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끄네 집 (양장)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 야옹서가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제주에 살고 있는 '히끄'를 만나러 가고 싶어졌다. 다른 길고양이들과 사뭇다른 올화이트의 고양이는 제주도에서도 귀한 모양. '히끄무레하다'고 '히끄'가 된 통통한 하얀 고양이와 저자의 묘연은 절묘했다. 꿈이 없었던 20대의 여자가 제주도에 잠깐 머물러 왔다가 게스트 하우스의 스탭이 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그녀가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랐다는 이유로 밥을 주며 인연을 맺은 일도 일반적이지는 않은 일. 그렇게 캣맘이 되어가나? 싶었지만 결국 히끄는 그녀를 집사로 간택하고야 말았다. 도중에 히끄를 임보하겠다는 캣맘도 있었고 입양하겠다는 지인도 있었지만 히끄로 인해 불발이 되고 그녀의 다락방에 함께 거주하면서 히끄는 저자를 집사로 만들고 제주도에 살게 발목잡았다. 제주 고양이 히끄 만세!!!

이제는 슬로우트립에 가도 히끄를 만나볼 수 없겠지만 슬로우트립에 가면 다른 제주 길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밥을 주고 있을 것만 같은 인심좋은 주인장이 여전히 운영중이라면 말이다. 히끄는 머리가 큰 고양이다. 히끄는 눈이 작다. 히끄는 전날 라면먹고 퉁퉁 부은 사람처럼 통통해 보인다. 털도 뿜뿜하고 잠도 많이 자곤하는 고양이스러운 고양이.

 

물론 초보 집사가 완벽할 리 없다. 꼬리 끝은 미용하면 안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순둥순둥한 성격이라 괜찮다며 꼬리미용을 감행했다가 꼬리를 공격해서 결국 병원행으로 마무리된 사건, 치아흡수증(결국) 인해 침을 흘리던 모습을 보고 '맛있어서 침까지 흘리나보다' 생각했던 일 등등 그녀도 보통의 사람이 집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겪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미안한 일이 많은지....나 처럼 그녀도 첫 고양이 히끄에게 '몰랐었어. 미안해'지는 상황들이 있었다. 분명 바다 건너 먼 거리에서 살고 있는 히끄와 그녀였지만 나와 내 고양이의 지난 날처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닮은 이야기'로 읽혔다.

참 따뜻했다. 한 사람의 인간과 한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식구가 되어 가는 일은. 이제는 마당까지만 외출이 허락되는 히끄지만 분명 도심의 고양이들보다 훨씬 자유롭고 훨씬 안전하게 지내고 있었다. 부러울만큼.

 결국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스테이 오조'라는 민박을 운영하게 된 히끄 집사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로 불리길 원하고 있었다. 완전 특이했다. 그런데 그 사연 또한 남달랐다. 본 적은 없어도 히끄를 낳아준 엄마가 있을테니 고양이 엄마에게 '어머니'는 양보하고 자신은 히끄의 아부지가 되겠단다. 음...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언니'로 불리고 있던 내겐 색다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히끄는 행복할까? 답이 필요없다. 표정에서부터 알 수 있는 일. 평온한 히끄의 일상을 몇 장만 넘겨봐도 금새 알 수 있었다. 히끄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제주 여행길에 스테이 오조를 방문할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다. 제주 여행도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계속 보고 싶다. 히끄의 일상.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 궁금한 남의 집 고양이, 히끄. 다음에도 건강하고 예쁜 소식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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