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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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너무나 위로가 되는 제목이었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좋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나타나는 좋은 것들도 있는데, '평범함','무탈함'에 담긴 감사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 로커였으나 현재는 가구공방의 대표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약학을 전공했지만 다섯 고양이와 여섯 강아지를 돌보면서 글쓰는 인생도 있다. 사람들이 정한 기준보다는 자신들의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이어서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연이 닿은 반려동물들과의 사연들까지......

 

 

 

세상에는 안온한 일상을 갈망하는 이들이 있다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미련 없이 놓고

별것 없는 일상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

.

 

그렇지 않음을 결과로 증명해 보일 수도 없고

누구에게, 왜 증명해 보여야 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일들

p008

 

 

 

잠든 고양이의 발바닥, 혀를 내밀며 웃고 있는 개의 미소,..예쁜 사연들만 담겨 있을 것만 같았지만 사모예드 상근이는 방치 된 앞집 개였다. 여느 시골개들처럼 사람의 잔반을 먹으며 살았고 산책이나 털관리는 전혀 받지 못했던 대형견. 다행히 이들의 눈에 띄여 산책도 가고 털도 빗겨지고 사료도 먹고 집도 생긴......하지만 2년 뒤 심장 사상충에 감염되어 아픈 몸으로 그들의 반려견이 되었다. 두번째로 소개된 노란개 '관우'는 키워서 먹겠다는 개를 데려왔고 편의점을 가다가 마주친 배고픈 강아지 나루와는 15년 째 함께하고 있었다.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연이에겐 시간이 필요했는데, 안락사 예정인 개들에 속해 있던 연이에게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사진상으로는 참 예쁜 개였는데 그런 개를 누군가가 버렸고 또 상처받았을 것을 생각하니.....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몹쓸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좋았으련만 3년을 살고간 연이는 보리를 남겼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강아지처럼 졸졸 뒤따라와 이불에 누워 잠든 넉살좋은 고양이 '호두'는 출산을 했고 정상급 미치광이가 될 것 같다는 고양이 오공이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내 고양이와 닮아 있고, 애교많은 연탄이는 코에 연탄을 콕 찍은 모습이라 무척이나 귀여웠다. 마당고양이 우유는 앞집 개에게 물려 죽었다. 이별은 예고하고도 찾아오지만 이렇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서 헤어질 준비를 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가하면 하얀 솜뭉치 같은 강아지 뭉이는 저자와 13년을 살다간 녀석이었다. 비장암 진단을 받고 두 달 정도 더 머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2주 만에 이별하게 된 뭉이의 마지막을 지키며 직접 만든 관에 넣어 묻어주기까지....그 이별의 시간이 어느 페이지에 담겨 있다. 밥을 챙기는 길고양이들과의 이별 외 아직 반려하고 있는 녀석들과 이별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그 어느 페이지보다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되도록 한참 후에 맞고 싶은 통보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인의 늙은 고양이를 위한 관을 만들면서 남긴 글에서 또 위안을 얻는다. "가장 아픈 작업이었고 가장 미루고 싶은 작업이었고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가장 잘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p87)는 문장에서.

 

 

사람이 떠난 자리는 참 쓸쓸하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모든 인연을 다 끌어안고 살 수는 없지만 좋은 인연을 놓아야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었다. 하물며 가족으로 함께 산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말해 무엇하랴. 그들에게서 받은 위안 행복, 사랑이 한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은 견딜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별 앞에 담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처럼 건강을 잃어보았고 해온 일들을 내려놓으면서 반려동물과 소소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내게 <<무탈한 오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동물가족들과 함께하는 온기, 그러면서 알게 된 길생명들의 척박한 삶.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팔을 걷어부치는 작은 용기....좀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한 걸음만 더 옆으로 걸어봐주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옆으로 디뎌주길...그리고 발견해주길......이 순간 같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면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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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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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결정하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고, 더러는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이들의 손을 놓고 그리움으로 멍이드는 날도 있었다.  때로는 빨리 지나쳐갔으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기도 했다. 채 1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고민해야할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람에게서 해답을 구하고, 책 속에서 좋은 문장을 뽑아내도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졌을뿐 지혜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곤했다. 결국 내것으로 녹여낼 수 없었던 생각들을 시간이 묵혀주었다. 재료가 숙성되고, 발효되듯 사람에게도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20살에 읽었던 책보다 지금 골라내 읽는 책들의 울림이 더 크다.



올해 읽은 에세이 중 최고를 꼽으라면 딱 두 권의 제목을 말해주곤 했는데,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진이 작가의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다. 펼쳐본 페이지가 내 일기장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 100%의 마음이 그대로 기록되어진 글자들 사이로 얼핏얼핏 내가 보였다. 밝고 자랑스러운 '나'보다 어딘지 안쓰럽고 고민덩어리에 한숨을 폭폭 쉬어대는 소심한 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작가가 써 놓은 표현처럼 '사는 게 숙제 같았던 날들'이 주어진 시기도 있었고 '노력하는 만큼 보이는 것'들을 붙잡으며 살았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했던 내게 이 책은 묘한 위안을 선물해주었다. '괜찮다'라고 말해주던 친구처럼.



스스로 겁이 많았다고 고백하고 있는 작가지만 그녀가 걸어온 인생길은 용기없이는 선택할 수 없는 길들이다. 본인의 생각보다 언제나 훨씬 큰 사람이었을 그녀의 글은 흐르는 냇물처럼 시원하고 편했지만 문장의 힘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면서 우리 모두는 'ㄱ/ㄴ/ㄷ/ㄹ/...'을 배운다. 하지만 똑같이 배운 자음과 모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책을 통해 같은 마음을 찾아냈다면 책장을 덮은 후, 찾아낸 건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 대신 들어찬 걱정들을 걷어내고 내일부터는 다시 생각으로 머릿 속을 가득 채울 계획이다. 작가의 충고대로 '그냥 나답게~'


언젠가 길고 장황하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 앞에 앉아 있다가 그 긴 이야기 끝에 딱 한 마디를 물었더랬다. "그래서 더 행복해졌나요?"라고. 말을 다 내뱉었으니 속은 시원해졌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행복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을테니. 그렇게 누군가에게 던졌던 질문을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다. 결정하기 힘든 일을 앞두곤 더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더 행복해지는 것인가?"라고. 그런데 이 책은 비슷한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행복해질꺼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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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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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필요 없고. 이날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p362

 

 

 

<궁극의 아이>,<불로의 인형>을 쓴 작용민 작가의 다음책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의 작품은 매번 놀라웠고 단 한번도 실망시킨적이 없으며 재미가 떨어진 순간이 한순간도 없었다. 마치 필요한 장면만을 모아 만든 군더더기없는 대본처럼 완벽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전작들을 잊게 만들만큼 놀라웠다. 무엇보다 '히틀러'에 집중되어 있으면서 마지막까지 잘 맞추어진 조각으로 반전의 묘미를 던져주는 방식이 짜릿했다.



친구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오면서 "잡히지 않은 저 살인범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멀쩡한 겉모습으로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고 있겠지? 혹시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아닐까?"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며. 연쇄살인마들도 그러하지만 만약 이토히로부미나 히틀러가 죽지않고 불로의 생을 살고 있고 그 사실을 혼자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범 경찰인 바우만은 부유한 집안의 소년을 총으로 쏴 죽였다. 열 일곱살 밖에 안된 애덤 스펜서를. 그리고 사형이 언도되기 삼일 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적 있는 유명한 언론인 크리스틴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무언가를 털어놓기 위해서. 애덤을 죽여야만했던 바우만은 스무살이 되던 해인 1947년, 운명처럼 커티스 소령을 만났고 아디헌터(Ady Hunter)로 뽑혔다. 모든 것이 일급 비밀에 부쳐진 그들이 쫓는 대상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부모님과 여동생을 가스실에서 잃은 바우만에게 히틀러를 제거하는 일은 인류를 위한 일인 동시에 가족의 복수를 완성할 수 있는 임무였기에 그는 매순간 진실하게 임했고 사형을 언도받은 마지막순간까지도 후회하지 않았다. 아디헌터가 된 그날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의 천사' 요제프 멩겔레가 한 일은 유대인 학살만이 아니었다. 그는 연합군을 피해 도망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뇌수술을 실시했으며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그에 의해 히틀러는 살아남았다. 육신을 버리고 뇌를 타인에게 이식한 채 완벽한 타인으로 신분세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오래 살고자하는 욕구. 모두의 욕망이 하나로 얽혀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잠시 머물다가는 간이역이 아니다. 그렇게 사용되어져서도 안된다. 그래서 히틀러의 영생은 멈추어져야만 했다. 그의 사상과 계획도 몽땅 죽음으로 묻혀야만 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멋지게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영리했던 히틀러의 동선. <귀신나방>은 어쩌면 히틀러가 살아 있을지도 몰라. 라는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이야기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음모'까지 더해져 흥미롭게 읽혔다. 한국 작가가 아니라 외국작가의 번역본이라도해도 믿을 만큼 세련됨을 뿜어내면서. 바우만의 희생은 무엇을 남겼나. 너무 허무해지는 결말이었다.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누가 꼭 그를 잡아주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을 뒤로하고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이 책을 몇 년 뒤 다시 꼭 펼쳐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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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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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실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p57

 

 

 

 

코마상태지만 엠버의 의식은 멀쩡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모를 뿐.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인 <커피 모닝>의 까다로운 메인진행자 매들린 프로스트의 비위를 맞춰가며 보조진행자로 잘 자리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pd를 통해 하차소식을 전해들었다. 사고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 한가지, 베스트셀러 작가인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발각.  책을 시작하며, "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이며 나에 대해 알아야 할 세가지가 있다"는 전제를 둔 소설은 코마상태에서 과거를 되짚어가는 엠버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어린 소녀의 일기는 불행한 가정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열살 소녀는 또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내면을 숨긴 채 성장하고 있었다. 부부싸움이 그칠 날 없는 자신의 집보다 비록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짝꿍 테일러의 집이 더 좋다는 소녀의 고백. 그리고 동생을 임신한 엄마를 계단에서 밀어서 유산시킨 일. 테일러의 팔찌를 훔친 일. 아빠의 새직장으로 인해 멀리 이사가야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점....등등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일기장은 시시콜콜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



클레어는 엄마가 낳은 여동생이 아니었다. 부모를 잃은 그 애를 부모님이 데려왔고 함께 자라며 앰버는 클레어로 인해 부모님과 멀어졌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실 때까지 인연을 끊고 살았고 그 재산도 모두 클레어가 물려받았다. 그리고 대학시절,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던 남학생을 정리한 것도 클레어지만 그 모든 행동을 앰버의 이름으로 진행했기에 코마상태에서 남자의 복수대상이 되고 말았다.겉으론 평범해보였지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었던 앰버.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임신했지만 사고로 잃어야했다.회복된 기억 속에서 운전대를 붙잡고 있던 건 클레어였다. 홀로 안전벨트를 맨 채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클레어. 진실이 어떤 것이든 차 밖으로 튀어나간 앰버는 유산을 했고 코마 상태가 되어 과거의 스토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병실에 누워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되돌아온 팔찌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반전은 "테일러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보다 앨리스 피니의 <<원래 내 것이었던>>을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두 소설다 반전이 대단한 소설이며, 거짓과 진실을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소설들이었기에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다시 첫 장을 펼쳐 들고 말았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만 같아서. 무엇이 진실인지,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지, 복수는 정당한 것이었는지....다 읽고나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이고 누가 거짓말쟁이였던 것일까. 탁월한 이야기속 반전이 거짓말의 수위를 높여놓았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소설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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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리트리버 코난, 미국에 다녀왔어요 - 미국의 개 친구들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
김새별 지음 / 이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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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충분히 훌륭해
p103

 

 

 

코난까지 포함해서 총 5섯 식구는 보스턴에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되었다. 코난과 가족이 된 지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큰 개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한 것도 큰 일인데 코난네 가족은 열한 달 동안 동부지역을 여행했고 귀국 3주전엔 중서부 지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코난까지 포함해서. 이정도면 이 가족의 강아지 사랑은 안봐도 비디오고, 그 스케일도 미루어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상상만으로는 만리도, 이만리도 갔다왔겠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안다. 머릿 속 생각을 계획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절차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17개 주를 여행하며 트래블 도그가 된 코난이 만난 개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방송국 PD인 엄마와 의사 아빠 그리고 코난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형이랑 누나의 막내인 코난의 외국 생활은 시작부터 난조였다. 당시 이동장 무게까지 합쳐서 35킬로그램까지만 위탁수하물로 항공사에서 접수할 수 있었고 37킬로그램인 코난은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결국 화물 운송대행업체를 통해야만 했다. 화물칸인데도 무려 편도 155만원.



하지만 고맙게도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난과 같은 비행기를 예약할 수 없어서 대신 뉴욕까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가서 렌트카로 보스턴까지 이동하는 길을 택했다. 순전히 코난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은 '도그 프렌들리 아파트'. 세상 모든 개들이 코난처럼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진 순간이었다. 눈만 뜨면 올려져 있는 유기견 소식, 학대뉴스는 사라지고 이름 그대로 반려가족으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개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는데.....


대형견을 키우기에 미국은 너무 좋은 나라였다. 도그 비치가 있고 친절한 데이케어 서비스가 존재하고,'목줄을 풀 것'이라는 규칙만 있는 도그 마운틴....부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그 또한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값만 받는 공짜 동물 병원이 있었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예약을 받지 않는 머윈 메모리얼 애니멀 클리닉은 선착순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 이런 동물복지혜택을 받아볼 수 있을까. 97마리 골든 리트리버 정모 사진은 너무 멋있었고, 세상 떠난 개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여 놓을 수 있는 개들을 위한 교회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개와 함께 한 미국의 삶은 부러운 점이 많았지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코난네가 만난 개들이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체스터,할머니를 구한 릴리, SNS 스타 골드리버 제시와 버즈, 함께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했던 애플/토르/조이...포함 15마리 개들....물론 고난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거짓 리뷰에 속아 곰팡이 가득한 모텔을 호텔보다 비싼 값에 묵어야했고 바다소금물로 인해 폭풍설사를 겪기도 했다. 개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미국 생활은 한 결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한 것이 곧 행복함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코난네 가족을 통해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다. 거창한 행복보다는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고 인정받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개와 함께 한 여행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다녀온 여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대전제하에 그들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을 지금도 여전히 즐기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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