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알쓸신잡>은 고뇌하는 작가인 줄 알았던 김영하 작가를 이전보다는 조금 가볍게, 하지만 유쾌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심각한 작품만 골라 읽은 거였나? 이제껏 생각해왔던 이미지와 180도 달랐던 작가에 대한 편견을 <랄랄라 하우스>는 한층 더 벗겨버렸다. 그 첫장에 고양이가 등장하면서부터.

집사였구나. 그것도 구조된 고양이를 두 마리나 반려하고 있는 부부.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그는 책 속 어딘가에서 '이번 생애서는 고양이만 키우다가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소설에 골몰하면서. 발상도 생각도 남다른 사람. 그래서 소설을 쓰며 사는지도 모르겠으나 탄력적인 그의 생각 속에 유머와 여유가 엿보여서 인간미는 한층 더 두터워졌다.

아내에 대한 감사, 생명을 대하는 자세, 하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일상에서도 빛을 바랬다. 최근 읽은 <살인자의 기억법>도 좋았지만 에세이 역시 김영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처럼 느껴져 즐겁게 읽힌다.

나이가 더해져가면서 점점 더 생각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었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이 부분에 대한 반성이 더 짙어졌다. 왜 10대와 20대에 비해 더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말았나, 꼰대로 늙어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읽게 된 책이라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깨어있는 시각, 남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은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탑재해두면 좋은 습관일텐데......!

반려동물과의 동거생활부터 여행, 지인들의 유머, 글쓰는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 들까지...작가의 일상이 이렇게 다채로웠던가 싶을 정도로 읽을거리들이 풍성했다. 고양이와 살아본 경험상 녀석들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는 참 부지런한 작가인 듯 싶다. 자신이 게으르다고 고백했던 것과 달리. 반려묘의 방해를 뚫고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뽑아내는 것을 보면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 이기도 할테고. 대한민국에서 소설을 쓰는 한 남자였던 그가 댓글로 소통하는 이웃들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만든 한 권의 책. 소설이 아니어서 주변에 권하기 더 좋았던 책인 <랄랄라 하우스>는 하루에 두 세 페이지씩 읽기 시작해서 지난 주에 그 읽기를 끝냈다.

김영하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소설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관심이 생겨서 에세이를 읽고 싶어졌다면 <랄랄라 하우스>를 권하고 싶다. 보여진 부분 보다 알고 싶어진 부분이 더 많아진 소설가 김영하 작가가 썼다. 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