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모녀 도쿄헤매記 - 번역가 엄마와 여고생 딸의 투닥투닥 도쿄여행기
권남희 지음 / 사월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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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놓고 보면, 어떤 여행이든 아름답다
- p5 -

 

 

 

인생도 여행처럼 아름다운 기억만 남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여행들을 떠올려보면 누구와 함께 했건 혼자 다녀온 여행이건 간에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흑역사 가득한 인생과 달리. 나 역시 그런 편견이 있었다. 여행작가나 번역가, 통역사들은 해외여행 다닐 때 참 편하겠다 라는. 왠지 일반인보다는 더 멋진 코스로 다닐 것만 같았고 같은 장소에서도 헤매지 않고 척척 다 알아서 해결할 것만 같았다.

<길치모녀 도쿄헤매기>는 그런 생각을 단박에 깨 부수면서 '똑같구나'라는 안도감을 갖게 만든 책인 동시에 나도 언젠가는 내 딸과 이렇게 해외여행 다닐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희망을 품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눈에 익혀지는 번역가들이 있다. 얼굴도 모르는 번역가였던 저자가 번역한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그녀의 이름이 눈에 익숙할만큼.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21년차 번역가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딸을 둔 아줌마였다. 사춘기 딸과 길치 엄마의 해외여행이라.....뭔가 재미난 삐걱거림(?)을 기대하게 만드는 <길치모녀 도쿄헤매기>는 그 표지부터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서울에서 도쿄로 / 다이칸야마와 지유가오카 / 와세다대, 도쿄대, 게이오대 / 도쿄타워, 롯폰기 힐스 / 기치조지, 미타카 / 하라주쿠, 메이지신궁/ 시부야 / 신오쿠보 / 우에노 / 요코하마 / 신바시 / 신주쿠 / 긴자

 

 

절반은 다녀온 곳이라 책읽는 내내 나의 지난 여행과 오버랩되어 읽혔다. 모녀가 밟은 땅의 영상들이 훅훅 머릿 속에서 스쳐지나갔고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때론 함께 혹은 혼자 다녀오기도 했던 도쿄였기에 혼자서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이 떠올려지기도 했고 함께 맛나는 것들을 먹었던 기억도 되새김질 되었다. 모녀의 여행은 어땠을까. 놀랍게도 번역가인 저자는 직업이 무색하게 티켓 발매기 앞에서 버벅거리기도 했고 유명 제과점의 이용법을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설렘반 당황반이었던 엄마와 달리 시크했던 청소년 소녀에게 엄마와의 여행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페이지의 일부라도 딸의 여행소감 페이지가 곁들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아쉬운 마음이 살짝 든다.

게다가 해외여행에서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도 시원찮을 판에 저자의 딸은 오히려 엄마를 말리는 쪽이었다. 알뜰함까지 겸비한 딸이라니...

 

처음에는 번역가 엄마랑 떠난 해외여행이라 편하겠다~ 딸의 입장에서 읽혀졌다면, 읽으면서는 이렇게 딸이랑 둘이서 데이트하듯 해외여행 다녀와도 좋겠다~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읽혀졌다. 아마 이렇게 멋지게 살고 있는 친구가 가까이에 있어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물론 그녀는 번역가는 아니지만) 엄마와 딸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어디든 좋지 않을까. 어떤 장소든 재미나지 않을까. 생각과 달랐다고는 하지만 분명 저자도 즐겁게 다녀온 여행이기에 책으로 묶어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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