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 오로지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낸 강수진의 인생 수업
강수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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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노력가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지독한 연습벌레에 완벽주의자인 그녀의 발사진을 본 후부터 '노력형 성공가' 1순위로 떠올려지곤 했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 사람의 멘탈은 얼마나 강인한 것인지. 사회 생활 속에서 늘 치열하게 경쟁해야했던 내게 '나 자신이 경쟁자'라는 표현은 무한한 감동이었고 상대방의 태도가 어떠하던지 간에 상관없이 어제의 나와 경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경쟁선에서 내려온 날, 온전히 나 스스로를 런닝 파트너 삼아 뛰고 있다. 일 앞에서만 부지런했던 내게 게으름이 찾아왔다 싶으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에세이를 찾아 읽곤 하는데, 발레리나 강수진의 <한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는 현재의 내게 가장 좋은 자극점이 되고 있다.

 

 



기회가 왔다면 돌아보지 마라매일 성장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마라 / 한 걸음만 걸어도 나인 줄 알게 하라 / 포기라는 단어는 버려도 좋다

 

 

목차만 읽어도 시원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아침 5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연습해 온 그녀는 그저 발레가 좋았던 10대 때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더 무대를 즐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수많은 공연을 해 왔던 그녀는 마지막 무대를 내려오면서도 아쉬움 대신 사랑과 감사를 남겼다.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충실히 살아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고백이어서 부러웠다. 한껏 게을러진 나의 오늘을 반성하면서.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최강배달꾼>에서 여주인공 '단아'의 소원은 헬조선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무얼 해도 이곳에서는 될 리가 없다는 그녀의 대사가 뿜어질 때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공감하며 마음 속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을 청년층이 눈이 보이는 듯 해서 재미있게 시청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무겁게 만들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멀리 갈 필요없이 나 역시 언제나 떠나고픈 마음이 가득한 또 하나의 '단아'이므로. 그런데 세계적인 발레리나인 강수진은 '캄머탠저린(독일과 오스트리아 최고 장인에게 수여하는 작위/궁중무용가)'의 명예와 혜택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는 창립이래 단 네 명에게만 주어진 영예이며 종신단원으로 평생 월급을 받는 특권까지 마다하고 한국에서 인생 2막을 열었다.

쉬운 성공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반짝하고 스타가 된 케이스도 아니었다. 한 발, 한 발....그 누구보다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채워가며 만들어낸 자리였다. 비자조차 잘 나오지 않아 방학 때마다 홀로 학교에 남아야했던 어린 소녀, 동기들이 화려하게 데뷔할 때마다 그들의 뒤에서 군무를 추어야 했던 동양인 발레리나. 어느 때엔 2년 동안 단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연습만 했으며 부상으로 1년을 스트레이트로 쉬어야 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불운도 뒤따랐다. 아침 일찍 발레단으로 출근하다가 마약에 취한 남자 둘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갈 뻔 한 일도 있었고, 휴가 때 시어머니를 뵈러 갔다가 진도 7.8의 강진에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한결 같았던 그녀. 역시 프로페셔널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생 선배 강수진에게 멘토링 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생에 덤이 있을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듯 인생은 언제나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게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덤도 없다. 이제는 한국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살아가고 있는 강수진, 그녀의 삶을 들여다봐도 그러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행복하게 오늘을 살아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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