상상하는 것보다는 직접 맛보고 싶어졌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볼 수 있을까. 엘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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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 - 일, 관계, 소통의 장벽에 부딪혀 괴로운 그대에게
낸스 길마틴 지음, 김학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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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던가. 욱하는 마음을 잠시 덮고 이성을 찾는다면 우리는 바로 5분 뒤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나 역시 다르지 않은 인간이었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감사 기도를 하면서도 바라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달라고, 조금 더 많이 갖게 해 달라고, 조금 더 똑똑해지게 해 달라고 매달리던 기도를 딱 멈춘 것은 내가 이미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깨달으면서부터였다. 고통과 함께 찾아온 깨달음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병은 나를 너무나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고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는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고 보니 "건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더 바래서 하늘에서 스스로 깨달아 보라고 시험에 들게 하신 것인가 싶어지기도 했다.

 

책 제목 그대로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가 되어 버린 상태에서 정말 멈춰버린 동안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인생에 있어 빨리 가야할 곳도, 더 많이 가져야 할 이유도, 더 높이 올라가야할 이유도, 더 어려져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건강하게 오늘을 살아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그래서 자유로운 두 손과 눈을 이용해 제일 먼저 읽은 책이 낸스 길마틴의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였다. 멈추었더니 정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므로.

 

살다보면 최선을 다해 달렸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팀원들과의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괴로워질 때도 있고,라이벌의 승리에 좌절하거나 눈 앞에서 사라진 기회에 절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살아보니 그랬다. 그럴 때가 바로 "멈추어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옛 어른들이 운때가 있다고 한 말이 바로 이 말이었음을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이 멈춤이 또 다른 선택의 기회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이전과 다르게 건강에 철저하게 신경쓰면서 천천히 옆도 둘러보면서 살아나가려 한다. 항상 결심만 했지 잘 실천하지 못했는데 책 한 권과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인해 나는 정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될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니 고통이 아니라 과제로 남는다.

 

한 보 진행을 위해 2 보 후퇴를 하는 것처럼 전진을 해도 좋겠고 머물며 사는 것도 좋다.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이웃들과 삶을 나누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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