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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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게 된다면 '교토'나 '오사카'를 제일 먼저 다녀오게 될 줄 알았다. 그땐 그랬다. 하지만 '도쿄'만 몇 번,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행조차. 그래서인지 멋진 인터뷰글이 인상적이었던 작가 임경선의 신작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읽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구매 리스트에 넣어놓고 망설이기를 몇 번(어느 사이트에서 구매할까? 이번에는 어디 사은품이 더 탐나는 것들이지? 둘러보느라) 드디어 책을 구매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들은 쉼없이 변한다. 1분 1초 단위로 사라지는 것들도 있고 태어나는 생명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억이나 추억조차 인간의 뇌 속에서 편집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도록 지켜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궁금증을 안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일본에서 6년을 살았던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도쿄'와 '교토'를 꼽았다. 전혀 다른 느낌의 두 도시가 무엇으로 그녀를 사로잡은 것일까. 활어처럼 활기찼던 도쿄는 다녀왔으니 '정서'를 느껴볼 수 있다는 '교토'는 그녀의 여행 속에서 먼저 발견해 보고자 했다.

 

'경주'나 '전주'같은 곳이 아닐까? 상상했던 교토는 생각보다 더 고즈넉했다. 건물도, 길도,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느린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빨리빨리와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우기 바쁜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지루함의 동전 양면과 같은 곳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작가의 시선에서는 어땠을까. 무엇보다 아름다움으로 포장하지 않아 좋았다. 있는 그대로의 교토를 보여주려 한 모습이 페이지 곳곳에서 엿보였다. 화려하지도 감각적이지도 않은 그저 일상을 드러낸듯한 여행. 무채색일망정 평온함마저 느껴지던 그녀의 여행을 책으로 함께 했다. 충분했다. 현재에 지쳐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딱 좋은 처방이었다.

 

 겨울에는 료칸 여행을 다녀와야지...하고 몇몇 료칸서적을 본 적이 있는데, 화려한 디너 깔끔하면서도 예쁜 룸에만 열광해왔던 것이 아닐까 반성이 될 정도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보고 싶어진 '다와라야 료칸'은 일본 최고의 료칸이라고 찬사받는 것에 비해 올드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히려 더 전통적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놀라운 건 료칸의 주인이 11대째라는 점. 역사가 길고 우수한 전통을 지녔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어디에서 11년이나 대를 이어온 곳을(종갓집을 제외한) 만나볼 수 있을까. 감동은 이런 포인트에서도 전달된다. 가감없이.



그들이 '노포'라고 부르는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점포는 적어도 창업 100년 이상, 3대째 이상으로 되어야 붙여 볼 수 있는 호칭이라고 했다. 100년 정도 된 대구 북성로 거리(일제시대의 다다미 방도 체험할 수 있었던)가 그 모습을 잃어가는 건 그래서 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올해 읽었던 소설 한 권이 떠올려졌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선대때부터 거래해온 단골 고객들의 편지를 대필하며 그들의 사연에 동참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보다는 가장 친한 친구가 더 감명깊게 읽어 기억에 남은 책인데 일본의 정서가 담겨 있다기보다는 교토의 정서가 일부 담긴 소설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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