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 드뷔시> 는 2010년 제 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 수상작이다. 경쟁작이었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처럼 엽기적으로 몰아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더불어 불협화음처럼 떠오르는 의심은 놀라운 반전과 함께 소설 속으로 녹아든다.

사실, 충격적인 임팩트로 보자면 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지만 풍족하고 행복하게 자라온 소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친 불행의 그림자, 그리고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손길, 화재 사고 후 장애를 딛고 피아노에 몰입하는 소녀의 성장스토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쯤되면 심사위원들은 머리빠지게 고민되지 않았을까. 두 작품이 모두 한 작가의 머릿 속에서 탄생한 소설이라고해도.

 

잔잔한 음율 위로 빠르고 두려움이 깃든 음색이 덮여지듯 소설은 10대 소녀에게 연거푸 불행을 덮어 씌우기에 바빴다. 피아노 전공인 10대 소녀 '하루카'는 할아버지, 부모님, 사촌 루시아, 겐조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다. 당시 고즈키가에서는 수마트라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루시아를 입양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었다. 하필 그 무렵 부모님이 외가에 간 사이 별채에 불이났고 할아버지와 손녀가 불타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살아남은 손녀 역시 형채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끔찍한 상태로 발견된다. 머리가 타고, 귀가 타고, 입술이 타고, 살이 나올랐는데도 살아남았으니 운이 좋았다고...해야 옳겠지만 신체의 1/3 이상이 탄화된 상태에서 수술과 재활을 병행하는 일은 보통의 고통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리라.

그런데 회복단계에서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 하루카를 노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화재는 역시 방화였을까. 부모님과 삼촌, 간병인인 미치코씨 중 하루카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재산을 물려받게 된 하루카가 사라진다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되는 사람이 범인인걸까. 그런데 왜 엄마는 살해된 것일까.

단순히 장애를 입게 된 소녀가 피아노를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소설이었다면 감동은 줄 수 있었을망정 탄력있는 긴장감을 전달하진 못했을 것이다. 또 콩쿠르 직후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고!! 설마 '나'라는 화자에 변동사항이 생길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므로.

 

내용이나 전개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안녕, 드뷔시>를 읽으며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명카피처럼 툭툭 뱉어진 대사들 때문이다. 깊은 생각과 경험에서 우려진듯 폐부를 파고드는 좋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예쁜말이 아니라 맞는 말들이어서 더 와닿았고.

읽기 전엔 왜 대상 수상작이 되었을까? 궁금해다면, 읽은 후에는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 <안녕, 드뷔시>. 작가의 소설을 단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두 권 다 너무나 훌륭해서 문득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궁금해졌다. 어딘가에서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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