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뉴욕발 서울행 KAL 007여객기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
이런 사건이 있었는 줄도 몰랐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예언>이라는 제목만 보고노스트라다무스급 예언가의 대재앙 예고나 토속신앙에 얽힌 이야기일거라고만 상상했었다.이렇게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쪽같이 하늘 위에서 사라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983년 대한민국의 대응은 적절한 것이었나. 치밀한 취재를 거쳐 완성본을 내어놓는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며 그 사실에 주목하고 싶어졌다. 2017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국가가 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은데, 하물며 1983년이라니......!
# 왜 그들은 입을 다물었던 것일까?
소련과 대치중이던 미국은 비밀 군사시설인 '포스트 굿윌'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KAL 007기의 비행을 묵인했다. 소설에서는 민항기와 교신하려는 이튼 중위의 입을 '군법회의'로 막아서면서 '고지의 의무없음'을 각인시켰다. 만약 미국의 민항기였다면 그들은 같은 논리를 내세웠을까.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그들이건만 우리는 왜 늘 세계평화 수호국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일까. 정말 그들이 세계평화를 먼저 생각했다면, 탑승객 중 미국시민권자들을 보호하려했다면 발견 즉시 교신해야만 했다.
예민한 지역인 브레즈네프 특별구역에 가깝게 날고 있던 KAL 007기를 격추시킨 소련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소설 속에서는 소비에트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격추를 명령하는 당간부의 간악한 외침이 도입부에서부터 터져나온다. 착륙지시, 착륙유도가 아닌 격추를 선택한 그들의 저의는 과연 저것 뿐이었을까. 당시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들처럼 힘있는 국가였다면 그리 쉽게 격추되었을까. 한숨이 절로 쉬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007 피격 사실을 알았던 일본은 감청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을 다무는 대신 미국과 거래했다. 한국에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라는 이유로. 분명 격추된 비행기는 대한민국의 민항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순간 독자를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다. 삼국을 다 제쳐두고 정작 우리 국가는 자국의 비행기가 격추되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 고구려, 신라, 백제, 조선 등의 고대사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근대사/ 현대사에 중점을 두고 토론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외워서 쓰는 역사 수업이 언제나 아쉬웠던 내게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지금 현재,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깨닫게 만든다. 읽는 동안 만이라도. 소설의 말미에서 언급된 것처럼 정말 2025년에 통일이 되는 것일까. 기다려볼 일이다.소설의 제목이 <예언>이었던 건 마지막 한 문장 때문이었을까?!!!!