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해녀 - 잘나가던 서울의 공예 디자이너 제주의 해녀가 되어 행복을 캐다!
김은주 지음, 김형준 사진 / 마음의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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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건너간 이웃들이 있다.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듯 사는 그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간혹, 때때로. 언젠가 제주에서 일정기간 살아보고 싶다라고 꿈꿔본 적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해녀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해 본 일은 없다. 해녀가 된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저자 김은주씨가 처음이다. 서울에서 살던 그녀가, 공예 디자이너였던 여인이 어떻게 제주땅에 정착해서 해녀로 살게 된 것일까. 자신이 해녀가 된 것으로도 모자라 남편까지 해남의 길을 걷게 한 것일까.



<명랑해녀>를 읽기 전부터 궁금증은 하늘에 닿아 있었다. [다큐멘터리 3일]이나 [사람이 좋다]에나 나올법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사연이.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꿈꿔온 제주와 현실의 제주 사이공간을 이 책이 메워주지 않을까. 또한 그 맥잇기를 걱정해온 해녀의 고단한 삶과 내일의 희망을 이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하고 읽게 된 책이다. <명랑해녀>는.

 

 

사십이 넘도록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산 은주씨는 이제 공천포바다를 누비는 아기해녀로 산다. 휴식차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에 내려왔다가 발목잡힌 그녀와 남편은 한 달이라는 예정에 없던 시간을 보내며 제주에 매료되어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개에게 물려 체류하게 된 짧은 시간이 사십평생의 터전을 뒤엎을만큼 큰 시간이었을까.


금전적인 여유도 편하게 시켜먹던 야식도 포기한 채 시작한 제주살이가 처음부터 만만했을 리 없다. 살 집을 구하는 일부터 폐쇄적인 제주토박이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제주시 해녀학교와 서귀포시 해녀학교 두 곳을 마스터하면서 해녀의 삶을 선택했고 가장 생활력 강한 여인들의 막내로 당당하게 인정받으면서 해녀의 맥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서른 다섯만 넘어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꼈는데, 늦은 나이에 시작한 물질에 지칠줄 모르는 그녀의 그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의 어느 순간엔 빠른 결단이 필요하고 그 선택을 책임질 용기도 필요하다. 그 과정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언제나 단단했다. 살면서 이들과 스쳐지나는 일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지 못했는데, 점점 그 고마움을 알아가고 있다.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학문으로 접하는 것보다 인생으로 사람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더 소중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20대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힘들었던 30대가 그래서 더 애잔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는 큰 성장거름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일이 열거해 놓진 않았지만 문장 사이사이로 그녀의 성장점들이 느껴졌다. 긍정의 아이콘인 그녀 역시 힘든 날을 디디고 일어서면서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은 아닐까. 그저 낭만적일 것만 같은 제주생활도 결국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그녀는 '해녀라는 특별한 직업군'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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