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게 된다면 '교토'나 '오사카'를 제일 먼저 다녀오게 될 줄 알았다. 그땐 그랬다. 하지만 '도쿄'만 몇 번,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행조차. 그래서인지 멋진 인터뷰글이 인상적이었던 작가 임경선의 신작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읽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구매 리스트에 넣어놓고 망설이기를 몇 번(어느 사이트에서 구매할까? 이번에는 어디 사은품이 더 탐나는 것들이지? 둘러보느라) 드디어 책을 구매했다.
'경주'나 '전주'같은 곳이 아닐까? 상상했던 교토는 생각보다 더 고즈넉했다. 건물도, 길도,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느린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빨리빨리와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우기 바쁜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지루함의 동전 양면과 같은 곳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작가의 시선에서는 어땠을까. 무엇보다 아름다움으로 포장하지 않아 좋았다. 있는 그대로의 교토를 보여주려 한 모습이 페이지 곳곳에서 엿보였다. 화려하지도 감각적이지도 않은 그저 일상을 드러낸듯한 여행. 무채색일망정 평온함마저 느껴지던 그녀의 여행을 책으로 함께 했다. 충분했다. 현재에 지쳐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딱 좋은 처방이었다.
겨울에는 료칸 여행을 다녀와야지...하고 몇몇 료칸서적을 본 적이 있는데, 화려한 디너 깔끔하면서도 예쁜 룸에만 열광해왔던 것이 아닐까 반성이 될 정도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보고 싶어진 '다와라야 료칸'은 일본 최고의 료칸이라고 찬사받는 것에 비해 올드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히려 더 전통적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놀라운 건 료칸의 주인이 11대째라는 점. 역사가 길고 우수한 전통을 지녔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어디에서 11년이나 대를 이어온 곳을(종갓집을 제외한) 만나볼 수 있을까. 감동은 이런 포인트에서도 전달된다. 가감없이.
그들이 '노포'라고 부르는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점포는 적어도 창업 100년 이상, 3대째 이상으로 되어야 붙여 볼 수 있는 호칭이라고 했다. 100년 정도 된 대구 북성로 거리(일제시대의 다다미 방도 체험할 수 있었던)가 그 모습을 잃어가는 건 그래서 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올해 읽었던 소설 한 권이 떠올려졌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선대때부터 거래해온 단골 고객들의 편지를 대필하며 그들의 사연에 동참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보다는 가장 친한 친구가 더 감명깊게 읽어 기억에 남은 책인데 일본의 정서가 담겨 있다기보다는 교토의 정서가 일부 담긴 소설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