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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 스페인 고산 마을에서 일궈낸 자급자족 행복 일기
김산들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평점 :
스페인에서 사는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도심에서의 삶을 상상했었다. 카르멘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태양이 강렬한 열정적인 나라. 스페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얄팍한 상식인데,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는 이 모든 상식을 뒤엎어버린 책이다. 스페인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성이 딸 셋을 낳아 기른 땅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마을. 인터넷을 연결하는데도 몇 년이 걸린 외지에서의 타향살이가 쉬웠을 리 없다. 이름도 낯선 동네, 비스타베야에서.
한국에서도 200년 된 집을 산다면 한옥이 아닌 이상 반대할텐데. 아무리 600만원이라지만 수리비가 더 들 것이 뻔한 집을 사놓고도 부부는 느긋했다. '빨리빨리 문화'에서 벗어나서일까. 부부가 시작한 집수리는 마을 사람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성되었고 농사도 짓고 도자기도 구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편리함을 벗어던지고 자연을 벗삼아 반자급자족의 시기로 되돌아가서 살고 있는 그들이 왜 더 풍요로워보이는 것일까. 온갖 불편함에 궁시렁대고 사는 도시인들보다 한결 덜 편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의 삶이.....!
고양이, 칠면조, 닭과 어울려 살아가는 딸아이들은 시멘트 대신 흙을 밟고 풀냄새를 맡으며 성장중이다. 가장 부러운 부분이다. 새집 증후군, 아토피 등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자연은 벗삼아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깨끗하게 지켜져야할 유산일 것이므로. 뉴스에서 내뱉어지는 각종 흉흉한 사건들을 남의 일처럼 치부하며 살 수 있는 평온함도 참 부럽고.
문화적 차이를 겪을만도 한데 나와 다르지만 도울 수 있는 만큼은 돕고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도 생활인접적이어서 더 와닿는 부분이다. 열정적이고 자유스러우면서도 기본이 지켜지는 나라, 스페인의 법과 문화도 눈여겨 봄직하고. 특히 불법체류인을 대하는 사회 제도나 인식, 동등하게 주어지는 '보편적 복지'의 혜택 등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순차적으로 발전해온 시간마저 참 부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쩍 떠나거나 귀촌을 할 용기가 없어 책으로만 보면서 '좋은 점'들에 감탄중이다. 어디 좋은 일만 있겠는가. 물론 눈물로 지새운 날도 있을 것이며 너무 불편해서 짜증나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에서 살기도 결심한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함께 누렷던 따뜻함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