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1
손정미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왕'으로 불리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대왕'으로 칭송받는 왕도 있었다. 역사적으로보면.
하지만 '태왕'이라고 불리던 그는 후손인 우리에게 무한한 자부심인 동시에 함께 꾼 원대한 꿈의 동지이기도 했다. 역사시간에 책으로 접할 때도 눈부심이 가득했던 태왕인데 그의 무덤이나 비석마저 우리는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죄송하게도 변함없이 그러하다.

 

"고구려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책의 후표지에서 발견한 김진명 작가의 말이다. 단 2권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찬란했던 그의 이야기가 손정미 작가의 손끝에서 다듬어졌다. 김진명 작가의 바램처럼 이 책을 통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소설은 쉽게 쓰여졌다. 술술 읽히면서도 가독성 또한 크다.

 

아주 오래 전 봤던 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했는지 읽는 내내 머릿속 영상에서 태왕은 배우 배용준의 모습이었다. 다만 드라마틱하게 왕이 된다든가 나라 안팎의 견제 세력들과 영리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보다는 빛나는 원석인 그가 당연한 수순을 밟아 왕이 되고 운명의 여인들과 마주하는 내용들이 글의 재미를 더했다.

왕자 담덕은 고국양왕에 이어 태왕으로 올라 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며 국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힘을 쏟았고 백제, 신라, 왜, 가야를 고구려에 복속시키는가 하면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던 중국과의 외교에도 눈과 귀를 열어놓고 영리한 수를 두곤 했다. 그 사이 알타이의 공주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운명의 여인 모린을 맞이하기도 했다. 태왕을 사모하는 여인도 많았고 모린을 마음에 품은 남자들도 많았으니 그들의 운명을 시기질투하는 시선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들의 눈빛이 마주치던 순간부터 독자의 가슴은 콩닥콩닥댈 수 밖에 없다. 달달한 로맨스를 희망하는 마음 저변엔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진 <광개토태왕>은 로맨스가 빠져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만한 스토리였다. '우리는 태왕의 후예다'라는 자랑스러운 울림은 사자후처럼 마음속으로 퍼져 침략을 역사, 굴욕의 역사를 잊게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왕이 있었다.

다만 모사꾼들의 기운이 솔솔 스며나오는 1권의 후반부를 읽으며 2권에서 벌어질 궁중암투가 너무 잔혹한 것들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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