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가 배경이 된 드라마가 얼마전 마침표를 찍었다. <시프트>를 읽으면서 그 드라마가 떠올려졌다. 채널을 돌리다가 스치듯 몇 번 본 것이 다 인 드라마였는데 왜 순간 그 드라마가 떠올려졌을까. 아마 형사 이창과 찬 & 란 형제가 다 사이비 종교과 얽혀 있어서였나보다.
형사 이창
누나에게 선천성 희귀병이 발병하면서 가족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동네에서 '유지'소리 듣던 아버지는 누나를 고쳐보겠다고 그 많던 재산을 다 탕진하면서까지 사이비 종교에 헌신적이었다. 흡사 미친 사람처럼 매달리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기적이 찾아왔다. '천령교'에서 희귀한 유전병을 싹 고쳐준 것이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무슨 이유였는지 누나를 마지막으로 천령교는 문을 닫았고 이창의 인생에서 사이비 종교는 사라진 듯 했다. 완치되어서 남편을 만나고 딸을 낳은 누나가 어느날 딸만 남기고 사고사 당하기전까지는. 사고 당일, 이창의 차를 타고 나간 아버지와, 누나부부는 즉사했다. 당시에는 사고사인 줄 알았으나 사건을 파고들면서 형사인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어느 범인의 아들이 차에 손대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하나 밖에 남겨지지 않은 피붙이인 조카가 누나의 병을 그대로 물려받아 발병한 것을 보고서는 다시 '천령교'의 축복의식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옛날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시프트 한란
작은 마을에서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한 한승목, 한승태 형제를 응징한 건 그들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한란'이었다. 고아형제를 구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술병으로 눈을 찢는 등 학대를 일삼던 형제는 란의 형인 찬의 손에 기적이 깃든 것을 보고 아이를 이용하며 살았다. 일명 '시프트'. 환자들의 병은 찬을 통해서 옮겨졌고 승목/승태 형제에게 치유를 의뢰한 사람들은 완치의 기적을 맛보았다. 한씨 형제에게는 명예와 부가 함께 쏟아졌고 의뢰가 많아질수록 찬은 고통받았고 환자들의 병을 받아낸 아이들은 죽어나갔다. 그리고 이창의 누나가 완치되던 날, 찬이 죽고 시프트의 힘은 란에게 옮겨졌다. 천령교는 2005년에 사라졌지만 한씨 형제의 악행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란의 능력이 필요했고 그를 찾아냈다. 조용히 살고자 했던 란은 악마 형제에 의해 '시프트'의 삶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형과 달리 그는 복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제 악마들을 향해 겨누어졌다.
'고통을 옮기는 자'를 뜻하는 '시프트'의 삶은 슬프고 외로웠다. 저런 능력이라면 차라리 안 갖고 말겠다 싶을 정로도 찬과 란의 형제의 삶은 상처투성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영화화 된다면 아마 더 가슴아프리라. 하지만 이 소설 영상으로 옮겨져도 멋지게 완성 될 것만 같았다. 마치 원빈의 <아저씨>처럼. 쉽게 읽혔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했다. 쓰레기 같은 악인 캐릭터까지도. 제 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할만 했다. 잠시 희곡에서 손을 놓고 있는 친구에게 보여줘야겠다. 이 소설. 각색해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지 않을까? 현실만큼이나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소설 한 권의 이야기는 참 슬프면서도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것만 같아'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세상이 소설보다 흉흉하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