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 오른팔이 부러져서 왼손으로 쓰고 그린 과학 에세이
이지유 글.그림 / 웃는돌고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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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짧막짧막하게 쓰여져서 가독성이 좋았고 '그림동물보감'처럼 생소한 생명체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이야기의 첫장은 '오른손 손목이 부러졌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손목이 부러져 한동안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된 저자는 쉬는 일 대신 '왼손 그림 그리기'라는 특이한 발상을 해낸다.


닭, 고양이, 돌고래 등을 가볍게 그려본 저자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이라는 천적없이 사는 동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노란 꽃만 먹는다는 것을 이 책을 펼쳐보지 않았다면 몰랐겠지. 아마도. 나는. 왼손으로 그려진 개복치가 실제의 개복치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지 못하지만 군함조라는 새가 붉은색과 검은색의 멋진 코트를 입고 있는지 이전에는 본 적이 없지만 책을 구경하는데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해달이 자면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잔다거나 해초를 몸에 감고 잠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졌고 펭귄이 몸속에 다리뼈를 숨기고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앞으로 TV에서 펭귄을 보게 되면 책이 슬쩍 알려준 진실 때문에 혼자 킥킥댈 것 같다.

 

한 페이지엔 동물들을 그린 그림을, 다음 페이지엔 그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짧은 책 사이사이 저자의 '골절 극복기'가 깨알재미를 선사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다. 이처럼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글을 쓴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난 일상을 보내는 이가 아닐까? 궁금해질 정도. 불행히도 첫번째 병원에서 낫질 않아 병원을 갈아탄(?) 그는 종국엔 왼손 그림 실력이 너무 빨리 늘어서 편집자가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날짜를 확인하고 두번 놀랐는데, 2017년 올해 쓰여진 책이었고 후미에 쓰여진 '에필로그'에 기록된 달은 10월. 불과 몇 달 전까지 원고작업을 했다는 의미일까. 따끈따끈한 새 책인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에서는 펭귄 외에도 놀라운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를 더해갔던 책 한 권의 두께가 고작 2cm 도 되지 않는다. 아껴 읽어도 사흘이면 충분했던 동물 그림으로 연말, 마음의 즐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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