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1
윤선주 소설, 김영은 각본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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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 의궤살인사건>은 그동안 읽어온 여러 형태의 영조에서부터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잊게 만드는 특별한 스토리다.

애민의 마음을 갖고 탕평을 펼쳤던 성군 영조, 천한 핏줄의 어미로 인해 평생 컴플렉스를 안고 살았던 감정선이 고르지 못했던 남자 영조, 형을 독살했다는 의문의 눈길을 견뎌내야했던 사람, 늦게 본 아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아야했던 아비, 권력과 정치 그리고 아비로서의 삶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왕. 너무나 인간적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캐릭터인 '영조'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방향인가에 따라 그는 성군으로 비치기도 했으며 때로는 괴팍한 늙은이로 보여지기도 했다.

이런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만해도 숨이 턱밑까지 죄어온다. 정말 사도세자는 광인이었을까. 옛 사극 속에서 무섭게 미쳐갔던 그와 조금씩 다른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던 이후 버전의 캐릭터 분석을 보며 도리어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참 헷갈리다못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시점에서 접하게 된 이야기가 <비밀의 문>이었다. 게다가 출연진은 한석규, 이제훈, 김유정, 김민종, 김창완, 장현성, 권해효....실로 어마어마했다. 이런 드라마를 놓칠 수 없었다. 24부작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고 보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세책(책을 빌려보는 일)이 금지된 시절 책쾌의 딸로 태어나 사설포교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지담이라는 매력적인 인물과 사도세자를 '반편이'로 오해하게 된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펼쳐지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시작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 즐겨보는 장르소설이 사극 속에서 펼쳐졌고 왕이 발목 잡힌 그 옛날의 맹의로 인해 연쇄살인으로 이어졌다.

수사하는 왕세자와 조선의 장르 소설 작가.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소재였다.

 하지만 역사를 바꿀 수 없는 한 그 결말은 정해져 있고 슬픔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권은 실로 흥미진진하게 읽혀졌고 바로 2권을 펼쳐들었을만큼 재미는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드라마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은 또 소설대로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얽기설기 얽혀 있다. 권력 앞에서 아들을 잘라내는 비정한 아비들도 등장하고 아비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쥐어 뜯는 아들도 등장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져본 친구의 손목을 베어낸 남자도 있고 그 친구의 시체를 끌어다 몰래 묻어준 이도 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생명이 불어넣어져 있는 이야기여서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비밀의 문>은.

사극을 읽는 재미보다,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보다, 사람을 알아가게 만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이 좋은 이야기를 어떤 작가가 썼나 봤더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황진이>,<대왕세종>을 집필한 드라마 작가였다. 또 각색은 <참 좋은 시절>의 보조 작가로 참여한 김영은 작가의 솜씨였다. 역시 그래서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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