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괜찮아, 괜찮아 8
마릴리나 카발리에르 지음, 레티지아 이아니콘 그림, 이경혜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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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말 잘듣는 아이. 엄마 입장에서는 키우기 참 쉬운 아이가 아닐까.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도 행복한 걸까?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마릴리나 카발리에르의 동화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를 통해 그 답을 내어놓았다.

 

 

어린이의 이름은 '파보르 녹투르누스. 낯설고도 긴 이름을 가진 파보르는 약간 겁쟁이지만 아주 깔끔한 아이였다. 특이하게도 어른들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떼를 쓴다거나 해야할 일을 미루거나 하지 않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주 잘 생활하는 아이였다. 혼자 마당에 나가지도 않고 낯선이에게 현관문을 열어주지도 않으며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 파보르가 가장 조심하는 건 옷을 더럽히지 않은 일. 어린이 여럿을 만나봤지만 세상에 이런 아이는 없었다. 적어도 이 나이때 아이라면.

결벽증이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도 여러 번 하는 파보르는 엄마에게 '집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늘 들어왔기에 갑자기 나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친구들과도 멀리 떨어져 늘 혼자 있는 아이였다.

어른이 통제하기 쉬운 아이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파보르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슬슬....

 

겨우 여덟 살인 파보르에게 이상 징후들이 찾아왔다. 밤마다 가위에 눌리는 파보르를 병원에 데려간 엄마에게 의사 선생님은 이상한 처방을 내렸다. 어떤 책에도 나오지 않는 병에 걸린 파보르에게 약도 주사도 주지 않은 채 ,


1. 친구 사귀기
2. 작은 동물 돌보기
3. 눈 뜨고 꿈꾸기
4. 모든 물건들을 자기 좋을대로 바라보기


의사 선생님 만세! 파보르에게 알려준 '파보르 병'을 낫게 만드는 방법이었지만 이 모든 과정은 엄마도 함께 동참해야하는 과정이었다. 돌팔이라고 치부하며 아이를 예전처럼 대했다간 도리어 아이를 망치게 될 뿐일테니까.

 

 

 

121센티미터 / 24킬로그램 / 8살 / 수면 불안증

 

 

파보르에겐 어떤 일이 생겼을까. 어떤 일들을 했길래 이젠 날마다 좋은 꿈을 꾸며 지저분한 개랑 한 침대에서 잠들게 된 것일까.
엄마의 지나친 보호와 간섭에서 벗어나 '어린이답게'살게 된 파보르의 이야기는 사실 아이들보단 엄마들이 읽어야할 내용의 동화책이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런 오류를 범하는 엄마들이 많지 않을까. 학대하는 부모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숨막히게 만드는 일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 간엔.

엄마가 잘못했네! 아이가 너무 참았네! 라는 결론이 아닌 파보르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의사선생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거나 수줍음이 많아 많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소리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너는 사랑받고 있단다"라는 믿음이 전해진다면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으며 자라나지 않을까. 파보르 역시 엄마가 알려주는 삶의 방식 외에 다른 방법들을 더 터득했다. 그리고 더 행복해졌다.
이 동화의 마지막 장을 웃으면서 덮을 수 있게 된 건, 바로 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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